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금요일, 브런치로부터 알림이 왔다. 내 글이 월요일에 브런치 카카오톡 채널 메시지를 통해 소개될 예정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동안 다른 브런치 작가님들의 후기에서 비슷한 내용을 보았던 터라 그런가보다 했다. 다음 메인이나 브런치 홈에 소개된 적이 몇 번 있었는데, 대부분 조회수가 폭등하는 것 말고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기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작가님의 브런치가 폭주할 겁니다' 뭐 이런 조언은 없었다.
어제 아침, 잠도 깨지 않았는데 휴대폰에 진동이 몇 번 울렸다. 아마도 조회수가 얼마를 돌파했다는 알림이겠지. 더 자고 싶은 마음에 굳이 확인하지 않았다. 이불에서 몸을 뒤척이다 겨우 한쪽 눈을 뜨고 휴대폰을 잡고 창 위쪽에 뜬 알림을 엄지로 내려서 보니 역시 조회수 돌파에 대한 알림이었다. 그대로 휴대폰을 내려놓고 잠을 더 청했다.
아침에 일어나 이불을 개고 정신을 차린 후 다시 휴대폰을 들었다. 이번엔 브런치 어플에 들어가 조그만 종 모양의 알림창을 클릭했다. 응? 이게 뭐지? 눈곱을 떼고 비볐다. 알림창에는 단순한 조회수 증가가 아니라 엄청난 라이킷과, 브런치 구독 알림이 줄줄이 소세지처럼 딸려 올라왔다. 잠이 덜 깼는지 머리가 안 돌아갔다. 이 상황이 잘 이해가 안 되었다. 댓글도 막 달렸다는데 못볼 걸 본 사람처럼 화들짝놀라 그대로 휴대폰창을 닫았다. 무슨 댓글인지 읽을 엄두가 안났다. 덜컥 겁이 났다. 갑자기 좀 무서워졌다.
심장 건강에 무리가 올 만큼 놀라게 만든 알림들. 심지어 마음 속으로, '그만 구독해주시면 안 될까요?' 하는 생각도 했다.
몇 시간 후 다시 브런치에 들어가니 200명이던 구독자수가 400명이 넘었고, 50 개도 안되던 라이킷은 200이 넘어갔다. 이 글을 대체 어디다 공유를 하신건지 공유수도 자꾸만 올라간다. 이렇게 개인적인 이야기가 공유되는 이유는 뭘까? 가늠이 안 되었다. 그리고 계속 실시간으로 달리는 댓글들. 헉. 어떡하지? 답글을 지금 달아야하나? 이걸 언제 다 보고 쓰지? 멘붕이었다. 얼른 다시 휴대폰을 닫았다.
나는 유리창을 깨고 들킬까봐 전전긍긍하는 아이처럼 웬종일 안절부절했다. 피드에 들어가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는 것도, 새로운 글을 쓰는 것도, 아무 것도 집중이 되지 않았다.
어영부영 저녁이 되었다. 이제 어떻게든 댓글을 봐야할 것 같았다. 이대로 방치하는 건 더 큰 마음의 짐이었다. 평소 보지 못하던 낯선 필명으로 달린 댓글들.
아침 출근길에 쉬지 않고 읽었다,
처음으로 브런치에 댓글 달아본다,
열심히 사셨다, 글을 참 잘 쓴다, 응원한다...
대략 1년간 나누어 받고 싶었던 칭찬과 응원을 하룻동안 원없이 받았다. 심장이 베이킹파우더를 듬뿍 넣은 빵처럼 부풀어 올랐다. 막 가슴이 뭉클해졌다가 실성한 것처럼 입을 비죽거리며 웃다가. 마약이나 본드를 흡입하면 이런 기분일까 싶었다. 발이 땅에서 30cm쯤 붕 뜬 기분이었다. 내 일상은 변한 게 하나도 없는데, 이상하게 현실감각이 흐릿해졌다.
휴대폰을 옆에 놓고 댓글을 하나하나 읽으며 노트북으로 답글을 달았다. 손목과 손가락이 아픈데도 쉬지 않고 썼다. 지금 안쓰면 타이밍을 놓칠 것 같았다. 답글을 쓰다가 어떤 글을 쓰는 분들일까 궁금해서 들어가보기도 했다. 대부분은 글을 쓰지 않고 구독만하는 분들이었다. 몇몇 글을 쓰시는 작가님들의 브런치는 글을 읽어보기도 하고, 댓글을 쓰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밤이 되었다. 머리가 무겁고 몸이 고단했다. 드디어 하루가 끝나가는구나 하는 안도감마저 들었다.
어제 아침 브런치 알림이 울린 후부터 거의 24시간이 흐른 지금.
하루동안 구독자수가 정확히 400명이 늘었다. 채널에 소개되었던 글의 조회수는 42,000회. 내가 단 답글까지 115개의 댓글이 달렸고. 275개의 라이킷. 공유는 44회 되었다.
대략 여섯 편의 글을 합치면 저 정도 라이킷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도대체 공유는 어디로 하시는건지 궁금해 죽겠다.
이번 읽로 새삼 글쓰기의 무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왜냐면 내 글에서 잘못된 단체의 명칭에 대해 알려주는 메일을 받았기 때문이다. 나는 글에서 전국대학생 대표자협의회의 약칭을 ‘전대협’이 아닌 ‘전대련’으로 표기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20여년전이고, 자칭 ‘한총련’세대인 나에게 ‘전대협’시절의 이야기는 당시에도 과거였으므로 기억이 가물가물했던 것이다. 메일을 보내주신 분은 글을 읽은 감상과 함께 따뜻한 응원을 보내주셨고, 매우 정중하게 내가 표기한 단체의 약칭이 잘못되었음을 알려주었다.
메일을 읽자마자 부랴부랴 글에 들어가 수정을 누르고 단체명을 고쳐 썼다. 이마에 진땀이 났다. 많은 사람들에게 글이 읽힌다는 건 이런 거구나 싶었다. 글을 발행하기 전에 더 살펴보고 정보를 확인했어야 했는데. 기억에 의존해 쓰다보니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탓이었다.
심장 떨리던 하루가 가고, 드디어 평소와 같은 하루가 밝았다. 마음이 홀가분하면서도 무겁다. 이제 어떤 글을 써야 또 이런 기회가 올까(응?) 하는 망상도 해보고, 그러려면 살과 뼈를 갈아서 써야하는 거 아닌가 하는 과도한 결심이 들기도 하고. 결국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평소처럼 묵묵히 써나가자고 다짐해보기도 한다.
그래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글이 읽힌다는 건 나름의 책임감이 필요한 일인 것 같아 이렇게 기록으로 남겨본다. 글에는 어떤 힘이 있어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도 하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기도 하고,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자신을 데려가기도 하고, 미래를 꿈꾸게도 하니까.
부족한 글을 읽어주시고, 공감해주시고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겨우 한 편의 글을 읽고, 과감하게(?) 구독을 눌러주신 구독자분들께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너무 섣부른 판단이 아니었나 싶을 때는 역시나 과감하게 구독 해지를 눌러주셔도 괜찮습니다. 약간은 상처받을지도 모르지만, 너무 상처받지 않고 계속 글을 써나가겠습니다.
글을 픽해주신 브런치팀에도 감사드립니다. 브런치팀이 이 글을 볼 것 같지는 않지만, 브런치라는 플랫폼이 아니었다면 제 글이 이렇게 많은 분들과 소통할 기회는 없었을 테니까요.
당분간은 글을 쓰기 전 고민이 많아질 것 같습니다. 어떤 글을 어떻게 써야 하나. 잘못된 부분은 없나. 공감할만한 글인가.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써야 하나. 이번 글과 연결된 글을 써야 하나 등등이요. 벌써 머릿속이 복잡해져 옵니다. 이 글, 저 글 소재가 막 떠오르는데 무엇부터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너무 이번 일에 신경쓰면 오히려 글이 산으로 갈까 싶기도 하고. 중심을 잘 잡고 써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뭐 수상 소감도 아닌데 주저리주저리 길어졌네요. 이미 구독자 1,000명이 넘으시거나 카카오톡 채널에 글이 소개된 작가님들이 보기엔 ‘별 것도 아닌 일에 들떴군’ 할 수도 있으시겠지만, 그냥 어여삐 보아주세요. 이런 글은 또 이때가 아니면 쓸 수가 없으니까요^-^.
작지만 따뜻한 위로와 응원이 되는 글을 쓰고 싶은 소망을 담아 앞으로도 열심히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