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커피 전쟁 19화

커피 전쟁

19. SCA

여기는 SCA 본부.





전 세계 커피산업종사자들을 대표하는 회원 기반의 비영리 조직.





지난번에 이어 다시 한번 비상 회의가 열려 각국의 대표들이 소집되었다.





동시통역가들이 각국의 언어를 영어로 통역하며 회의가 진행되었다.





“이번 안건은 커피 공급 안정화에 대한 것으로 각국의 대표들은 현 상황에 대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미국 대표 대니얼 씨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금 코카콜라 측에서 재배하는 커피콩의 양은 미국 사람들의 수요를 맞추기에 턱없이 부족합니다.





폭동이 일어날 지경이에요.”





그러자 한국 대표 김상표 씨가 벌떡 일어났다.





“지금 미국이 그런 상황이라면 한국은 어떤지 아시오? 시위까지 불사하는 상황입니다. 코카콜라 커피빈의 오십 프로가 미국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거 모르는 사람 있습니까?”





그러자 장내가 일순 시끄러워졌다.





“저희 이탈리아에서도 폭동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스페인에서도...."





"프랑스에서도..."





각국의 커피연합회장들은 각국의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열을 올렸다.





그러자,





완전 도떼기 시장이 되었다.











“코카콜라는 자국인 미국과 유럽에만 거의 독점적으로 커피콩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저렇게 폭동이 일어날 정도라면……”





“한마디로 양심이 없는 거죠. 미국인들.”








"뭐라구요? 거? 한국 대표 미스터 김!





양심이 없다구요? 우리 미국인들이?





김상표씨도 한성질하는 다혈질파였다.





"그럼, 이게 무슨 상황입니까.





양심없다는 것을 표출하는 상황 아닙니까?





그렇게나 많은 커피를 받아먹고도 유럽하고 미국 사람들은 시위를 한다는 것에 다시한번 생각해 보셔야 할 것입니다.





우리 한국 사람들은 말입니다.





지금 새벽 다섯시부터 첫 차를 타고 커피숍에 와도 그놈의 에디오피아 커피 삼만원 주고, 아니 돈을 얼마나 주더라도 구할 수 없는 그런 처지에 처해 있는데





유럽하고 미국은 최소한 그런 처지는 아니지 않습니까?"





김상표씨는 열변을 토했다.





"그런데도 시위라니......"





"시위라니, 그건 잘못된 표현이요.





평화로운 행진을 하고 있소."





대니얼씨가 얼버무리듯 말했다.





"평화로운 행진 좋아하시네. 예전에 복면쓰고 커피숍 털던 때는 어땠고."





김상표씨가 비아냥댔다.





통역이 너무나 정확하게 이루어져서 김상표씨의 비아냥 대는 뉘앙스가 그대로 각국 대표들에게 전달되었다.





"아니! 그만 좀 하시오! 김상표씨. 전혀 한국 국격에 맞지 않는 그런 행동을 하고 있소."





대니얼씨가 화를 냈다.





"한국 국격?





그따위 거 따지려고 여기 온 거 아닙니다.





우리 한국도 정당하게 더 많은 커피 수급을 안정적으로 받기 위해서 온 것입니다. 나는.





그 외에는 아무런 감정도 없습니다!"





김상표씨가 감정있게 아무런 감정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 거 참."





일순 미국 대니얼 커피 연합 대표가 혀를 쯧쯧 찼다.





그렇게 일단락 되려는 순간,





분연히 일어난 중국대표 웡차오씨.





"아니, 우리 중국 상황은 어떤지 아십니까?





한국에서는 삼만원이라도 주고 새벽부터 줄 서면 그나마 커피를 맛볼 수 있는 기회라도 가질 수 있는 모양이지요?"





그러자 장내가 일순 숙연해졌다.





"저희는 커피 같은 거 구경 못해본 지 오래되었습니다."





웡차오씨가 열변을 토했다.





"미국의 코카콜라는 미국과 중국의 외교 상황이 안 좋다는 정치 논리를 경제 논리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있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제발, 해결해 주십시오.





미국의 코카콜라에서는 우리 중국에는 아예 커피를 수급할 계획도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우리 중국에서도 커피를 마시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중국 인구는 어마어마하지 않습니까.





특히, 베이징을 중심으로 중국인 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중국에 많이 사는데 그들에게도 돌아갈 커피가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그러자 장내가 일순 숙연해졌다.





외교논리가 경제논리로 이어지다니.





그러면서 한국 커피연합 대표인 김상표 씨의 불만은 어느새 사람들의 뇌리 속에서 잊혀져 가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SCA 가르시아 회장이 일어섰다.





“네. 맞습니다. 어떻게 합의점을 도출해낼지를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서로간에 과격한 언사는 금하도록 합시다.





그리고 지금 미국 코카콜라에서 하고 있는 작태를 어떻게 하면 커피 연합이 막을 수 있을지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에 집중하도록 합시다.”





그때였다.





갑자기 SCA 회의실 문이 열린 것은.





그리고 들어서는 사람은, 오마이갓!





코카콜라의 CEO 아닌가!





"네! 제가 왔습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그러자 일순 장내가 시끄러워졌다.





하지만 회장 가르시아씨가 한칼에 정리.





"자 모두 코카콜라 CEO회장님을 기쁘게 맞이하도록 합시다!





다 같이 박수!





코카콜라 CEO회장님은 다 죽어가던 에디오피아 커피를 되살리셨고 그리고





전세계에 커피 수급을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우리 SCA커피 연합에서는 코카콜라 CEO회장님에게 깊은 감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와, 박수!!!!!!





가르시아 씨가 박수를 치자 모두 따라서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어쨋든, 저쨋든,





지금 이 상황에서 열쇠를 쥐고 있는 사람은 바로 코카콜라 CEO 였다.





모두가 그를 반길 수밖에 없는,





아니 반기는 척이라도 해야 할 그런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코카콜라 CEO 는 그 사실을 아는 듯,





자신이 먼저 말을 꺼냈다.





"우리 코카콜라 업체가 전 세계에 커피 수급을 하는 방법을 두고 말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소.





그리고 여러분이 여기에 모인 이유도 그 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는 것도.





사실, 우리도 너무나 힘이드오."





난데없는 코카콜라 CEO의 고백에 장내는 일순 조용해졌다.





힘이 든다고?





지금 조 단위의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CEO가?





부르는 게 값인 커피 거래의 주인공이?





모두가 의아해하는 가운데 코카콜라 CEO는 말을 이어갔다.





"그렇소.





우리는 지금 회사대 회사로 개별적인 협상을 통해 커피 수급을 하고 있소.





그러니까 각 나라의 수많은 커피 공급체 회사들과 개별 협상을 하고 있단 말이오.





그러다보니,





각국에 공급되는 커피가 일률적이지 않은 것이오.





가령 프랑스의 A커피 회사가 우리 코카콜라에게서 많은 양의 커피 수급을 약속받아도





프랑스의 B커피 회사는 적은 커피의 수급량만을 가져갈 수 있단 말이요.





우리는 철저히 기브앤 테이크, 즉, 시장 논리에 따라서 움직이기 때문이지요."





"시장논리 좋아하시네!"





갑자기 왕차오씨가 책상을 탁 치며 일어났다.





"그렇다면 왜 우리 중국에는 공급해주지 않는 겁니까.





그게 시장논리입니까?





외교논리이지요."





"아차차. 그 말이 나올 줄 알았습니다."





코카콜라 CEO는 중국측에서 그 말이 나올 줄 알았다는 듯 여유롭게 말을 받았다.





"그건 저희도 어찌 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그건 세관에서 결정하는 부분인데





저희의 손 밖을 벗어나는 일입니다.





저희도 그 점은 무척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생각해주셨으면 하는 것은





저희 코카콜라 본부에서도 중국에 커피를 공급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는 점입니다.





아니 꼭 중국과 거래를 하고 싶습니다.





저희도 외교 논리를 경제논리에 적용받고 싶지 않습니다!"






순간 정적.





“이건 어떻습니까?”한국 대표 김상표씨가 일어났다.





“평화를 위해 유엔 기구가 있듯이, 저희도 비영리기구 커피 유엔을 만드는 겁니다.”





“커피 유엔?”사람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네. 맞습니다. 커피 유엔.”





“거기서 정확히 하는 일이 무엇이죠?”





“코카콜라와 긴밀한 협조를 맺어 각국의 수요에 맞도록 커피빈을 공급하는 겁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중요한 임무는 각국에서 돈을 걷어 그 돈으로 코카콜라가 해낸 것처럼 에디오피아에 커피 재배를 시작하는 겁니다.





연구소를 세우고 각국이 협력한다면 못 해낼 것도 없습니다.





현재 코카 콜라에 의지하고 있는 커피 공급을 비영리 기구인 커피 유엔이 담당하는 겁니다.”





모두가 박수를 쳤다.





“당연히 이 커피 유엔에 가입하는 것은 의무가 아닙니다.





자발적으로 가입하고자 하는 국가만 참여하면 됩니다.





하지만 커피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고자 하는 국가라면 얼마간의 돈을 지불하더라도 가입하겠죠.”





“좋습니다. 커피 유엔의 창설, 모두 찬성하시나요?”





이 안건은 즉시 표결에 부쳐졌다. 전원 찬성으로 안건이 통과되었다.





커피유엔에서는 코카콜라에서 각 커피 회사에 독점 공급하던 커피빈을 사들여 각국의 커피 수요에 맞게 재분배 하는 역할을 맡는다.





동시에 커피 유엔에서는 에티오피아에 커피 연구소를 설립해 커피 재배에 박차를 기하기 시작했다.





한국 정부는 커피 유엔이 창설되자마자 커피 인구의 지지와 성원에 등을 떠밀려 첫 번째 가입국이 되었다.

keyword
이전 18화커피 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