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말 안 듣는 1학년 남자 아이의 일기 쓰기

by 노콩

우리 첫째 아들의 일기를 소개했으니, 이번엔 둘째 아들의 일기도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 둘째는 본인 생각이 뚜렷한 아이다. 장난감 가게에서 물건을 고르라고 하면, 금방 자기가 원하는 것을 찾아낸다. 내가 더 좋은 물건을 찾아오거나 시간을 더 줘도 처음 골랐던 물건을 잘 바꾸지 않는다. 장난감 가게에서 이것도 들어봤다, 저것도 들어봤다 뭘 살지 몰라 갈팔질팡하는 첫째와는 완전 딴판이다.


또 둘째는 주변 상황이나 다른 사람들 말에 잘 흔들리지 않는다. 등굣길에 지렁이가 보이거나 무당벌레가 보이면 일단 앉아서 관찰한다. 지각이 임박해서 엄마 속이 타들어 가든지, 뛰어가던 친구가 빨리 가자고 보채든지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 일단 본인의 용무가 끝나야 몸을 움직인다.


그런 아이와 일기 쓰기를 할 때는 일단 참을 인(忍)자를 세 번쯤 그려야 한다. 아이는 일기장을 펼쳐놓고 결코 바로 일기를 쓰는 적이 없다. 손톱 정리를 하거나 책상 위에 물건들을 만지작거린다. 또는 이 연필은 잡기가 불편하고, 다른 연필을 꺼내주면 연필은 괜찮은데 잡고있는 팔이 아프고 등등의 온갖 핑곗거리를 늘어놓는다. 그런 상황을 슬슬 구슬려가며 일기 쓰기의 글감을 찾아 ‘어떤 이야기를 쓸까?’ 하며 대화를 시도해 본다. 기분 좋을 때는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며 호응해주지만, 기분이 안 좋을 때는 DON’T TOUCH ME 모드를 유지한다. 뭘 쓸 건지 안 가르쳐주고, 혹시라도 끼어들면 세상 귀찮아한다. 그럴 때는 어쩔 수 없다. 그냥 ‘네 맘대로 해라’ 내버려 둬야 한다.


다행히 우리 둘째는 첫째보다 문장력이 있는 편이다. 주어에 맞게 비교적 서술어를 잘 갖다 붙인다. 앞뒤 문장이 잘 연결되도록 문장을 쓴다. 사건의 흐름도 대충대충 뛰어넘지 않고 자세히 쓸 수 있다. 두 녀석을 똑같이 지도해도 이렇게 다른 걸 보면 글쓰기 능력도 약간은 타고나는 게 아닐까 싶다.

둘째의 최근 일기는 눈 다래끼와 관련된 내용이다. 그때 학교 과제가 ‘흉내 내는 말 넣어 일기 쓰기’라서 그런 표현을 나와 함께 상의해서 일부러 넣었던 기억이 난다. (학교 선생님이 내주신 과제이지만, 실제 흉내 내는 표현을 쓰니 일기가 훨씬 풍성해지고 재밌어졌다.)


아이들이 일기를 쓸 때 상황을 자세히 쓸 수 있도록 도와주면 좋다.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논 얘기를 쓰고 싶지만 ‘놀이터에서 놀았다’ 말고 다른 내용을 쓸 수 있다는 생각을 잘 하지 못하는 것 같다. 혹은 그 놀이 과정과 상황을 전부 적는 것에 대해 버겁거나 부담스럽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럴 때 누구랑 놀았는지, 어떻게 놀았는지, 그때의 기분은 어땠는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자세히 쓸 수 있도록 유도해주면 좋다. 그리고 그런 대화를 하다 보면 의외로 소재가 놀이터에서, 놀이터 옆 화단에서 본 달팽이 얘기로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면 저절로 이야깃거리가 많아질 것이다. 본인이 진짜 쓰고 싶은 얘기를 찾으면, 할 말이 많아지는 법이다. 혹시 아이와 일기 소재를 찾기 위해 대화를 나눴는데, 아이가 그 이야기에 더 살을 붙이지 못 한다면 소재를 다른 것으로 바꿔 볼 것을 권한다.




<일기 소재, 글감 찾기>

아이가 일기에 붙인 제목과 그 내용이 다른 경우를 종종 봅니다. 아이가 쓰면서 생각해보니 다른 것이 더 흥미로웠고 인상 깊었기 때문에 그랬을 텐데요. 그래서 일기를 쓰기 전에 아이와 충분히 대화를 나눠보면 좋습니다. 아이와 얘기를 나누다 보면 어떤 얘기를 하고 싶은지 금방 감이 올 겁니다. 아이가 신나서 하는 이야기, 자세히 말할 수 있는 이야기, 바로 그것을 글감으로 잡아 일기를 써보세요. 오래 걸리지 않고 금방, 쉽게 쓸 수 있을 겁니다.


엉뚱하고 귀여운 나의 둘째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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