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커피 수급
하지만, 선진국이라고 상황이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이미 재 폭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미국의 커피숍이라고 해도 커피가 풍부히 들어오는 게 아니었다.
주마다, 커피 유통업체마다 들어오는 커피의 양이 달랐고 가격도 들쭉날쭉했다.
털렸다.
지난번처럼 또 BBB단체에서 폭동을 일으킨 것이었다.
오마이 갓! 이번에는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의 커피숍에서 일어난 폭동이었다.
"와, 진짜 너무하네!
십달러면 사먹을 수 있는 에디오피아 커피를 두고서 농성이라니!"
영선씨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인들에게는 그들만의 합당한 이유가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로스엔젤레스와 엘에이,
그리고 심지어는 커피 가게마다 커피 가격이 천차만별이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평균적으로 한 잔에 십달러였던 것이지, 속을 들여다보면 어느 곳은 이십달러,
어느곳은 칠달러까지도 있었다.
그야말로 중구난방인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이게 다 개별회사가 코카콜라와 커피 수급 계약을 맺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하지만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별회사와 공급자간의 개별 계약이 무슨 문제가 있단 말인가.
이 사회는 공산주의 사회가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인 것이다.
하지만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이 모든 처사가 다 부당해 보이는 것이었다.
왜, 로스엔젤레스 커피숍과
뉴욕의 커피 가격은 다르며
이 동네와 저동네의 커피 가격은 다른가.
그리고 그들이 불만인 것은 또 하나 있었다.
코카콜라는 미국 산하의 회사이다.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미국 회사란 말이다.
하지만 그 회사는 왜 이리도 미국에 더 많은 커피를 풀지 않는가.
미국에 사는 커피매니아들에게는 그 또한 큰 불만이었다.
더 많은 커피를 달라.
더 많은 커피를 달라.
에디오피아에서 생산되는 커피의 오십프로 이상을 미국에다가 달라.
그리고 가격 안정화를 시켜달라.
들쭉날쭉한 커피값은 이해할 수가 없다,
이것이 미국 시위자들의 요구였다.
"들고 일어납시다!"
그들은 지난 번 뉴욕과 시애틀 등지에서 커피 폭동을 일으킨 전과가 있지 않은가.
또 다시,
커피 시위가 벌어졌다.
하지만, 뜻밖에도
이번에는 평화시위였다.
그들은
영리해졌던 것이다.
지난번의 시위로 그들은 깨달았다.
폭력적인 시위는 시민들의 반감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그들은 커피빈을 종이에 그렸다.
그리고 그 종이를 머리 위에 동그랗게 끈으로 묶었다.
'I need more coffee!"
더 많은 커피가 필요합니다.
이것이 그들의 시위 문구였다.
More coffee, more happiness!
이번에는 아무도 다치지 않았고,
경찰도 출동하지 않았다.
그들은 손에 손을 잡고 허리에 커피띠를 둘렀다.
커피빈 모양을 이어만든 종이로 만든 허리띠였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슬프게
커피, 커피를 외치며
천천히 도심을 걸어갔다.
머리에는 커피빈 머리띠를 하고서 말이다.
그래서, 경찰은 그들을 잡아넣을 수도 없었다.
미국의 커피 매니아들은 알고 있었다.
이미 코카콜라에서 미국에 가장 많은 커피콩을 수급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자신들이 떼쓰듯이 주장하고 있다는 것도.
그래서 그들은 커피 평화 시위를 선택한 것이었다.
이들의 평화시위가 먹힌 것일까.
전세계적으로 이에 대한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공통된 의견으로는 커피값이 들쭉날쭉이라는 게 문제라는 점이었다.
이는 앞서도 말했듯이
코카콜라에서 개별 커피 회사와 계약을 하기 때문이었다.
국가대, 국가의 계약이 아닌
회사 대, 회사의 계약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를 두고 설전이 벌어졌다.
국가가 이에 개입해야 한다,
아니다, 시장 논리에 맡겨야 한다.
이 두가지 논리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었다.
전세계적으로.
미국이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미국의 평화시위 현장.
CNN에서 나온 기자가 시위 중인 한 시민과 이야기를 나누는 중.
"스미스씨.
어떤 이유로 시위에 참여하게 되었습니까?"
"저희 동네에서는 커피가 이십달러입니다.
하지만 다른 주에서는 십달러라고 하더라구요.
도무지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제발 정부가 나서서 이 상황을 안정화시켜주기를 원하는 마음에 이렇게 시위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때 기자가 말했다.
"하지만 다른 나라보다 미국의 커피 수급량이 월등히 많다는 것 또한 알고 계시죠?"
그러자 스미스 씨가 미안한 듯이 말했다.
"네. 잘 알고 있습니다.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렇게 평화시위를 하는 겁니다."
사안이 이렇게 흘러가자
코카콜라 측은 당황하고 있었다.
아,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머리에 머리를 쥐어짜도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코카콜라 측에서는 나름대로 계산을 해서 각국에 커피 분배를 하고 있는데
세계 곳곳에서는 마치 코카콜라 측이 선진국만을 배려하며 그 쪽에만 커피량을 많이 갖다준다고 시위를 열고 있질 않나,
본국인 미국에서는 그 것도 모자라다고 시위를 해대고 있지 않나.
이거,
코카콜라 측이 어떤 선택을 하건 간에 그들은 욕을 먹고 있었다.
지금으로서는 유럽과 미국 등지에 약 칠십프로의 커피가 흘러 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를 어떻게 바꾼단 말인가.
만약에 이를 바꿔서 아시아나 남미에 커피 공급을 더 많이 하게 된다면
미국과 유럽 시민들의 화를 돋울 것이 뻔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미국 시민들의 요구대로 미국에 더 많은 수급을 했다가는
전세계적으로 욕을 먹을 게 뻔했다.
그야말로 어떤 걸 선택해도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철저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많은 돈을 주는 곳에 커피 공급이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미국이나 유럽 회사에서 더 많은 돈을 주기 때문에 코카콜라 측에서는 그 쪽에 더 많은 공급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요새 들어
작은 나라라고 여겨진 한국에서 코카콜라를 향해 커피수급량을 늘려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기 시작했다.
돈은 얼마든지 줄테니,
커피 수급량을 늘려달라는 한국 커피 회사들의 요구.
이것을 맞춰주자니
미국과 유럽 등지에 거래되는 커피량이 줄어들 것이다.
그러면 그 쪽에서 또 문제가 될 게 뻔했다.
"아, 머리가 아프다!"
코카콜라 CEO는 머리를 감싸쥐었다.
도무지 자신의 머리로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없는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지금 이 곳에서.
커피나무야, 빨리 자라라, 자라라.
"최대한 빠른 커피 생산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게."
코카콜라 CEO는 에디오피아에 있는 연구원들을 독려할 수밖에 없었다.
생산량을 늘이는 것.
어떻게 해서든지 생산량을 늘이면 문제는 해결될 수 있었다.
그러면 아시아이건, 유럽이건, 북미이건
들어가는 커피량이 늘어나기 때문이었다.
아니, 그래야만 했다.
그것이 코카콜라 CEO의 전략이었다.
어떻게든 생산량을, 출하량을 늘이는 것 말이다.
하지만 그게 사람 맘대로 되는 게 아니었다.
아무리 비료를 많이 준다고 해도,
아무리 효과가 좋은 비료를 많이 준다고 해도
어느 정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었던 것.
커피나무가 자라는 데 필요한 시기를 일정 기간은 앞당길 수 있었다.
약 세 달 정도.
지금 이렇게 온 세계가 아우성대는 걸 막으려면 지금 자라고 있는 커피나무의
성장을 적어도 일년 이상은 앞당겨야 했다.
그래야지 내년 출하되는 커피 공급량을 겨우 맞출 수 있는 형편이었다.
"어떻게 해서든지 커피나무 재배가 빨리 이루어지도록 하게.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유전자 변형도 됩니까?"
순식간에 연구소 분위기는 얼어붙었다.
"유전자 변형을 하면
기존 커피 재배 기간의 오분의 일까지 당길 수 있습니다.
그걸 원하십니까?"
연구소의 브레인 브라운씨가 말했다.
하도 코카콜라 CEO사장이 쪼아대는 통에 던진 말이었다.
비밀리에 브라운씨는 커피 생장을 앞당길 유전자 변형 연구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유전자 변형?"
CEO는 되물었다.
그리고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만약 유전자 변형을 해서 커피 재배 기간을 앞당긴다면 단기간에 민심을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맛과 향은 장담할 수 있나?
지금 에디오피아 커피와 같은 맛과 향을 장담할 수 있냐는 말일세."
인상을 잔뜩 찌푸리면서 CEO가 되물었다.
주저주저하는 브라운 씨.
"그게 말입니다.
맛과 향은 90프로 이상 똑같이 가져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10프로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브라운씨가 말했다.
"안돼!
그렇다면 한국에서 개발되었던 커피 대체음료와 대체 뭐가 다르다는 거지?
그것도 거의 따라잡았었어.
하지만 백프로 에디오피아 커피 원두 맛을 내지는 못했지.
거기에다가 시장에 유통되는 커피가 유전자 변형을 한 원두라고 소문이라도 나보게.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그럴 수는 없네."
CEO는 단호히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