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적이고 수줍음 많은 1학년 여자아이의 일기 쓰기

by 노콩

윤서는 공주님처럼 예쁜 아이였다. 공주님처럼 예쁘게 꾸미는 것도 좋아하고, 수줍게 웃는 모습도 정말 예뻤다. 엄마도 예뻤다. 그리고 두 사람은 교환일기를 쓸 정도로 알콩달콩 사이도 좋았다. 나는 중학교 때 내 단짝이랑 나누던 교환일기를 딸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부러웠다. (난 딸이 없기에 ㅜㅜ) 그래서 윤서에게 어떤 기분인지, 교환일기가 재밌는지 물어보았다. 그런데 윤서는 몸을 살살 꼬더니 씩 웃었다. 나도 덩달아 입꼬리를 올리며 ‘그래 이제 얘기해 봐’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윤서는 내 눈을 보고 또 씩 웃기만 했다. 이럴 수가. 아이는 낯선 사람인 나와는 좀처럼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아이가 흥미 있을 만한 그 집 강아지 ‘초아’ 얘기를 물어봐도, 세상에서 제일 좋아한다는 엄마 얘기를 해봐도 아이는 ‘홍홍홍’ 웃기만 했다. 진땀이 났다. 오늘 무슨 얘기로 일기를 쓴단 말인가. 그때 진열장에 액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아이가 어렸을 때 경찰 옷을 입고 찍은 사진이었다. 윤서의 아빠는 경찰이었다. 뭔가 일반 사람들과는 다른 얘기가 나올법한 소재였다.

“윤서 경찰서에 가봤어? 어땠어?”

“무서웠어요.”

드디어 윤서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나는 이야기를 더 끄집어 내보려고 했다.

“그랬구나. 어떤 게 무서웠을까?”

‘홍, 홍, 홍.’

아이는 또 웃었다. 나는 혼자서 별 얘기를 다 했던 것 같다. ‘범인들은 왜 있을까?’ ‘감옥은 어떤 곳일까?’ 그런데 의외로 아이가 흥미를 보인 것은 ‘아빠’였다. 나는 얼른 물어보았다.


“윤서 아빠는 어떤 아빠야? 힘이 세? 아니면 잘 놀아줘?”

“우리 아빠는 경찰인데 경찰 같지가 않아요.”

“아 그래? 왜 그럴까?”

“그냥 내 아빠니까.”


그렇다. 남들 눈에는 경찰이지만 윤아 눈에는 그냥 아빠인 것이다. 경찰 아빠는 뭔가 다르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윤서에게 아빠는 그냥 아빠 그 자체였던 것이다.

“그럼 오늘 그 얘기로 일기를 써 볼까?”




사실 이 일기를 한 번에 쭉 써 내려가지는 못 했다. 그 역시도 낯선 내가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는 윤서가 막힐 때마다 질문을 했다. “왜 아빠는 잠만 잘까?” “왜 아빠는 늦게까지 일할까?” 윤서는 여기에 적지는 않았지만 범인은 밤에 다니기 때문에 아빠가 밤에 일을 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윤서 할머니 댁이 배 농사를 짓는데 아빠는 쉴 때 거기 가서 일하신다는 얘기도 했다.


“아빠는 참 피곤하겠다.”

우리의 대화는 어느새 아빠를 공감하고 이해하는 내용으로 가고 있었다. 대화 도중 윤서는 벌떡 일어나 어딘가로 갔는데, (그때 좀 당황했다.) 색연필을 가지고 오더니 말하는 내내 일기장에 그림을 그렸다. 색깔도 어찌나 예쁜지. 정말 ‘여자 여자’ 하는 일기였다.


내성적이고 수줍음이 많은 윤서와의 일기 코칭은 진땀의 연속이었지만, 내게 없는 딸의 느낌을 전해주어서 흐뭇한 시간이었다.



<일기를 쓰다가 막힐 때>

아이가 글을 쓰다가 더 이어가지 못하면 ‘그래서’, ‘왜냐하면’, ‘그리고’ 등의 접속사를 불러주면 좋아요. 그러면 그 말에 따라 아이는 이야기를 생각해내고 적게 된답니다. 어릴 때는 일단 양을 많이 쓸 수 있게 늘려주세요. 책 읽을 때도 글밥을 늘려가는 게 중요하듯이 글쓰기도 일단 양을 늘리는 게 필요해요.




윤서와 엄마의 알콩달콩 교환일기~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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