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좀 쓰는 2학년 남자 아이의 일기 쓰기

by 노콩

재호(가명)는 어릴 때부터 문자에 관심이 많았다. 아기일 때도 집에 전단지가 오면 그걸 하루 종일 들여다보며 놀았다고 한다. 예전에 재호가 우리 집에 놀러 온 적이 있는데 독서록 숙제를 해야 한다며 앉은 자리에서 6권을 읽은 적이 있었다. 난 그 모습이 경이롭기까지 했다. 그리고 아이가 독서록을 쓰는데 내용도 다 기억하고, 심지어 인상 깊은 내용도 각각 다르게 적었다. 또 한 번 입이 떡 벌어졌다. 그런 재호가 쓰는 일기는 어떨까. 두근두근 궁금했다.


재호는 맞춤법도 거의 틀리지 않았고 심지어 이야기 하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나가는 힘도 있었다. 보통의 아이들은 장난감을 가지고 논 얘기를 쓰면서, TV 본 얘기도 쓰고, 밥 먹은 얘기도 쓴다. 하지만 재호는 무슨 장난감을 어떻게 가지고 놀았는지 그래서 느낌이 어땠는지 하나의 완벽한 글쓰기로 써 내려갈 줄 알았다. 솔직히 놀라웠다. 뭔가 한 레벨 위에 있는 느낌이었다. 나는 재호에게는 다양한 표현법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사람들은 기분이 좋으면 기분이 좋았다. 신났다. 즐거웠다. 이런 식으로 쓰거든. 그런데 매번 같은 표현을 쓰는 건 재미없잖아. 구름 위를 나는 기분이었어. 포근한 이불을 덮고 있는 느낌이었어. 이런 식의 표현도 좋지 않을까?”


재호는 금방 내 말을 알아들었다. 그리고 바로 글을 써보자고 했다. 제목도 ‘글쓰기’였다.




재호가 쓴 것 중에 ‘눈앞이 캄캄했다’라는 표현은 책을 많이 봐서 나온 표현이다. 그러나 ‘즐거운 비명을 터뜨릴 정도였다’라는 것은 재호만의 생각이 들어간 재호만의 표현이다. 바로 이렇게 글을 써내는 것이 기특하고 신기했다. 글쓰기를 마친 후에는 이런 이야기도 해주었다.


“재호야. 여기 글쓰기할 때 생각 적기가 어려웠는데 다행히 성공했다고 했잖아? 이 부분을 좀 더 설명해주면 재밌을 것 같아. 왜 생각 적기가 어려웠는지, 단어가 안 떠올라서 그랬는지 좋은 표현이 생각나지 않아서 그런 건지 적어주고, 그래서 결국 어떤 표현을 적었는지 그건 어떻게 생각해냈는지, 그런 내용들을 자세히 적어주면 진짜 재호만의 글이 될 것 같아.”


라고 말이다. 재호는 영특한 아이였다. 금방 내 말을 이해했고 자신의 글에 대해 피드백해주는 것을 좋아했다. 재호의 꿈은 동화작가라고 한다. 정말 이대로 쭉 글쓰기를 해간다면 재호는 젊은 나이에 ‘작가’라는 이름을 얻게 될지도 모른다. 나는 재호에게 꾸준히 글쓰기를 해보라고 했다. 사실 글을 시작하기는 쉬운데 끝까지 써내기가 어렵다. 나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쓰다말다 쓰다말다 하다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으로 한 편의 동화를 완성했던 기억이 난다. 재호에게도 그 이야기를 해주었다. 재호는 나보다 더 일찍 동화 한 편을 써낼지도 모른다고 하면서.


일기는 아이들이 처음 써보는 글쓰기이다. 그래서 꼭 숙제로만 생각하지 말고 혹은 단순한 일과 쓰기로만 한정 짓지 말고 다양한 시도를 해봤으면 좋겠다.




<다양한 표현의 일기 쓰기>

아이들의 일기는 대부분 ‘재밌었다. 다음에 또 해야지.’로 끝납니다. 그래서 다른 표현을 써볼까? 하면 ‘신난다’, ‘즐거웠다’로 말만 바꾸게 되지요. 아이들에게 조금 더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해주면 어떨까요? 제 경우에는 아들에게 더운 날씨를 좀 더 다르게 표현해보라고 했더니 ‘물컵이 땀 흘리는 날씨’라는 멋진 표현을 해주었답니다. 관용적으로 쓰는 표현이 아니어도 좋고 엉뚱하고 말도 안 되는 표현이라도 좋아요. 아이가 다르게 표현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재미있고 개성 있는 글쓰기가 될 거예요.





미래가 궁금해지는 우리 재호. 나중에 멋진 동화작가로 이름을 날리게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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