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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자선생 Sep 22. 2020

369 놀이와 매미의 수학

내가 수학을 싫어하듯 매미가 싫어한 숫자가 있다

행여 짝을 못 찾을까 젖 먹던 힘까지 다하여 새차게 울던 매미도 올해는 기나긴 장마 때문에 잊고 지나친 거 같다. 5년에서 길게는 17년 동안 유충으로 땅 속에 있다가 여름 한철 잠깐 나와 울다가 사라지는 매미의 일생, 누군가는 노력한 결과에 비해 너무 허무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정확히 말하면 매미는 생애주기가 최소 5년에서 17년으로 곤충 중 가장 장수한다는 사실이다. 

근데 369 놀이와 매미의 수학이라니?          


내기 놀이에서 마지막으로 선택한 건 369 놀이_영화 <달마야 놀자> 


369 놀이는 빙 둘러앉은 사람들이 돌아가며 숫자를 외치다가 3이나 6, 9에 해당하는 숫자가 나오면 말없이 손뼉만 치는 놀이로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얼떨결에 숫자를 외쳐 벌칙을 받게 된다. 서로 간의 협응과 집중력이 요구되는 놀이로 학창 시절 모꼬지(엠티) 가면 빠뜨리지 않은 놀이였는데 요즘엔 스마트폰 때문에 사라져 가고 있는 듯하다. 이 놀이가 좀 더 진화되면 3의 배수인 12, 15, 18 등과 앞자리나 뒷자리에 3이 나오면 박수만 치는데 33이나 36이 나오면 박수를 두 번 친다. 그런데 필자 기억으론 여기까지 가본 적이 없었던 거 같다. 여기서 3,6,9를 매미가 천적을 만나는 숫자라고 가정한다면 369 놀이에서처럼 매미는 바로 죽고 만다.       


눈치챘겠지만 예를 들어 매미의 천적인 기생충의 수명이 3년이라면 3의 배수 해에 매미가 나오면 생존율이 낮아져 소멸되어 버릴 수 있다. 마찬가지로 2년 주기인 천적을 만나지 않기 위해서는 2의 배수 해를 피하면 생존율이 높아지는 건 당연하다. 매미는 2억 년도 훨씬 넘은 오래전에 생겼다고 하는데 아마 2의 배수나 3의 배수 해에 지상에 나온 매미들은 대부분 소멸되고 우연히 그렇지 않은 해에 나온 매미들이 번식을 거듭하여 오늘에 이르렀다고 보인다. 즉, 오랜동안의 생존을 위한 진화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매미가 지상에 나오는 주기는 모두 소수다.          


위대한 탄생_매미의 모습을 청개구리가 지켜보고 있다. 사진기자 강종민 / 촬영일-2007. 07. 31


여기서 ‘배수’와 ‘소수’라는 것이 나오는데 배수란 말 그대로 정수의 갑절이 되든가 몇 배가 되는 수로 누구나 금방 알 수 있다. 그런데 매미가 한사코 피해서 나오는 숫자인 5. 7. 11. 13. 17 등은 어떤 수로도 배수가 안 되는 소수라 하는데 학창 시절 이 소수라는 말이 참으로 헷갈렸다. 작은 수라는 건지 분수의 소수점을 말하는 수라는 건지. 여기서는 ‘본디 소(素)’라는 한자말인 소수(영어로는 Prime Number)라는데 국어사전에는 ‘1과 그 수 자신 이외의 수로는 똑 떨어지게 나눌 수 없는 정수. 곧 약수를 갖지 아니하는 수’라고 풀이하고 있다. 필자가 수학을 못한 까닭은 아마 이런 기초적인 용어부터 혼동되어서가 아니었나 핑계 대본다.     

      

북한에서는 수학용어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검색해보니 모든 수의 씨앗이 되는 수를 뜻하는 ‘씨수’라는 말을 쓴다고 한다. 1과 그 수 자신 이외의 자연수로는 나눌 수 없는 자연수라는 뜻으로 의미는 남한과 같다. 좌우지간 아니 남북지간이든 매미가 소수 또는 씨수에 나오는 또 다른 이유는 매미끼리의 경쟁률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한데 올해 13년과 17년 주기인 매미가 나왔다면 이들이 다시 만나는 건 13×17=221년 뒤에나 만나는 셈이다. 매미가 소수 해에만 나오는 건 수학을 필자보다 잘 해서라기 보다는 수 많은 세월 동안 우연에 우연이 쌓여서 환경에 적응한 까닭이다. 놀이에서도 우연히 장난삼아 놀다보니 재미있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놀이가 선택되어 전래되는경우가 많다. 


올해 장마는 장마가 아니라 기후 위기였다고 말하는데 머잖은 미래에는 자칫 매미 울음소리도 듣지 못할까 하는 걱정과 함께 2020년의 여름을 떠나보내며, 필자가 싫어했던 수학도 무심하게 지나친 매미도 최소한 탐욕스러운 인간과는 다른 존재방식으로 살아남을 거란 생각에 올 가을의 우리 인생은 더 쓸쓸하게 느껴지는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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