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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Jul 02. 2020

브런치 중독자 생활

왜 라이킷을 안 누르는 거죠?

     

하루에 브런치를 수십 번은 들여다본다. 브런치 홈에서 소개하는 글도 읽고, 가끔은 나우도 들어가고, 피드도 들어가 본다. 내 글에 라이킷을 눌러준 다른 작가들의 브런치도 들어가 본다.

     

그러다 구독자수가 엇비슷한 브런치를 만나면 눈이 동그래진다.


뭐지? 나보다 글은 14편이나 적은데 왜 구독자수는 비슷하지? 내가 더 많이 썼는데 왜?


작가 소개를 눌러보고 어떤 매거진을 쓰는지 확인한다. 글을 눌러서 읽어보며 나의 글과 무엇이 다른지를 생각해본다. 흠... 결국 라이킷을 누르며 수긍한다.      


방금 피드에 들어갔더니 구독하는 한 작가의 글에 라이킷 4개와 덧글 4개가 달렸다. 글을 올린 시간은 24분 전. 과연 내가 올린 글에도 24분 후면 라이킷 4개와 덧글 4개가 달릴까? 그럴 리 없겠지. 비교할 걸 비교해야지. 구독자가 865명이나 되는 작가에게 괜한 경쟁심리가 발동하기도 한다. (나중에 실제로 24분 후쯤 확인해봤다. 신기하게도 라이킷 4개가 달렸다. 덧글은 없었지만)     


새로운 글을 올리고 나면 더더욱 브런치를 뻔질나게 드나든다. 내 글을 몇 명이나 읽었을까, 라이킷은 얼마나 되나, 댓글을 남긴 사람은 없을까 확인하기 위해 수시로 파란 점을 누르고 통계를 확인한다. 내 글에 댓글이 하나도 안 달릴 때면 ‘내 글이 아무런 피드백을 못 받을 만큼 형편없었나?’ 하는 생각에 풀이 죽는다. 그러다 누군가 첫 댓글을 남겨주면 그렇게 고맙고 기쁠 수가 없다.      




가끔은 최근에 올린 글보다 한참 전에 써 둔 글의 조회수가 더 나오는 날이 더러 있다. 한 달 전에 쓴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글은 매일 글 통계 순위 3위 안에 오르내리곤 하는데 이상한 건, 오르는 조회수에 비해 라이킷 수는 제자리라는 것이다. 우리는 아버지의 죽음을 기다렸다


이 글의 조회수는 5,875회. 매일 몇십 회가량의 조회수가 발생하는데 라이킷은 늘 53에 머물러 있다. 라이킷이 왜 안 느는 걸까. 궁금해서 미치겠다.


분명 브런치 유입인데, 읽고도 라이킷을 안 눌러주는 사람들의 심리는 뭘까. 물론 나도 아주 가끔 그럴 때가 있긴 하다. ‘음... 내 스타일은 아니야. 또 들어와서 읽게 되지는 않을 것 같아.’ 뭐, 이런. 그래도 나는 읽고 나면 글쓴이의 정성을 생각해서 웬만하면 라이킷을 눌러준다.


다른 사람들은 언제 라이킷을 누를까. 이 글을 읽은 자신의 시간이 아깝지 않을 때, 공감할 무언가가 있을 때 눌러주지 않을까. 그렇다면 조회수에 비해 라이킷이 적은 건 '네 글은 공감할 거리가 없어. 정말 별로야. 내 시간이 다 아깝군' 이런 의미인 걸까.


돈이 드는 일도 아니고, 엄청난 시간이 필요한 일도 아닌데 왜 라이킷을 안 눌러주는 걸까. 왜? 왜? 갑자기 문학평론가 같은 마음이 되어서, 신랄하게 비판하고 싶은 마음이라도 드는 걸까. 아니면 원래 그 누구에게도 라이킷을 누르지 않는 사람들인 걸까. 덧글은 힘들어도, 라이킷 정도는 가볍게 톡 눌러줄 수 있는 거 아닌가? (이렇게 혼자 흥분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어제는 일일 조회수가 200회도 안 나올 것 같아서 갑자기 불안해졌다. 오후 3시가 다 되어가는데 일일 조회수가 100회도 안 되었다. 어떻게 된 거지? 안 되겠어. 노트북 뚜껑을 열고 작가의 서랍에 있던 글 하나를 불러낸다. 부랴부랴 사진을 고르고 글을 추가하고 가다듬는다. 수정이 조금 덜 된 것도 같지만 일단 업로드를 한다. 나중에라도 고치면 되니까.


밤 10시. 새로운 글을 업로드한다. 오후부터 밤이 되는 사이 조회수는 몇십 회 올라가 있다. 글을 올린 지 얼마 후 구독자 몇 분이 라이킷을 눌러주었다. 밤 11시 47분. 통계를 보니 194명이다. 이제 6명만 더 읽으면 200명이 될 텐데. 초조하게 통계를 몇 분 단위로 또 누르고 눌러본다. 밤 12시. 딱 200명이다. 휴우. 그제야 휴대폰을 내려놓고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에 잠이 깨자마자 손을 더듬어 휴대폰을 찾는다. 한쪽 눈을 겨우 뜬 채로 브런치 앱을 클릭한다. 밤새 몇 명이나 내 글을 읽었는지 다시 통계를 확인한다. 겨우 열댓 명이 더 읽었을 뿐. 피드에 들어가 구독하는 브런치 작가들이 올린 새로운 글들을 읽고, 댓글을 달며 서서히 잠을 깨운다.      


점심을 먹고 노트북을 켰다. 새로 쓰기 시작한 한글 파일 한 개를 먼저 창에 띄운다. 글을 쓰는데 갑자기 새로운 글감이 떠올라 또 다른 창을 열었다. 주제와 관련된 몇 문장을 써놓고 일단 저장을 해둔다. 그러다 다시 쓰던 글로 돌아와 몇 줄을 더 쓴다. 갑자기 또 브런치가 궁금해진다. 현재까지의 일일 조회수는 겨우 92. 이대로 두면 200회를 넘기지 못할 것 같다.(왜 200에 집착하는 건지는 모르겠다. 늘 그 정도가 나오니 그런 것 같다.)      


작가의 서랍에 미완으로 있던 글을 또 소환한다. 부족한 분량을 채우고 폴더에서 사진을 뒤적거려보지만 도저히 오늘 안에 완성이 안 될 것 같다. 이렇게까지 불안감에 시달리며 글을 매일 써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다시 쓰던 한글 창으로 돌아온다.      


결국 한글 문서 두 개를 띄워놓고 이 글, 저 글 오가며 글을 쓰다가 미련이 남은 작가의 서랍도 오가며 세 개의 글을 정신없이 산만하게 써 내려간다. 쓰면서 생각한다. 이거 중독이야, 중독.      



네, 그렇습니다. 브런치에 중독되었습니다.


아픈 손으로 할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일이 글쓰기라고 생각했다. 의사들은 “웬만하면 손을 쓰지 마세요”라고 하지만 손을 안 쓰면 멍하니 티브이나 보는 일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 글을 씀으로써 내 존재의 의미를 확인하고 싶다고나 할까. 그래서 아픈데도 참아가며 평균 3~4일에 한 편 꼴로 글을 썼다. 고장 난 손으로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이유 (솔직히 이 글을 쓴 이유 중의 하나는, 이렇게 아픈 손으로 글도 쓰는데, 안 아픈 손으로 라이킷 하나 못 눌러주나요? 하는 심정도 있었다.)


지난주엔 일주일 동안 무려 6편을 업로드했다. 거의 하루에 한 편 꼴이었다. 매일 글을 쓰자는 자신과의 결심 같은 건 하지 않았다. 지킬 수 없는 약속이니까. 그냥 새 글을 안 올리면 조회 수가 오르질 않으니까. 불안해서 그랬던 거다. 대학원 기말 과제를 회피하고 싶은 심정도 거들었을 테고.     


이제 중독을 인정하고, 조금 편안하게 글을 써보려고 한다. 한 편의 글을 좀 더 아껴가며 고르고 다듬어 쓰고, 사람들이 천천히 들어와 읽을 시간도 주고. 조급하지 않은 마음으로 글을 숙성시켜보자. 그러려고 했다. 그런데 좀 전에 조회수를 확인해보니, 133이다. 음.... 글 올린 지 이틀밖에 안 지나긴 했지만, 일단 올려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조회수 133을 보고 생각한 것은? 이러다 200 안 되겠는데? 글을 올려야 한다.



혹시 브런치 중독을 이겨내신 분들이 계시다면 제보 부탁드립니다. 지난 번에 브런치 중독자들의 모습과 회복기를 담은 소설을 쓴 작가님의 글을 읽고 매우 공감이 되었습니다만, 가상의 이야기라 도움을 받질 못했습니다. 손에서 노트북과 휴대폰을 멀리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손을 비롯해 발도 불편한 상태라 할 수 있는 일이 많질 않습니다. 그냥 유튜브와 넷플릭스의 세계로 풍덩 들어가버릴까 싶기도 하지만, 그럴 바엔 차라리 브런치 중독자로 남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조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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