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권태와 신뢰에 관하여
위험한 관계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
내가 너무나 잘 아는 사람 그러면서도 전혀 모르는 사람.
소감
이 책을 읽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보통 소설을 읽게 되면 뒷 내용이 궁금해서 쉼 없이 읽게 되는데, 이 책의 중반쯤 나오는 샐리의 독박육아 이야기와 산후 우울증을 겪는 부분에서 큰 답답함을 느꼈고, 그래서 한 동안 이 책을 다시 펼치지 않았던 것 같다. 이야기가 샐리의 시점으로 전개되면서 감정이 매우 자세하면서도 장황하게 묘사된다. "왜 이렇게까지..답답한 생각이 들게 하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만약 이런 감정을 독자가 느끼도록 작가가 유도한 것이라면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길고 어쩌면 조금은 지루한 책이 중반부를 지나고 나면 마치 내가 샐리가 된 것 처럼 갑갑하고 무기력한 감정을 느낄 수 있으니까. 소설의 후반부에서도 샐리가 겪는 모든 일은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마지막 결론에 이르러서도 시원함보다는 소설 이후의 샐리의 생활이 다시 걱정될 정도로 모든 과정은 순탄치 않다.
법적 공방부분에서는 이야기 전개가 빠르고 박진감있다. 법은 이성적인 판단이 전부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감정적인 부분이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판결문에 '깊이 뉘우치고 있으며 ..'와 같은 내용이 포함되는 것이겠지. 변호사들이 증인에게 질문만을 던지고 증인이 대답을 하기 전 심문을 마치는 장면이 여러번 등장하는데 그 부분들이 무척 흥미롭다. 질문과 예상되는 답변 속에서 답변을 듣기 전에 말을 끊는 타이밍.
사실 .. 이 책은 나에게 그다지 좋은 영향을 준 책은 아닌 것 같다. 결혼 후 여자가 져야하는 의무에 대해서 무척 부당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나에게 이 책은 그런 올가미 속에서 느끼는 여자의 감정을 아주 길고도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책을 딱 덮으면서 들었던 생각. "역시 결혼은 ..,역시 남자는 ..".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내 생각은 변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의 결론은 "역시 결혼은 ..,역시 남자는 .."..... 편협하다해도 어쩔 수 없다. 지금까지 내가 느끼고, 보고, 겪은 바가 그러했으니까. 다시 같은 이유로 상처받고 싶지 않으니까 미리 그렇게 생각해 버리는 것이 편하다는 것.
주관적 별점 & 한 줄 감상
★★☆☆☆
빅 픽처와 같은 전개는 기대하지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