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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경수 Oct 13. 2022

나의 탄생 설화

지리산 노고 여신은 워낙 몸집이 커 노고산과 불국사에 다리를 걸치고 오줌을 누었는데 문학재 고개에 있는 큰 바위가 여신의 오줌발에 깨졌다고 한다. 노고 여신은 몸의 크기를 자유 자재로 바꿀 수 있었는데 어느 더운 8월 중순 낮, 몸을 식히러 낙동강에 드러누웠더니 그 사이를 틈타 황금 숭어 한 마리가 여신의 치마속으로 들어가 여신의 몸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황금 숭어는 여신의 자궁에 집을 지어 살면서 여신에게 나가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여신이 황금 숭어에게 어떻게 하면 자신의 몸에서 나가겠냐고 물으니 양산군 원동면 화제리에 사는 이씨 성을 가진 여인을 도우라고 했다. 이씨 여인은 면서기의 아내로 면서기가 쥐꼬리만한 월급을 술과 노름에 탕진하는 통에 동네 소일 거리를 도와주며 먹거리를 얻어 6남매를 근근이 키워가는 불쌍한 여인이었다. 막내 아들이 국민학교 5학년이 되었을 때 위암을 얻게 되어 몸져눕게 되었는데 남편이라는 작자는 밖에서 술을 먹느라 여인을 전혀 돌보지 않았다. 여신은 이씨 여인에게 지리산 천왕봉에서 나는 짚신 나물을 캐서 다린 물을 먹여서 지극정성으로 돌보았다. 이씨 여인은 3달만에 완쾌하게 되었다. 다시 밭일을 나갈 정도로 건강해졌고 아이들도 역시 건강해졌다고 한다. 이씨 여인이 회복하자 노고 여신이 황금 숭어에게 나가라고 호통을 쳤다. 자궁 내막에 한층 더 두꺼운 벽을 만들어 안온하게 지내던 숭어가 이번에는 부산시 전포동에 사는 김씨 여인을 도우라고 한다. 김씨 여인은 전포동 달동네에서 떡볶이 장사를 하는 여인으로 셋방 주인인 이씨 영감의 둘째 부인이다. 이씨 영감은 본디 울산 사람으로 자신의 셋방에 들어살고 있던 과부 김씨 여인에게 총각이라 속여 김씨 여인을 겁탈하고 아이를 둘이나 낳게 했다. 한번씩 울산에 살던 본처가 와서 집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갈 때면 김씨 여인이 일하러 간 사이에 집에 모여있던 세 아이는 장롱 안에 기어들어가 오들오들 떨었다고 한다. 노고 여신은 지리산 노고단에서 몰래 키우던 대마를 말려 곱게 빻은 가루를 김씨 여인의 분식집 음식에 뿌렸다. 그 음식을 사먹던 동네 사람들이 김씨 여인의 음식에 중독되어 소문을 퍼뜨렸다. 김씨 여인의 가게는 삽시간에 온 동네 사람들 뿐만 아니라, 부산진구, 부산시, 경상도, 전국각지의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가게가 되었고 김씨 여인은 몸은 고되었지만 혼자 세 아이를 건사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풍족해 졌다. 그가 벌여 들인 돈으로 떡볶이가게 건물을 사서 1층에는 떡볶이 집을 하고 2, 3층은 세 아이들이 사는 집으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김씨 여인이 건물을 산 날 밤으로부터 10달이 되는 날, 노고 여신은 잠을 자다가 하혈을 하고 아이를 낳게 되었는데 아이가 마치 물고기 비늘 같은 미끌거리는 막에 싸여 있어 힘 안들이고 ‘숨풍’ 나왔으며 컴컴한 밤인데도 은색 빛이 흘렀다고 한다. 노고 여신이 비늘막을 걷어내니 머리 숱이 까만 아이가 세차게 울었다고 하는데 그 소리가 장군만큼 우렁찼다. 다 울고 눈을 떴더니 눈이 낙동강만큼 깊고 맑았다. 노고 여신은 아이를 데리고 세계를 여행했고 아이는 여러 언어에 능통하고 세계의 여러가지 문제에 해결책을 제시할 정도로 지혜로웠다. 세계의 여러가지 문제 중에서도 여성의 문제에 가장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아이는 또한 수영하는 것을 좋아하고 강과 바다를 좋아하였다고 한다. 노고 여신은 아이를 애칭으로 ‘물고기’라고 불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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