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가형 정치인은 왜 지지받는가?
지난 7월 13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펜실베이니아주 야외 선거 유세 현장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른쪽 귀에 총상을 입어 피를 흘리며 경호국 요원들에 부축을 받는 상황에서도 주먹을 불끈 쥔 모습으로 현장을 떠났는데, 같은 시각 AP 통신의 사진기자 에반 부치(Evan Vucci)는 “총성이 들리는 순간 이것이 미국 역사에 남을 순간임을 직감했다.” 라고 밝히며 성조기를 배경으로 결연한 표정을 짓는 트럼프를 사진에 담았다.
우리나라의 전당대회가 실무적으로 후보자를 선출하는 것이라면, 미국의 전당대회는 당의 큰 행사(축제)이다. 트럼프 피격 사건 3일 만인 7월 16일, 이번 대선의 *6대 경합주 중 하나인 위스콘신주에서 열린 이번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공화당 지지자들은 트럼프를 “레이건 대통령 이후 가장 강력한 보수주의의 최고 지도자”, “이 나라를 위기에서 벗어나게 할 지도자”, “미국을 인플레이션에서 벗어나게 할 지도자”로 칭하며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환호를 받으며 귀에 거즈를 붙이고 나타난 트럼프가 총격 때 사망한 소방관의 소방복에 키스하며 시작한 연설은 93분이라는 최장 시간을 기록했으나 “황금 기회를 놓쳤다.” “거짓과 과장된 부분이 많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라는 인물이 대중에게 지지를 받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6대 경합주 : 공화당 우위 경합주로, 선 벨트(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 플로리다, 애리조나),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이 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건 미국 중서부와 북동부 지역, 20세기 중반까지 제조업과 중공업으로 호황을 누렸지만 지금은 쇠락한 공장 지대를 지칭하는 러스트벨트의 백인 남성들 덕분이라고 정치학자들은 이야기한다.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의 승리를 결정지은 지역, 러스트벨트가 트럼프의 집권 전까지 블루월이라 불리며 민주당 강세 지역이었던 것을 알고 있는가? 세계화로 인한 값싼 노동력을 통해 일자리를 잃어가는 백인 남성들에게 민주당이 내세우는 기후 변화, 소수자, 낙태와 같은 정책은 유권자들을 공화당으로 돌아서게 했다. 즉 트럼프의 인기는 미국의 경제 상황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양극화된 현실에서 박탈감을 느끼는 유권자, 엘리트 정치인에 대한 불신을 갖게 된 유권자를 결집하는 가장 좋은 방법, 트럼프는 공공의 적을 만드는 전략을 선택했다.
미국 전역, 특히 남부 국경 지역에서 불법 이민자 문제는 큰 논란이 되고 있다. 트럼프는 이민자 혐오 발언을 통해 백인 지지자들을 결집하며 큰 지지를 얻고 있다. 오래된 산업(예를 들어 러스트 벨트의 제조업)이 무너지고 새로운 기술이 나오는 시기, 즉 국제 정세와 경제가 불안한 시기에 대중은 쇼맨십을 가진 선동가형 인물에게 현혹된다. 우리의 뇌가 강한 확신을 주장하는 인물을 볼 때 그의 논리를 뒷받침할 만한 정보가 있을 것이라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찰스 다윈이 “무지는 지식보다 더 확신을 가지게 한다.” 라고 말했듯, 사람은 잘 모를수록 강한 확신을 가진다는 사실이다.
불법 이민자를 추방한다는 폭력적인 정책을 제시하며 지지자를 결집했던 트럼프는 혐오 정책의 방향은 유지하면서 실제로 범죄를 저지른 이민자만 추방하는 현행법을 시행하며 초기보다 완화된 정책으로 중도층까지 안도하게 만드는 *앵커링 전략을 사용했다. 트럼프는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자신의 이미지를 극대화하고 스스로를 연출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전문가들을 트럼프를 *나르시시즘, *사이코패스 성향, *마키아벨리즘을 가진 위험한 성격을 가진 인물이라고 분석하는데, 정정보도에 대한 사람들의 무관심을 이용해 자극적이고 문제적인 발언을 터뜨려 여론을 조작하고 언론 보도를 검증해야 할 상황이 생기면 명백한 해명 없이 교묘히 빠져나가는 전형적인 그의 화법은 그가 얼마나 윤리의식이 결여된 정치를 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앵커링 : 초기값을 지나치게 높게 불러서 최종 가격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협상 기술
*나르시시즘: 지나치게 자기 자신이 뛰어나다고 믿는 자기애성 성격 장애.
*사이코패스 : 중증도 지체 수준의 반 사회적 인격 장애.
*마키아벨리즘 : 개인적인 욕구의 충족을 위해 타인을 조종하려는 욕구.
1970년대 말의 범죄와 불안정한 뉴욕에서 트럼프는 성공적인 부동산 사업을 통해 뉴욕의 이미지 변화를 이끌었고, 이는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부유한 그가 가진 승부사 기질은 대중에게 부에 대한 더 큰 선망과 환상을 일으킨다. 현실의 그는 4번이나 파산 신청을 했으며(그가 얼마나 책임 있는 자본주의에 반하는 인물인가도 파산 패턴을 통해 알 수 있으나 생략하겠다.) 그가 민사를 제외한 형사 소송만 91개, 지난 1년간 소송비용으로만 약 8,000만 달러(1,000억 원)를 지불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미국에서 선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 돈이 들어간다. 그가 스스로를 상품화하는 명백한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 대선까지 100일 남은 상황에서 카멀라 해리스가 바이든의 자리를 넘겨받으며 그의 인지도가 상승함에 따라 트럼프의 지지층은 더욱 강력히 결집하고 있다. 전당 대회와 토론을 통해 향후 선거 전망은 점점 더 명확해질 것이며 검사 출신 해리스와 사법 리스크를 가진 (범죄자)트럼프의 대립 구도가 형성되며 여론 조사에 변동성이 크게 나타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생각해 보아야 한다. 경제적 불안과 정치적 양극화 속에서 모두 불만을 표시하면서도 전 세계적으로 선동가형 정치인이 지지를 얻는 이유에 대하여. 가짜뉴스가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는 대중이 그것을 믿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당신이 믿고 싶어 하는 것, 그게 무엇이든 결코 예외일 수 없다. 우리에게 비판적 시각과 사고가 필요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