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번째 코칭 대상은 정환이었다. 정환이는 올해 1학년이었고, 학교 과제로 1주일에 2회 그림일기를 쓰고 있었다. 내가 알고 있는 정환이는 마음이 따뜻한 아이였다. 놀이터에서 놀 때 자주 삐치는 우리 아들의 마음을 달래준 것은 항상 정환이었다. 그런 아이의 일기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다.
그동안 쓴 일기들을 읽어보았다. 1학년 아이답게 있었던 일 중심으로 정확하고 정직하게 일기를 쓰고 있었다. 그러나 정환이만의 감성,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따뜻한 감성이 묻어나지 않았다. 겪었던 일에 대한 생각이나 느낌 부분이 부족했다.
나는 정환이가 최근에 썼다는 ‘놀이터’라는 일기에 코칭을 시작해보았다. 아이가 친구와 놀아서 재밌었다는 내용이었다.
“근데 정환이는 00이랑 놀아서 왜 재밌었을까?”
그때 아이가 꺼낸 말은 놀랍게도 다른 곳으로 전학 간 친구 지호에 대한 이야기였다. 지호는 나도 알고 있는 아이다. 정환이와 지호 그리고 우리 집 둘째. 이 세 명은 그야말로 삼총사였다. 같은 어린이집을 다녔고, 같은 1학년 반에 배정이 되었고, 가까운 아파트 단지에 살며, 같은 놀이터에서 매일같이 놀았다. 땀으로 머리와 옷이 다 젖을 정도로 정말 매일 매일 놀았다. 한 명이 삐치면 (주로 우리 둘째였는데) 두 놈이 쪼르르 가서 왜 그래? 같이 놀자? 하고 달래서 데려오고, 화단에 신기한 벌레가 눈에 띄며 “야! 와 봐, 와 봐!”하며 큰소리로 불러 같이 벌레의 움직임을 감상했다. 정답게 놀았던 친구 지호가 전학 가고 정환이는 지호가 그리웠던 모양이었다. 정환이는 옛날엔 지호랑 많이 놀았는데, 지금은 00이랑 많이 놀 수 있어 좋았기 때문에 이 일기를 썼다고 말했다. 그러나 놀 때마다 지호 생각을 했을 정환이의 마음이 짠하게 느껴졌다. 마음에 품었던 누군가와 이별하는 일. 어른도 쉽지 않은데 여덟 살 아이의 첫 이별이 오죽할까.
나는 그 이야기를 적게 해보았다. 지호와 함께 놀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마음, 그래도 00이가 있어 다행이라는 그 마음. 그러나 결과적으로 좋은 글이 나오지는 못했다. 정환이에게 이런 글쓰기는 낯선 것이었고, 나도 첫 코칭이라 기술이 많이 부족했다. 더욱이 기존에 쓴 글을 수정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었던 것 같다. ‘새롭게 쓰는 게 필요하겠구나.’ 생각했다.
나는 정환이와의 코칭을 마치고 정환이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기를 쓰기 전에 정환이와 대화를 많이 하고 쓰기 시작하면 수월할 것 같다고 내 나름의 조언을 드렸다.
“그러게. 그래야 하는데, 할 게 너무 많고 빨리해야 하니까. 내가 물어보고 내가 대답해버려.”
하며 웃으셨다. 그렇다. 모든 집에서 겪는 일이고 나 역시 그랬던 적이 있다.
“그러니까 네가 힘들었던 거잖아. 그치? 힘들었다고 써.”
이런 식으로 말이다.
정환이 어머니와 나는 앞으로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고 대답할 수 있게 시간을 주고 기다려주자고 다짐했다. 아이가 쓰는 일기에 “왜 그런 마음이 들었을까?” 엄마가 질문만 해줘도 아이의 머릿속엔 수많은 이야기 가지가 뻗어나갈 것이고, 글쓰기는 훨씬 풍성해질 것이다. 그리고 질문하고 기다려주기. 아이의 침묵에 조바심 내며 이거 아닐까, 저거 아닐까 먼저 답을 말해버리지 않기. 그렇게만 해준다면 엄마표 일기코칭의 1단계는 완성이다.
<겪었던 일에 대한 생각이나 느낌 적기.>
모든 아이들이 심지어 어른들도 어려워하는 부분입니다. 몸으로 느낀 체험은 바로 쓸 수 있지만 생각이나 느낌은 한 단계 더 거쳐야 하는 일입니다. 평소 생각하는 습관이나 내 감정을 바라보는 경험이 많이 필요해요. 아이들은 이제 시작이니 지금부터 해보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