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커피가필요해.
커피를 만들어 마시기 위해 수연은 다소 무리를 해가면서도 일찍 사무실에 도착한다.
사무실에 도착해서 불은 켜지 않는다. 대신 커피포트 안에 수돗물을 붓고 끓인다.
특히나 오늘 수연에게는 커피가 필요하다.
핸드밀을 꺼낸다.
오른손은 레버를 잡고 왼손으론 핸드밀 몸통을 잡아 움직이지 않도록 한다.
홈을 열고 그 안에 원두를 넣는다.
레버를 돌린다.
홈통안에서 커피알이 으깨어져 간다.
커피향이 피어오른다.
분쇄된 원두가루를 종이 필터에 담는다.
서버 위에 깔때기를 놓고 커피가 담긴 종이 필터를 얹는다.
커피포트 안에 미리 끓여 놓은 물을 필터 위에 부어야 할 때이다.
천천히, 느긋하게 커피가루 위에 주전자를 기울인다. 봉긋, 거품이 올라온다.
이 과정은 수연이에게 성행위를 연상시킨다. 그가 손으로 그 곳을 만져주면 봉긋이 올라오는 성적 흥분.
간질이듯이 곳곳에 물을 주면 물과 닿는 부분이 거품을 낸다.
이제는 전면적으로 물과 커피가 만날 때이다. 시원하게 고루 물을 주면 확, 확 거품이 올라오면서 커피가 꽃 모양으로 부푼다.
그리고 서서히 가라앉는다. 물이 적셔진 커피 봉우리가 갈라지며 틈이 생긴다.
서버에는 검은 액체가 차오른다. 꼭 피와 같다.
다 내려진 검고 쓰고 신 커피가 몸속에서 피로 변했으면 좋겠다고 수연은 생각한다.
그 피가 대장을 거쳐 자궁까지, 그리고 몸 밖으로 나오는 상상을 한다.
생리 예정일이 삼일이 지났다.
수연은 그제야 왜 자신이 이토록 초조한지 알 것 같다.
벌컥벌컥 커피를 들이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