햄버거

-여기서 요기나 하고 집에 가요.

부모님은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운전을 하는 날 생각해서인지 내리고 만다.

-여기 세트 주세요.


식구들이 내 말을 따르는 날이 오다니. 예전에 부모님이 날 어르고 달래서 같이 어딜 가자고 했던 게 생각난다. 이제 이빠진 호랑이 같다. 나는 무슨 말이든지 하고 싶다. 이제 나도 어엿한 어른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은 거다. 내 방식대로 모든 걸 해나가고 싶다.


-햄버거는 이렇게 벗겨서 드시면 돼요.

엄마는 햄버거를 멀거니 보고만 있다. 엄마는 햄버거를 여태까지 먹어본 적이 없다. 내 결정에 유일하게 좋아하는 사람은 장애인 동생 뿐. 그 벌어진 입에서 침이 흐른다.


-이게 맛있냐?

아빠는 언제나 그랬듯이 내게 타박을 해온다. 순간 가슴 속에서 뭔가가 치밀어 오른다. 이 감정은 분노이다.

-맛이 없으세요?

난 오늘 점심을 내가 살 거라고 차 안에서 내내 공표해 왔다.

-맛있기만 한데요.


늘 나한테 뭐 먹을래? 하고 형식적으로만 묻고 내가 피자나 햄버거라고 말해도 한번도 들어준 적 없잖아요!


동생에게 햄버거를 싸고 있는 포장지를 벗겨 건네자 엄마는 반으로 자른다. 패티며 양상추가 제멋대로 튀어나온다. 엄마는 항상 그렇게 음식을 맛없게 만들어 버린다.


-그냥 엄마도 하나 사 먹어!

나는 싫다는 엄마의 손사래에도 불구하고 카운터에 가서 햄버거 두 개를 주문한다.


-이건 아빠 거에요!

-이걸 뭔 맛으로 먹냐. 여기 대장균 득실댄다고 뉴스에 나온 거 못 봤냐.


하지만 포장을 벗긴다. 결국.

-넌 안 먹냐?

-전 커피면 돼요.


기다렸다는 듯이 동생이 음식을 흘리고 엄마의 짜증이 이어진다.

-이런 건 먹으러 왜 온 거냐고. 옆에 식당도 많이 있던데.

엄마의 목소리가 울린다. 후회가 된다.


-아, 몰라. 아빠가 운전하고 가.

테이블에 키를 던져놓고 나와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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