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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콩 Dec 17. 2021

엄마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이유

 집안의 불을 가장 먼저 켜는 사람. 아마 많은 가정에서 그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은 ‘엄마’일 것이다. 엄마가 일찍 일어나는 이유. 사실 아침밥 때문이다. 잘 때도 ‘내일 아침 뭐 먹지?’ 고민하며 잠드니까.      


 그런데 한 가지 이유가 더 있기도 하다. 아침 식사와 어제 치우지 못 한 집안 정리를 위해 일찍 일어나는 것도 있지만, 본인의 시간을 갖기 위해 일찍 일어나기도 한다. 가족들이 아직 자고 있는 시간, 아무도 깨어있지 않은 그 시간은 소중하다. 왜냐하면 방해받지 않으니까.     


 일찍 쌀을 안쳐 밥을 해놓고 잠시 앉아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릴 수도 있다. 보고 싶은 유튜브를 볼 수도 있고, TV를 켜서 아침 방송을 보기도 한다. 아이들이 널어놓은 옷가지와 장난감도 내 몸 하나 움직여 치우기만 하면 된다. 아이와 함께하는 낮 시간에는 옷을 들어 빨래통에 넣을 때까지 아이의 질문에 답해야 할 때도 있고, 택배가 와서 1층 현관문을 열어줘야 할 때도 있다. 숙제를 하지 않고 놀고 있는 아이에게 잔소리를 하다가 ‘아 나 뭐 하려 했지?’ 잊어버리기도 한다.     


 나는 온전히 나만을 생각하며 보낼 수 있는 이 시간을 더 오래 확보하기 위해 새벽 5시에 기상한다. 일어나서 주로 글을 쓰거나 책을 본다. 내가 하고 싶은 무언가를 한다. 내 주변에는 개인 사업을 하는 엄마들도 몇 있는데 그들도 일찍 일어난다. 그 시간에 사업과 관련한 아이디어도 얻고 밀린 업무를 처리하기도 한다. 또 내가 아는 몇 명의 엄마들은 그 시간을 밤에 확보하기도 한다. 아이들을 재우고, 자정 가까이 얻게 되는 그 시간에 좋아하는 드라마를 정주행하기도 하고, 온라인 쇼핑몰을 들락날락하기도 한다.     


출처 : 픽사베이


 그런데 이 시간이 확보되지 않으면 짜증이 난다. 아침이든 밤늦게든 나 혼자 온전히 있을 수 있는 시간을 자꾸 놓치면, 예를 들어 아이 재우다가 같이 잠들어버린다든지, 아이가 밤새 보채서 피곤해 일어나지 못 한다든지 하면 자꾸 화가 나고 예민해진다. 더 오래가면 무기력해지기도 한다. 해야 할 거리가 자꾸 쌓여가는 느낌이다.     


 그래서 깨달았다. 엄마에게 엄마 온전히 보낼 수 있는 여유 시간은 바로 ‘숨구멍’이라는 것을. 그 시간을 방해받고 싶지 않다. 가족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해 ‘늦은’ 또는 ‘이른’ 시간에 겨우 갖고 있는 것이다. 아이가 의도해서 내 시간을 방해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지만, 남편이 일부러 방해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그 숨구멍이 자주, 오랫동안 막히면 답답하다. 이유 없이 조급해지고 이유 없이 화가 난다.      


 엄마가 이른 아침 무거운 몸을 일으켜 불을 켰을 때, 그 헌신과 간절함을 알아주는 이가 있었으면 좋겠다. 가족의 아침을 챙기는 헌신,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은 간절함. 우리 엄마도 그랬다는 것을 나는 이제야 깨닫는다. 창밖의 드문드문 켜진 저 불빛 속에 그런 마음이 있다는 것을 나는 이제야 깨닫는다.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이른 새벽, 드문드문 불 켜진 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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