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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밤 Nov 11. 2023

독일 세금청이랑 티키타카 하기

관청과의 소통, 겁내지 말자

'티키타카'는 스페인어로 공이 빠르게 왔다 갔다 하는 모양 또는 축구전술에서 사용된 용어에서 비롯된 유행어로 누군가와 대화가 잘 통하여 죽이 잘 맞는 모습을 '티키타카 한다'고 한다.


독일에 살면서 이 티키타카를 해야 할 대상이 있으니, 바로 관청이다. 외국인청(소위 비자청), 연방고용청, 시청, 세금청 등 한 번으로 일이 끝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 관청과 소통을 잘해야 한다. 그래도 대부분은 방문예약만 잡히면 특별히 길게 소통할 일이 없으니 뭐 티키타카까지 필요하겠냐 싶지만, 세금청의 사정은 좀 다르다.



# 연말정산 실수

우리나라 국세청에 해당하는 독일의 Finanzamt(세금청). 도시마다 관할 세금청이있다. 독일에서 경제활동을 하면 필히 한 번 이상은 이곳의 편지를 받게 된다. 개인 고유번호에 해당하는 세금번호(Steuer-ID)를 받아야 하고, 매년 연말정산 서류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말정산은 다음 해의 7월 혹은 9월까지 제출할 수 있으며 제출 후 2-3개월 뒤에 세금청에서 결과를 우편으로 보내준다. (예: 2022년 연말정산 시기: 2023년 7월까지. 해마다 확인 필수).


 나는 싱글일 때부터 지금까지 8년째 연말정산을 직접 하는데, 독일은 한국처럼 디지털화가 되어있지 않고(앱이나 온라인으로 제출은 가능하지만 모든 소득, 지출 정보를 수기로 넣어야 함) 항목이 매우 세분화되어 있어서 까다롭다. 매년 결과가 다르지만 작년에 정말 어마어마한 세금폭탄을 맞았다. 무려 2900유로(400만 원)를 더 내라고 한 것이다.


2022년 연말정산 결과 세금청 편지 (출처=직접촬영)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액수에 나는 세금청의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아무리 관청이라도 사람이 하는 일이니 실수가 있는 법. 독일 사시는 분들, 관청에서 오는 엄중한 필체의 편지라고 하여 겁먹을 필요 없다. 분명 그들도 틀리니 매의 눈으로 바라보자.


각 잡고 앉아 제출한 서류를 하나하나 다시 살펴봤고, 약 1500유로 부과의 근거를 찾아냈다. 오케이. 그런데 1400유로는 어디서 튀어나온 거지?


가독성이 매우 떨어지는 세금청의 편지를 다시 읽어보니, 지출비용 영수증 몇 개를 안 냈다고 한다. 찾았다 요놈. 분명히 우편과 메일로 두 차례나 냈는데 또 안 냈다니. 도대체 일을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


즉시 세금청에 증빙과 함께 재심사를 요청했다. 독일에서 모든 증빙을 원본으로 최소 1년 이상 손에 들고 있어야 하는 이유다. 언제 어디서 잘못되어 다시 제출해야 할지 모른다. 그리고 2개월 후, 1400유로가 아니라 900유로만 내라는 편지가 왔다. 500유로는 실수였던 것. 물론 자신들의 실수에 대한 사과나 언급은 없었다.


*연말정산을 세무사한테 맡기는 분들도 많다. 세무사 비용+예상 환급비용을 잘 따져서 손해인지 이득인지 봐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나처럼 직접 하는 걸 추천한다.




# 비자와 세금문제

독일에서만 경제활동을 하면 문제없지만, 혹시라도 독일 외에서 수입이 발생하면 필히 담당 세금청과 납세문제를 정리해야 한다. 독일은 9개 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기 때문에, 옆나라에서 일하고 국경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게다가 우리는 EU국민이 아니므로 세금이 더 복잡해질 수 있다.

독일-스위스 국경 (출처=직접촬영)

우리는 남편이 스위스로 이직하며 스위스 비자를 따로 받고(스위스는 EU가 아니다) 스위스에 납세의무가 있었기에 독일 세금청과 굉장히 오랜 기간 소통하며 정리해야만 했다. 비 EU시민이 스위스에 일하며 양국에 집이 있고 가족은 다른나라에 있는 상황은, 일반 독일국적자가 국경을 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복잡한 문제였다.


국경 근처에는 '국경통근자를 위한 상담소(Beratung für Grenzgänger)'가 상당히 많은데, 이 전문가들도 우리 케이스를 듣고 너무 복잡하고 드문 케이스라며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결국 직접 해결하기로 마음먹고 그때부터 세금청과 티키타카가 시작된 것이다. 그렇게 4개월 동안 세금청과 나는 편지며 온갖 증빙을 주고받았다. 정말 머리가 아팠지만, 따로 변호사나 세무사 비용도 들지 않고 세금청과 바로 얘기하니 가장 깔끔했다.




혹여 담당 개인세무사가 있는 분이라도 세무사가 100% 올바르게 해 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위험하다. 주변에 세무사의 실수로 만 유로(1400만 원) 가까이의 벌금을 낸 분을 보았다. 독일은 세율 자체도 높고 세금 관련 벌금이 매우 세므로, 세금청과의 소통을 겁내지 말고 적극적으로 주도하는 게 좋다.



제목 사진출처: unsplash

본문 사진출처: 직접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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