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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구동독을 여행한다면

옛 동독의 모습이 그대로

by 가을밤

나의 첫 해외이자 독일 도시는 뮌헨이었지만 독일에서 처음 장기거주를 한 건 '구동독' 지역이었다. 그곳은 바로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까지도 한국엔 알려지지 않은, 독일 중부내륙 Thüringen(튀링겐) 주의 주도 Erfurt(에어푸르트)이다.


에어푸르트를 필두로 나는 유학의 마침표도 구동독에서 찍었다. 많은 한국분들은 우리나라 서울을 생각하고 '그래도 수도 베를린이 낫지 않냐' 혹은 '동독지역은 좀 무섭지 않냐'라고 하시지만, 뭐든지 생각과 실제는 꽤 다른 법이다.


사실 나는 베를린 자유대에서 유학을 시작했다(지금도 입학증과 학생증이 남아있다). 그러나 첫 학기에 논문 주제를 바꾸라는 교수의 말에 나는 논문주제가 아닌 학교를 바꿔버렸다. 꼭 쓰고 싶었던 주제이기도 했고 합격한 구동독 도시 대학의 교수진과 커리큘럼이 매우 좋았기에 고민 없이 학교를 옮겼고, 그곳에서 졸업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가도 아마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빨간 표시된 곳이 에어푸르트. (출처=구글맵)


독일여행에 관심 있고 구동독을 여행하시려고 한다면 들러볼 만한 유의미한 도시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모두 직접 수차례 가본 곳이자 수년간 거주했던 곳이다.


# 드레스덴 Dresden

드레스덴 프라우엔교회. (출처=unsplash)

독일만 집중적으로 여행했던 한국의 절친한 친구가 '독일에선 드레스덴만큼 예쁜 곳이 없다'라고 했다.


작센주의 주도인 드레스덴은 실제로 독일인들 사이에서도 경치가 좋기로 유명하고 '다른 독일 도시들과는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여행지로 알려져 있다. 엘베강을 끼고 있는 경치가 특히 멋져서 독일의 피렌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도심부가 많이 파괴되어 지금 우리가 보는 모습은 수차례의 재건을 거친 모습이다. 체코와 가까워서 유럽여행을 계획한다면 프라하와 묶어서 다녀오면 좋다. 독일 크리스마스마켓 중 가장 역사가 오래된 곳으로 겨울에도 관광객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 라이프치히 Leipzig

mdr(중부독일방송국)과 라이프치히 대학건물. (출처=unsplash)

작센 주의 주도는 아니지만 가장 규모가 큰 도시다. 라이프치히는 '음악의 도시'로 유명한데 클래식을 몰라도 적어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가 이곳에 묻혀있다. 무덤 및 바흐의 박물관은 음대생들을 비롯하여 라이프치히에 들른다면 가봐야 할 필수코스다.


뿐만 아니라 바그너의 탄생지이자 멘델스존, 슈만 등이 활동했던 그야말로 음악의 도시 그 자체다. 2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시내 중심에 있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에서는 지금도 다양한 공연을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동독붕괴와 동시에 첫 동유럽 혁명이 일어난 곳으로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깊은 곳이다. 동독시절부터 이어온 라이프치히 도서 박람회도 세계적으로 유명하므로 박람회 기간에 맞춰 방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위치상 베를린, 드레스덴과 묶어 함께 여행하기 좋다.



# 바이마르 Weimar

바이마르 하면 '바이마르공국'이나 '바이마르헌법(1919년)'을 떠올리는 분들이 계실 것 같다. 독문학에 관심 있다면 괴테, 실러와 연관되어 언급되는 문화도시다. 이처럼 역사적 문화적으로 매우 의미가 깊어 바이마르가 속한 튀링겐의 주도로 착각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튀링겐의 주도는 앞서 언급한 에어푸르트다.

바이마르 테아터플라츠에 있는 괴테실러동상. (출처=pixabay)

인구 약 65000명 정도의 매우 작은 도시이지만 '작지만 강한' 특징을 보여준다. 대도시와 같은 화려함은 없어도 문학, 철학, 음악, 역사 분야 등 어느 하나 빠지지 않아서 작은 규모와 불편한 교통에도 불구하고 많은 독일인들도 일부러 찾아온다. 만약 바이마르에 가신다면 구시가지를 천천히 걸으며 지나온 역사와 문화를 피부로 느껴보고, 괴테/실러 박물관 및 동상, 니체하우스, 바우하우스박물관을 들러보면 의미 있는 여행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도 가장 친하게 지내는 나의 독일 지인 및 친구들을 모두 구동독지역에서 만났다. 아무래도 그곳에서 학교를 다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구동독 사람들에겐 서독 사람들과는 다른 '무언가 가볍지 않은 정'이 있던 것 같다. 잘 웃지 않으니 차가워 보이고, 외국인에게 호기심 어린 눈으로 말도 안 되는 질문들을 던지기도 하지만 친해지면 간 쓸개 할 것 없이 다 빼줄 것 같은 우정을 보여주었고, 나는 그들을 통해 독일인들 내면의 따뜻함을 배웠다.


대대로 동독지역에 살아온 사람들은 여전히 Ostalgie(오스탈기: 동쪽을 뜻하는 '오스트'와 향수를 뜻하는 '노스탤지어'의 합성어)를 가지고 산다. 옛 사회주의 체제하의 독일은 가난했지만 소소한 행복과 안정감이 있었다며 그때를 회상한다. 겪어보지 못한 나는 다 공감할 순 없지만 그저 어두웠을 것 만 같던 시기에도 행복이 있었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그들의 그리움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제목 사진출처: pixabay

본문 사진출처: 직접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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