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가 마주했던 떨림을 잊지 않기로 해


창밖으로 헐벗은 나무들이 휙휙 지나갔다. 그녀는 무엇 때문인지 몸을 최대한 옹송그리고 유리창에 몸을 붙이기라고 할 듯이 달라붙어 있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운전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가끔 졸리면 껌통에다 손을 넣어 껌을 꺼냈는데 그때마다 그녀는 더욱 창 쪽으로 몸을 붙였다.


고속도로를 달린다는 건 참 쾌적한 일이구나, 그녀는 생각했다.

내가 누군가의 옆에서 이렇게 앉아만 있어도 차는 굴러가는구나.


그와 함께 있을 때는 꿈도 못 꿔볼 일이었다. 그는 화가 많은 사람이었다. 성질머리가 더러워서 늘 그녀를 주눅 들게 했다.


언젠가 고속버스 뒷자석에서 그녀가 핸드폰을 꺼내 바깥 풍경을 촬영한 적이 있었다. 그녀 생각에는 자동차의 헤드라이트들이 휙휙 지나가는 게 마치 꿈같았다. 희뿌연 안개사이에서 부드러운 노란 빛들이 서로를 지나치는 것들이. 그는 낮게 으르렁거렸다. “당장 끄지 못해! 쓸데없는 걸 왜 찍고 그래.”


뒷자석의 창문이 부드럽게 열렸다. 바람이 차 안으로 밀려들어왔다. 그녀의 몸 안에서 떨림이 시작되었다. 그는 환기가 필요했고 그녀를 배려해 앞 창문을 열기보다는 뒷 창문을 여는 사람이었다. 그녀가 하자는 대로 군말 없이 따라주는 스타일이었다. 그와 만나고 그녀는 자신을 둘러싼 공기가 달라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 웃음이 늘었다. 나날이. 그리고 언젠가 그와 결혼할 것을 알았다.


-그녀가 결혼한다고 하네요. 축하해 줘야 하는 걸 아는데 참 힘드네요.


라디오에서 문득 이야기가 들려왔다. 그녀 이야기가 아닌데도 갑자기 눈물이 났다. 뜻밖이었다. 그녀는 눈물을 숨기려 더욱 더 유리창에 달라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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