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게티 이야기

왜 그네들에게 눈길이 갔는지 모르겠다. 싸구려 티와 화장기 없는 푸석한 얼굴, 때가 진 컨버스 운동화. 그네들의 누추한 옷차림은 이 가게의 분위기와 전혀 맞지 않았다.


“야, 여기 너무 좋다.”

“언니, 여기서 우리 밥 먹고 오래 이야기하다 가자. 분위기 너무 좋다.”

“어, 그래. 여기서 실컷 이야기하자. 너무 좋다, 좋아.”


그들은 중학교 소녀들처럼 잔뜩 설레어 있었다. 곧 메뉴판이 날라져 왔고 그들은 미리 정해놓은 듯 외쳤다.

“토마토소스 스파게티하고요, 까르보나라요.”


그들의 이야기 주제는 주로 영화와 문학이었다.

“요즘 브뉘엘 감독 거 다시 보고 있어.”

“홍상수가 브뉘엘의 계보를 잇고 있잖아. 난 얼마 전에 현대 미술관 갔었어. 사진전.”

“누구 거 봤어?”

“민병우. 수묵담채화 같은 사진이었어. 고요하고, 맑은 서정의 세계. 아, 참 언니 보여주려고 시나리오 가져왔는데. 어제 다 썼어.”


그들이 시나리오를 사이에 두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사이 스파게티가 왔다. 내 점심 상대는 그때까지 오지 않고 있었다.


웨이터가 가자 두 여자는 광분했다.

“지금 이게 팔천 원이라는 거야?”

“뭐야, 완전 자릿값이네.”

“양이 왜 이리 작아? 진짜 왕짜증이야.”

“맛은 있는데 너무 조금이다. 사기다, 사기.”

“공부는 잘 되고?”

“아, 부모님 성화만 아니면 좋겠다.”


그들의 불평은 계속되었다. 앞 테이블에 새로운 사람들이 올 때까지도 계속 스파게티의 양을 가지고 비난하고 있었다. 표정으로 보아 단단히 화가 난 듯 했다.


앞 테이블에 성장한 처녀들이 넷 앉았다.

“코스로 가자. 여기 맛 괜찮아.”

웨이터는 그들에게 친절하게 스테이크를 어느 정도 구울지, 어떤 포도주를 시킬 지를 물었다.

“아, 저 늘 먹는 포도주 주시고요. 쉐프가 뭐 꺼내야 할 지 잘 알거에요. 오다가 인사했어요.”


긴 머리 처녀는 이 집 단골인 듯 했다. 얌전한 생김새와는 달리 목소리가 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요리가 날라져 왔다.

“야, 스파게티 조금만 먹어. 입맛 버린다.”


그 소리는 나에게까지 들렸으니 옆 테이블의 여자들도 들은 게 분명했다. 그제야 자신들이 번지수를 잘못 찾아왔다는 걸 인식한 모양이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둘 중 언니인 듯한 여자가 입을 열었다.


“부르조아의 은밀한 매력 봤어? 그 영화에서 차 없이는 이동 할 리 없는 그들이 먼지 날리는 황폐한 길을 걷는 장면이 반복적으로 제시되잖아. 참, 기묘하지 않니? 부르조아들의 황폐한 내면을 드러내는 장면으로 읽혔는데. 넌?”

“그래, 맞아. 브뉘엘만큼 부르조아의 속물성을 제대로 비웃는 사람은 못 본 것 같아.”

“그 냄새나는 인간들. 다 먹었지?”

“어.”

“가자.”


이들은 지갑에서 만원씩을 꺼내어 곱게 핀 후 계산서에 끼워 넣었다. 그리고 몸을 돌려 일어나 의자를 주의 깊게 넣고는 발소리가 나지 않게 계단을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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