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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 이안 Jun 07. 2023

‘호갱’ 구하기에 진심인 그들

오늘은 운수 좋은 날이다. 유튜브 알고리즘 덕분에 우연히 만나게 된 ‘호갱구조대’라는 유튜버 영상 한 꼭지 시청하고 무려 16만 원을 20분도 채 걸리지 않은 시간에 득템 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내가 본 영상은 “나 빼고 다 찾아가고 있다는 숨겨진 돈, 얼른 찾아가세요”라는 영상이었다. 즉, 내가 무슨 특별한 일을 해서 돈을 번 게 아니라 나도 모르게 숨겨져 있던 내 돈을 찾았다는 게 맞는 표현일 것 같다.


원리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예전에 내가 사용했던 은행 계좌에 잠들어 있던 돈(비활동성 계좌에 남아있는 현금)을 찾거나 신용카드 또는 체크카드를 사용하면서 쌓였던 카드포인트를 현금으로 전환하는 방법이었다. 여기에 숨은 보험금을 조회해서 미청구한 보험금이나 미수령 보험 배당금을 찾는 방법도 있었다. 정리해 보면 비활동성 은행계좌의 현금 잔액, 카드포인트의 현금 전환, 미청구한 보험금 신청 등 3가지 방법으로 숨어있던 돈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비활동성 은행계좌 2개를 찾아 5만 원 정도를 바로 현금화했고, 카드포인트 조회를 통해 주로 사용해 왔던 체크카드에 쌓여 있던 11만 포인트를 바로 현금화해서 도합 16만 원을 득템 했다.  


이 영상이 업로드된 게 1년 전이고 영상 조회수가 무려 145만 회이니 어지간한 사람들은 다 한 번쯤은 시도해 봤을 것 같은 정보인데 이런 꿀팁 정보를 이제야 알게 된 나는 도대체 어느 별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란 말인가… 혹시 나같이 미개한 사람들이 또 있을까 봐 이렇게 글을 올려본다. 유튜브 들어가서 ‘호갱구조대’ 검색해서 해당 영상 찾아보면 쉽게 숨겨진 내 돈을 찾을 수 있다. 해당 영상 댓글을 살펴보니 몇 백만 원 득템 했다는 사람들의 댓글은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심지어 천만 원을 찾았다는 사람도 있다. 모르는 게 약이 아니라 모르면 바보 되는 세상이다.



‘호갱’ 구하기에 진심인 ‘호갱구조대’에 새삼 관심이 생겨 몇 개 영상을 찾아서 살펴보니 그들이 이런 채널을 만든 배경부터 기획 의도, 제작 과정 등을 속속들이 알 수 있었다. 주인장은 일찍이 전세사기, 중고차사기, 보험사기 등을 겪은 슈퍼 호갱이었기 때문에 허위 광고, 사기의 폐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소비자 보호를 위한 공익 캠페인성 영상을 제작하면 경쟁이 극도로 심한 유튜브 세상에서도 충분히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판단 하에 이러한 허위 광고에 대한 팩트체크 영상을 기획 · 제작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들이 만든 영상을 하나하나 꼼꼼히 들여다보면 콘텐츠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그들이 쏟아붓는 정성이 실로 어마어마하다는 걸 금방 눈치챌 수 있다. 팩트체크를 위해 기초자료 탐색은 물론 현장 취재까지 직접 발로 뛰며 하는 걸 보면 기존 레거시 언론 못지않게, 때로는 레거시 언론 보다 더 집요하게 취재하고 조사한다. 또한 시각적 전달 효과를 높이기 위해 시청각 자료를 빈틈없이 알차게 배치하는 거나, 시청자의 시간을 금보다 아끼는 마음에서 내레이션 녹음을 꼭 필요한 단어로만 꽉꽉 채워서 스피디하게 하는 걸 보면 그들의 진심이 느껴지고, 영상 제작에 쏟는 정성에 눈물이 날 지경이다.  




‘호갱 구조대’에 올라와 있는 몇몇 콘텐츠를 보면서 이제까지의 내 소비생활은 어떠했던가 곰곰이 반추하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는 매일매일 끊임없이 뭔가를 소비하는 호모컨슈머의 삶을 살고 있다. 아침부터 밤까지 소비의 연속이다. 프랑스 철학자 데카르트의 명언을 살짝 변형한 ‘나는 소비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말로 소비와 불가분의 관계에 놓인 현대인을 묘사하기도 하는데, 이렇듯 중요한 소비생활을 우리는(특히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즉흥적으로 할 때가 많다. 혹하는 광고에 넘어가 지름신이 갑자기 내려오기라도 하면 꼭 문제가 생긴다. ‘이 쓸데없는 걸 왜 샀을까’ 후회하는 정도에서 끝나면 다행일 때도 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사기를 당하다니 세상 헛살았구나’ 정도까지 가게 되면 사태가 심각한 거다.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 후회 한 트럭분(5톤 트럭)과 통탄 한 트럭분(2.5톤 트럭)은 족히 넘을 듯하다.  


‘이 험하고 고달픈 세상에서 그나마 덜 상처받고 살아가려면 버는 것보다 쓰는 걸 조심해야 한다’는 어느 현자의 말이 정답이다. 버는 건 분명 한계가 있다. 현명한 소비, 가치 있는 소비가 더 중요한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다.


이제는 정말 호갱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다짐과 함께 이 한마디를 내 머릿속에 새겨 넣어본다.


세상엔, 엄청 싼데 정말 좋은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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