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아는 아빠 회사 때문에 6세부터 10세까지 4년간을 일본에서 살다 왔다. 말하자면 초등학교 입학과 1, 2학년을 일본에서 지낸 셈이다. 그러다 보니 현아의 요즘 고민은 ‘맞춤법’이다. 곧 4학년이 될 테고 해야할 공부가 더 많아질 거라서 맞춤법에 대한 조바심이 더 많았다.
나는 현아의 지난 일기들과 독서록을 읽어보았다. 어머니 말로는 아이가 논술 학원을 다니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글쓰기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다. 양도 한 페이지를 꽉 채울 만큼 제법 많이 쓸 수 있었다. 현아와 대화를 나눠보니 아이는 이해력이 빠르고, 기본적인 과제 수행 능력이 있었다. 즉 엉덩이 힘이 있는 아이였다. 나는 현아에게는 조금 다른 것을 시도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기존에 알고 있던 일기 형태와는 다르게, 오히려 수필에 가깝게, 일기 코칭을 해보았다.
“일기를 꼭 하루의 일을 기록하는 형태로만 쓸 필요는 없어. 평소 현아의 생각이나 느낌을 적어도 돼. 예를 들면 ‘핑크색’에 대한 생각. 나는 어릴 때 핑크색을 좋아했는데 언제부터인가 여자 색이라는 인식이 있어서 더 이상 안 좋아하게 됐다. 그런데 왜 색깔에 남자 여자 구분을 짓는 걸까? 그냥 좋아하면 안 되나? 뭐 이런 식으로 써보는 거지.”
현아는 내 말에 뭔가 새로운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아~’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온 작품(!)이 바로 유리컵이었다.
유리컵이 깨질까 봐 불안했던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리고 강박증처럼 유리컵을 볼 때마다 그런 느낌을 가지는 사람도 있다. 나는 그래서 현아의 일기가 더 재밌고 공감이 되었다. 지구를 생각해 종이컵을 쓰지 않겠다는 마음도, 투명한 유리컵은 내용물이 잘 보여 더 예쁘다는 생각도 모두 모두 현아만의 느낌이 나서 좋아보였다.
나는 현아의 맞춤법은 글쓰기가 모두 끝난 후에 고쳐주었다. 현아 뿐만아니라 아이들 심지어 어른들도 자주 틀리는 부분들이었다. 그래서 현아의 맞춤법 상태가 그리 심각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아는 집중도도 높고, 하려는 의지가 있어 금방 맞춤법 부분도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무튼 아이가 집중해서 일기를 쓰고 있을 때는 틀린 글자를 지적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주는 게 좋다. 머릿속에서 이야기를 끄집어내고 문장을 만드느라 바쁜데 갑자기 틀린 글자 지적을 해버리면 머릿속이 하얗게 백지화되고 만다. 글을 모두 쓰고 나서, 글에 대한 품평도 마치고 나서, “그럼 틀린 글자 좀 짚어 줄까?” 하면서 맞춤법을 고쳐나가는 게 좋다.
그리고 일기를 통해 맞춤법을 고쳐주면 좋은 점이 또 하나 있다. 일기에는 그 아이가 자주 쓰는 말이나 표현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런 단어를 고쳐주면 아이는 그다음에는 잘 틀리지 않는다. 자신이 자주 쓰는 표현이기 때문에 일반 받아쓰기에서 본 단어들보다는 관심이 높고, 쓸 때마다 생각해서 여러 번 교정되기 때문이다.
만약 받아쓰기로 스트레스받는 아이가 있다면 일기를 통해 맞춤법을 잡아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맞춤법 교정하기>
틀린 글자를 짚어줄 때는 글쓰기가 마무리 된 다음에 하는 게 좋아요.
‘돼다’와 ‘되다’의 차이
‘돼-’는 ‘되어’의 줄인 말이라고 하죠? 그래서 ‘되어’라고 말을 넣어 자연스러우면 ‘돼’를 써도 된다고 알려주지만, 언어감각이 부족한 아이들에게는 이런 설명도 어렵습니다. 그냥 나올 때마다 알려주세요. 자주 보고 익혀서 익숙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번에 틀렸는데 또 틀렸다고 할 필요도 없어요. 그냥 나올 때마다 알려주시면 됩니다.
‘않-’과 ‘안-’의 차이.
언제 않을 쓰고 언제 안을 쓸까요. 둘 다 부정의 뜻인데 앞에 쓰면 ‘안’ 뒤에 쓰면 ‘않’입니다. 무슨 말이냐면, ‘안 떨어뜨린다’라고 쓰고 ‘떨어뜨리지 않는다’라고 씁니다. 그리고 ‘안’을 쓸 때는 자연스럽게 띄어쓰기가 따라와요. ‘안떨어뜨린다’라고 쓰는 건 어색하죠? 그러니 띄어쓰기를 해야 할 것 같을 때는 ‘안-’을 쓰세요.
‘떨어뜨리다’와 ‘떨어트리다’
둘 다 맞는 표현이에요. 우리 현아는 ‘떨어트리다’라고 썼네요.
'-이' 와 '-히' 의 차이.
큰 규칙은 발음나는 대로 쓴다 입니다.
그러나 발음도 헷갈릴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하다'를 붙여봅니다.
'하다'를 붙여자연스러우면 '-히' 아니면 '-이 '입니다.
'조심하다' 가 자연스러우니 '조심히' 라고 쓰는게 맞겠죠.
다면 '반듯이' '깊숙이' 처럼 받침에 'ㅅ' 'ㄱ' 이 있으면 '-이'가 붙는 예외가 있어요.
'틈틈이' '촘촘이' 처럼 반복되는 말은 '-이'를 붙이는데 이 경우도 일부 '-히'를 붙이는 예외가 있답니다.
와~ 한국어 문법 참 어렵네요^^;
현아의 일기 '유리컵'은 그 후 수필식 일기 쓰기의 샘플로 다른 아이들에게 많이 소개해주고 있어요.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멋진 작품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