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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밤 Nov 0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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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직장에서 경조사를 대하는 법

"축하해 김대리, 결혼한다며. 얼마 안 되지만 살림에 보태."

"언니, 생일 축하해요. 선물이에요. 저랑 B가 함께 샀어요."


직장 동료들의 경조사가 있을 때 독일 회사는 어떤 모습일까. 




국내(한국) 회사에서 경조사를 겪어본 적이 없어 잘 모르지만 독일 내 한국회사에서 겪은 바로는, 생일은 가까운 동료들이 개인적으로 선물을 챙겨주거나 가벼운 인사말을 전하고, 결혼이나 조사 같은 큰 일은 같은 부서 사람들이나 친한 동료들이 현금을 모아주는 방식이었다. 독일회사에서 경조사를 대하는 방식은 한국회사와 같으면서도 다르다. 


*필자가 겪은 일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회사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


# 생일

누구나 1년에 한 번 맞이하는 생일은 아예 챙기지 않거나, 챙긴다 해도 "Alles Gute zum Geburtstag!(생일 축하해!)" 정도의 가벼운 인사말을 하는 정도에 그친다. 직원들의 생일을 관리하는 회사는 보통 총무나 매니저가 캘린더에 추가하여 팀원들과 공유한다. 


우리 회사는 생일을 따로 관리하지 않는데 캘린더에 내 생일을 표시해 두었더니 캘린더 접근권한이 있는 직원들이 우연히 보고 축하해 줘서 살짝 민망하면서도 고마웠던 일이 있다. 


경사를 맞은 당사자는 직접 케이크를 만들어와서 동료들과 나눠먹는다.


# 결혼, 출산, 퇴사

인생에서 어쩌면 가장 큰 경사인 결혼과 출산은 독일인들에게도 의미 있는 일이기에 대부분의 직장에서 적극적으로 챙기는 편이다. 퇴사 시엔 동료의 수고에 고마움을 표현하는 선물을 한다. 단, 개인적으로 하지 않고 팀원 전체가 함께 참여하며,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준비한다. 일반적으로 매니저나 총무가 페이팔이나 계좌송금 등 머니풀을 열고 약 1주일 동안 모금을 한다. 금액은 명시하지 않지만 암묵적으로 인당 5~10유로를 보내며, 모든 참여는 100% 자율이다. 안 해도 뭐라고 하는 사람 없다. 


모금을 주도하는 사람은 명단을 발설하지 않고 선물은 팀이름으로 전달되기에 당사자는 누가 참여했고 안 했는지 알 수 없다. 이렇다보니 서로 부담이 없다. 특별히 친한 동료라면 20유로 이상을 기부하기도 한다(역시 기부자 이름을 알리지 않고 본인도 말하지 않는다). 또한 현금을 직접 전달하지 않고, 선물이나 Gutschein(상품권) 형태로 주는 게 일반적이다. 여기에 롤링페이퍼로 팀원의 메시지를 적은 카드도 함께 준비한다. 홈오피스가 늘어나며 최근에는 디지털 롤링페이퍼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벤트 당사자는 집에서 직접 케이크이나 간식을 만들어와서 팀원들과 나눠먹는다. 


# 조사()

팀 내 조사가 있으면 본인 또는 동료나 총무를 통해 팀원들에게 소식이 전달된다. 조사에는 모금활동을 하지 않고 소식을 아는 동료들이 함께 슬퍼해준다. 당사자가 너무 큰 슬픔에 빠지지 않고 건강히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위로의 말을 전달한다. 메시지는 롤링페이퍼처럼 함께 전달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전하는 편이다. 




직장문화뿐 아니라 경조사를 챙길 때 독일은 전반적으로 현금을 직접 주는 경우가 한국보다 드물다. 현금이 금기는 아니지만, '이벤트를 기념하는 선물'이 더 정감 있다고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직장에서는 5~10유로처럼 동전섞인 현금을 모아주면 모양새가 예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제목 사진출처: Adi Goldstein on Unsplash

본문 사진출처: Lina Volkman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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