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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명 Jan 16. 2023

삼십분 글쓰기

마중물 글쓰기

지난 주에 기쁜 일이 있었다. 소소하게 매일매일 제발 오늘만 무사히! 하면서 지나가는 일상이었지만 그런 나에게도 좋은 일이 생겨버렸다.


요새 나의 목표는 글을 꾸준히 쓰자, 이다. 조건이 있다. 아무런 희망 없이! 내 글이 어딘가 출판되거나 명작이 나올 거란 기대 없이 그냥 쓰자. 그런 생각으로 쓰는 거다. 지금 이 글처럼.


그날도 그런 생각으로 글을 썼던 거 같다. 일단은 노트북을 켠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 타이머를 맞춘다. 삼십분.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 이 시간 안에 뭐라도 만들어야 한다. 그게 나의 미션이자 의무이다. 내용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일단은 채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절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뭘쓸까. 뭘쓸까. 삼십분이라는 시간을 정해두면 머리속에 경보등이 켜진다. 머리속이 바빠지면서 뭔가 쏟아낼 것을 생각하게 된다.


입부만 써놓은 소설을 이어가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이다. 하지만 내용이 진행되지 않는다. 다음 내용이 붙지 않고 머리속이 그저 회색이다. 삼십분 내로 성과를 볼 수 없다는 판단이 든다. 바꿔야 한다.


그래. 내 생각을 쓰자. 또는 내 이야기.


그런 심정으로 내 안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러다 보면 어두운 내용의 에세이가 나오기도 한다. 상관없어. 내 목표는 글을 쓰는 거야. 아무런 희망 없이. 고맙게도 잘 쓰려고 하는 마음은 사라졌다. 그건 내 밖의 일이다.


그러다가 탄생한 글이다.


우리집 고양이가 변기 속 물을 핥아먹는 광경 목격담.

https://brunch.co.kr/@nokid/306


써놓고 그냥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런데 토요일 브런치에 들어와보니 갑자기 조회수가 만을 넘어가 있었다. 카카오뷰나 다음포털과 같은 외부 채널에 노출된 게 분명했다.


그리고 공감 숫자가 스무 개가 넘어가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지. 어안이 벙벙했다. 댓글도 두 개나 달리고.


나는 다시 찬찬히 내 글을 읽어보았다. 다시 읽으니 꽤 괜찮은 글처럼 느껴졌다. 이게 그 신호일까. 뭐라도 꾸준히 하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명강사들이 하는 이야기. 내친 김에 그림으로도 그려보았다. 그림 그리는 시간이 행복했다. 나에게 그림을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고 자랑도 했다. 선생님도 내게 칭찬을 해주셨다.


지금 그 글은 삼만뷰를 넘어섰고 공감 숫자는 37개이다.


그런 말이 생각났다.

성공할지 안 할지는 미리 알 수 없지만 성공하고 싶다면 그 확률을 높여가야 하지 않겠느냐, 하는 말.


나에게 매일의 글쓰기란 베스트 셀러 책 출간의 마중물이다.


앗. 또 너 희망하고 있구나.

아까는 아무런 희망 없이 쓴다고 했으면서.

그래. 그게 나야.

희망하지 말아야 한다고 다짐하면서 은밀히 희망하는 나.

사실 내면의 희망이 너무나 큰 나.

이렇게 조금이나마 인정을 받으면 내면의 그 큰 희망이 스멀스멀 기어나와 어떻게든 소리를 치지 않고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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