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놀마드 노을 Aug 02. 2024

평생 10살 vs 평생 60살, 당신의 선택은?


당신은 평생 10살로 사는 것과 평생 60살로 사는 삶 중에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어떤 걸 선택할 것인가?


한참 이런 극단적인 밸런스 질문이 유행할 때가 있었다.


100프로 확률로 1억 받기 vs 50프로 확률로 10억 받기
김태희 얼굴 + 뚱뚱한 몸(살 안 빠짐) vs 전지현 몸매 + 못생긴 얼굴(수술 못함)
평생 집에만 있기 vs 평생 집 없이 살기
20cm 작은 남자 친구, 혹은 20cm 큰 여자 친구 vs 20살 많은 애인


내가 처음 밸런스질문을 받았을 때 든 생각은 '뭐 이렇게 극단적이야? 저런 쓸데없는 걸 왜 고민해야 하지?'라는 의문이었다.(당시 나는 일에 찌든 극 현실주의자였다)

재미있는 거 해보자며 누군가 던진 저 질문들이 전혀 재미있지가 않았다.

할 것도 많고 선택할 것들 투성이인데 뭐 저런 것까지 고민해야 하나 싶어서 오히려 짜증스러웠다.

그래서 '일어나지도 않을 걸 고민할 시간에 발 닦고 잠이나 잘 거다'라고 말하며 대답을 피하곤 했다.





<알쓸신잡 : 알고 보면 쓸데 있는 신박한 잡질문>



밸런스질문은 두 개 이상의 옵션이나 가치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거나, 그들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내가 쓸데없다고 여겨졌던 발란스 질문은 누군가를 파악 수 있는 굉장히 신박하고 재밌는 방법이었다.


'너는 남자를 볼 때 키가 더 중요해, 나이가 더 중요해?'라는 직설적인 질문이 '20cm 작은 애인 vs 20살 많은 애인'이라는 참신한 물음으로 탈바꿈되어 있다.


'평생 집에만 있기 vs 평생 집 없이 살기'라는 질문에서 그 집이 얼마나 큰데? 수영장은 있고? 등의 추가적인 물음을 듣다 보면 답변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나 욕구를 알 수 있었다.


질문 하나를 통해 한 사람의 가치관과 성격, 능력, 삶의 태도, 인생의 우선순위 등을 다채롭게 알 수 있고 문제 해결능력과 판단력, 결단력까지 엿볼 수 있다.

쓸데없어 보이는 저 질문들이 실제로는 상당히 참신하면서도 고차원적이며 위트까지 겸비하고 있었다.






<세상 쓸모없는 것들의 실체>


나는 항상 흥미보다는 현실적인 것을 추구했다.

실용적인 것이 합리적이며 현명한 것이라 믿었다.


그런데 가장 힘들었던 순간 내가 일어날 수 있었던 힘은 세상 쓸데없다고 생각되는 행동에서 나왔다.


삶이 지칠 땐 각종 웃긴 영상을 보며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었다.

사람들을 만나서 쓸데없이 웃고 떠들며 위로를 받았고 새로운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누군가를 사랑하며 조건 없이 내 것을 나눠준 덕분에 따뜻한 마음을 알게 되었다.

띵가띵가 누워서 대중가수의 노래를 흥얼거리고 나니 생기와 즐거움이 생겼다.



내가 했던 쓸데없는 것들은 사실 너무 쓸모 있는 행동이었다.

쓸데없다고 생각하며 회피했던 밸런스질문에 가장 쓸모 있는 본질이 들어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쓸데없음과 있음을 성급하게 분류하며 선을 긋지 않기로 했다.

가장 쓸모 있는 본질은 세상 쓸모없어 보이는 것들 사이에 숨어있다가

자신을 알아봐 주는 사람에게 가장 의미 있는 선물을 준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








그래서  '10살로 평생살기 vs 60살로 평생살기'에 대한 나의 대답은 뭐였을까?


제약이 많은 미성년자보다는 혼자서 뭔가를 할 수 있는 성인이 낫겠다 싶어서 60살로 살기를 택했다. (아직 60살이 안되어봐서 멋모르고 선택한 걸지도...)

독립심 강한 현실주의자인 게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아서 웃음이 났다.



당신은 어떤 이유로 어떤 선택을 했는가?

세상 쓸모없을 질문일지라도 그 대답이 너무 궁금해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