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공평할까 불공평할까?

세상은 불공평하고 공평하다

나는 항상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 항상 남과 나를 비교했고, 너무도 당연하게 상대적 박탈감과 자격지심에 시달렸다. 내 존재가 누군가의 무대를 빛내 주기 위한 소품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난 그렇게 긍정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왜 이것밖에 안될까, 난 왜 저런 걸 갖지 못했을까.. 내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원망하는 마음이 들었고 걱정과 고민이 많았다.

나는 항상 무언가를 달성하고 성취하며 나를 증명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내 삶은 가치 있고 나는 대단한 사람이라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믿었다. 너무나도 불공평한 세상 속에서 잘나고 잘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그들처럼 빛나고 싶었고 그 세상에 속하고 싶었다. 저 사람들 틈에 내 자리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이게 욕심이라면 그냥 보급형이 되어도 좋으니 잘 사는 흉내라도 내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결핍과 부족함에 몰두했다. 욕심은 끝이 없었고 불만족이라는 갈증 때문에 타는 듯 괴로웠다. 그러다가 건강이 안 좋아져서 퇴사를 하게 됐다. 한데 아이러니하게도 버리고 떠나는 퇴사의 과정 속에서 오히려 채워짐을 알게 됐다. 몸이 아파서 건강의 소중함을 느꼈고, 힘든 하루를 지나왔기에 별일 없이 재미없게 지나가는 하루가 얼마나 감사한지를 알게 됐다. 그래서 나도 가진 게 참 많은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내 손에 있는 볼펜하나까지도 내게 주어진 복이라고 생각하니 감사할게 많아졌다. 지금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니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고 여유가 생겼다.

나는 여전히 세상은 불공평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의 삶은 비교의 대상이 되지 못하며 남이 잘했네 못했네 평가할 수 있는 대상은 더더욱 될 수 없다고 믿는다. 같은 출발선에서 같은 조건으로 시작했다면 정확히 기록을 측정하며 순위를 매길 수 있겠지만 모든 사람의 출발선은 같지 않다. 인생은 누가 누구보다 불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고 해서 핸디캡을 줘서 맞춰주며 경쟁하는 운동경기가 아니다.

그 사람이 되어보지 않은 이상 그의 상황이나 행동, 생각, 감정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없기에 비난하거나 참견할 자격은 어느 누구에게도 없다.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 너무 안일하다고,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다고, 어려서 모른다고... 대놓고 손가락질해 대는 비난, 조언이나 걱정이란 포장지에 싸서 던지는 참견과 조롱, 일부만 보고 지레 판단을 해서 이래야 한다 저래라 하는 말은 그냥 폭력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헌데 이렇게 힘들고 불공평한 세상에도 공평한 게 한 가지 있다. 누구나 태어나면 늙고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만큼은 예외가 없다. 많이 가졌다고 죽을 때 가져갈 수 없고 다음생으로 이월시킬 수도 없다. 많은 걸 가진 사람은 있어도 모든 걸 다 가진 사람은 없다. 가진 사람들도 그 나름대로의 걱정과 힘듦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인간인건 매한가지이다. 그런 면에서 인생은 어느 정도 공평한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인생은 불공평하지만 또 공평하다. 그렇기에 나의 삶을 평가절하하거나 무가치하다고 결론 내리지 말고 내  기준대로 나의 속도에 맞춰 나만의 방법대로 살아가면 그뿐이다. 세상의 공평하든 불공평하든 나의 가치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