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먹고 그녀는 침대에 걸터앉아 있다. 그도 나와 똑같은 걸 생각하고 있을까, 지금. 그녀는 거울을 통해 침대 한 쪽에 누워 있는 그를 보며 생각한다. 그녀는 그의 등 뒤에서 허리를 안는다. 슬쩍, 그의 성기를 잡아 본다. 시들어져 있다.
처음 남자의 페니스를 보았을 때 그녀는 그 부풀어 오르는 정도에 당황했다. 아래로 처져 있던 게 서서히 고개를 쳐들더니 우람하다, 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단단해 졌을 때. 거침없이 그녀의 안을 공격하던 때. 처음에는 그의 손 안에서 커졌고, 후부터는 그녀의 입 안에서였다. 남기남이란 남자가 있었대. 첫날 밤, 신부가 물었대. 이걸 다 넣어요? 그러자 그 남자가 뭐라고 했게. 그럼, 남기남? 이 농담을 들은 건 초등학교 때였는데 남자의 물건을 처음 보았던 날, 그녀는 난데없이 이 이야기가 떠올랐고 그게 지워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그의 물건은 별 반응이 없었다. 그가 천천히 그녀 쪽으로 돌아눕는다면 그걸 입에 넣고 빨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라는 생각을 할 무렵 그는 정말로 돌아누웠다. 천정을 향해. 그러자 이번에 그녀는 그걸 입에 넣을지, 고민 중이다. 그도 같은 생각을 하는지 미동이 없다. 그러자 천천히 일어난다. 그녀 쪽은 보지 않은 채로. 그녀는 그가 왜 화장실에 가는지 알고 있다. 오줌이 마려운 상태에서는 발기가 잘 안 된다는 것도. 육 개월이나 같이 산 마당에 이 정도는 알고 있다. 그가 오줌을 누고 양치를 하고 돌아올 거란 사실도 알고 있다.
그가 화장실에 있을 동안 가슴이 두근거렸던 적도 있다. 그가 맨 몸으로 그녀에게 다가올 때면 설렜던 적도 있다. 이제는 그녀 자신이 오르가즘을 느끼는 것보다 그가 사정을 못할 까봐 노심초사하게 된다. 있을 수 없는 일이야. 그가 내 육체에 반응하지 못하는 날이 오는 게. 처음 그 날만 해도 그랬다. 있을 수 없는 일이였다. 그에게 그녀는 늘 탱탱한 욕망의 화신이어야 했다. 처음 그저 고꾸라진 날. 막 피스톨 운동을 하다가 고꾸라진 날.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날인가 그는 몸이 말을 듣지 않을 것 같다며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 날 밤부터 웹서핑을 시작했다. 권태기라는 단어와 조루, 그리고 이별 등등의 키워드들과 함께 밤을 보냈다. 그는 돌아누워 자고 있었다. 그녀는 천장을 바라보며 그의 코 고는 소리가 지나치게 크다는 걸 깨닫고 있었다. 그래서 몇 번이나 깼다는 것도.
-빨아줄까.
몇 번의 입맞춤을 하고 그녀는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그가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쉽사리 부풀어 오지 않는다. 초조해진다. 그가 그녀의 성기를 만질 때마다 차마 아프다는 말은 하지 못했다. 그러자 그는 그녀의 입에서 성기를 빼어 자신의 오른 손에 넣고 세차게 흔들어댄다. 그녀는 그의 표정을 상상할 수 있다.
그는 그녀의 학교 후배였다. 방학 동안만 같이 살자는 제의를 그녀가 받아들인 건, 순수한 호기심에서였다. 그는 방값을 내고 마루에서 잠을 잤다. 그리고 매일 싸돌아다니다가 밤에 집에 왔다. 도서관에서 책을 볼 때,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도시락을 싸왔다면서.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긁어다가 볶음밥을 만든 것이었다. 그는 비닐 봉투에서 락앤락 통을 꺼냈다. 그녀가 시골 집에서 반찬을 나를 때 쓰는 락앤락 통이었다. 그리고 숟가락을 두 개 꺼냈다. 그건, 집에서 밥 먹을 때 쓰는 밥숟가락이었다. 손잡이에 학이 달을 바라보는 문양이 새겨 있는 은색의 밥숟가락. 그 숟가락으로 밥을 먹다가 그녀는 그의 얼굴을 보고 싶었지만 왠지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행여 숟가락이 마주칠까 그녀는 조신하게 밥을 떴다. 그리고 가슴이 두근거려서 제대로 먹을 수가 없었다.
어느 날 그는 마루가 너무나 춥다며 방으로 들어왔다. 그 둘은 각 벽 끝에 잠자리를 폈고 서로가 잠을 자기 위해 각고의 사투를 벌인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말 한 마디 나누지 않았다. 아침이 밝아오자 그는 퀭한 눈으로 물었다. 잘 잤어? 그녀 역시도 퀭한 눈으로 답했다. 어, 너는?
화장실에서 나는 소리를 감추기 위해 그녀는 몇 번이나 물을 내려야 했고 전철 역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들어오는 날도 많아졌다. 어느 밤, 그녀가 샤워를 하고 방에 들어갔을 때, 그가 그녀의 이불 속에 들어 있다는 걸 알면서 그녀는 모른 척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어둠이 고마웠다. 다음 날 둘은 깨어났지만 한참을 안고만 있었다. 잘 잤어? 목소리가 몸 안에서 울려 나왔다.
하지만 이제는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도 그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헤어짐을 받아들이려 그녀는 자꾸만 이유를 만들어냈다. 그는 복학을 해야 했고 곧 이 도시를 떠나야 할 사람이었다. 그는 코를 심하게 곤다. 그는 연락하고 지내는 여자가 많다. 그와 한 방에서 잠을 자고 한 달 정도 후의 일이었다. 아르바이트를 끝낸 그녀가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급하게 약속이 잡혔다면서 나가는 중이라고 했다. 누구? 어, 교회 누나. 밥 사준다고 강남으로 오라네. 올 때 뭐 사올까? 아니 됐어. 그가 빠져나간 방에서 그녀는 혼곤한 잠에 빠져들었다. 어찌나 깊이 잠이 들었는지 그가 들어오는지도 몰랐다.
그는 학과 내에서도 바람둥이로 유명했다. 그 애 때문에 눈물 흘린 여자들이 몇이었던가. 혼자 살다보니 내 마음도 약해졌던 거야, 그녀는 차츰 이렇게 마음을 잡아가고 있었다. 바로 내일이었다. 그가 떠나기로 한 날이. 사랑도 아닌 어정쩡한 것에 더 마음을 다치기에 그녀는 나는 나이가 들어가고 있어. 그녀는 그와 헤어질 이유 하나를 추가했다.
그는 깊이 잠들어 있다. 사정을 마친 그는 마치 십대 소년처럼 싱그러운 얼굴을 하고 있다. 그녀는 그의 품 안에서 빠져 나오려고 애를 쓴다. 이제 출근 준비를 해야 할 시간이다. 문득, 세상이 조용해 진 것 같다. 무심결에 창 밖에 눈길을 준다. 첫 눈이 오고 있다. 그녀는 그의 팔을 빠져 나오려다 말고 그의 허리를 안는다. 조금, 십분만 더 있자. 그녀는 그의 귀에 대고 속삭인다. 사랑해. 잠결에 그는 그녀의 허리를 더 세게 끌어안는다. 이 둘은 지금 밀착되어 있다. 종이 한 장도 두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