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 안에 가리비가 활짝 벌어져 있다. 그 위에 모짜렐라 치즈가 올려 있다. 종업원이 가위로 가리비를 두 동강 낸다. 처음엔 내가, 그리고 그녀가 하나씩 집어 초장을 찍는다.
지금 우리는 왜 결혼 전에는 다정했던 남자가 결혼을 하고 나면 텔레비전만 보는 무뚝뚝한 남자로 변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내 앞의 이 여자는 주말부부이다. 사실은 주말부부를 가장한 별거중이다. 하지만 그녀는 애써 그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꼭 그 사람이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그녀가 묻는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조개를 집는다.
-같이 한 잔 하실래요?
그녀와 나는 옆을 본다. 남자 둘이 앉아 있는 테이블. 한 쪽은 캡 모자를 쓰고 구릿빛 어깨를 드러내고 있다. 한 쪽은 검은 트레이닝 복을 입고 있다.
-구운 조개도 드셔보세요.
그는 우리 테이블로 조개가 담긴 접시를 건넨다. 사실 아까부터 옆테이블에서 조개 굽는 냄새가 근사했다.
-이대 이 딱 좋네요.
그가 둥근 철제 테이블을 붙인다. 우리는 새침하게 그들이 하는 걸 보고 있기만 하다.
어렸을 적에, 몇 년에 한번 그야말로 가뭄에 콩 나듯이 바닷가에 놀러가잖아요. 사촌들하고 뻘에서 뛰놀다가 조개 입을 열어본다고 이마빡에 힘을 빡 주고 벌리잖아요. 안 열리면 손톱으로 손톱 다 나갈 정도로 힘을 주고. 그렇게 열어보면 진흙이 들어앉아 있는 거예요. 그게 진흙이 들어가 있는지 조개가 들어가 앉았는지 모르는 거지. 열어보기 전까지는.
그가 술을 권한다. 이것도 인연인데 한 잔 합시다. 예쁜 아가씨들.
이 남잔 진흙일까, 아니면 쫀득한 조갯살일까. 내 앞의 접시에 그가 구운 조갯살이 올려 있다.
-자기도 해수욕장에서 조개껍데기 열어본 적 있어?
날 데리러 온 남편의 차 안에서 묻는다. 남편은 내 쪽을 쳐다보지도 않고 대답한다. 아니, 난 해수욕장에 가본 적이 없어. 부모님이 장사하느라 못 데리고 가서. 그가 내 허벅지 안쪽을 쓰다듬는다. 난 청바지 위로 그의 것을 만진다. 지금 내가 위험하다는 걸 남편은 알까? 내 전화번호 목록에 오늘 만난 그가 저장되어 있다는 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