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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체반이 멈춰버렸다

기차 전국파업에 대처하는 법

by 가을밤

연착과 돌연취소로 이미 악명이 자자한 도이체반. '독일은 정확하다'는 스테레오 타입을 깨 주는 주범이다. 연착과 취소의 원인은 다양한데 그중에서 가장 많은 취소를 한 번에 발생시키는 원인은 바로 파업이며, 일 년에 최소 2회 이상 발생한다.


2023년 11월 15일 오후 10시부터 도이체반 전국 총파업이 시작되었다. 이에 따라 도이체반에서 운행하던 모든 기차는 오후 9시경부터 운행을 중단했다. 남편도 이 시간대에 기차 안에 있었는데 원래 10시에 도착해야 할 여정이 잘 가다가 9시쯤 중간 역에 갑자기 멈춰버렸고, 다음 운행 편은 모두 취소되었다고 한다. 낯선 도시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나는 남편을 데리러 약 2시간가량 아우토반을 달렸다. 나와 비슷한 사정에 있는 사람들이 많은지 늦은 시간에 좀처럼 보기 힘든 차량 정체가 한참 동안 이어졌다.


IMG_4388.jpeg 밤 10시 경 아우토반. 상행선 하행선 모두 정체


이처럼 도이체반 특히 ICE, IC 고속열차를 타야 하는 날 갑자기 파업을 맞닥뜨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아주 심플한 방법으로는 파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보통 전국적인 파업은 길면 이틀, 짧으면 하루면 끝난다. 따라서 이날만은 일정을 포기하고 출발 지점에 숙소를 구해 하루 체류했다가 다음 편을 타면 된다. 파업 역시 '도이체반의 일방적인 취소'에 해당하므로 조건 없이 표값을 전액 환불받을 수 있다.


다른 방법으로는 '타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것이다. 에스반, 우반, 버스 등 가까운 거리를 연결하는 대중교통을 여러 번 이용하여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 다만 매우 피곤하고 긴 여정이 될 것을 감안해야 한다.


기차로 매일 통근하는 사람들이 많은 독일에서 이렇게 전국 파업을 해버리면 정말 당황스럽고 짜증 나는데, 오히려 교통 전문가들은 언론 인터뷰에서 '통근자에게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 게 참으로 기가 막히면서 독일답다. 우리나라 같으면 "모든 수단과 방법을 써서라도 사무실에 나오라"라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다수의 독일 회사들은 이런 날 만큼은 추가적으로 재택근무를 허용해 준다(모든 회사가 그런 건 아니므로 개별 확인 필요). 열차 이외에도 독일 전체적으로 워낙 파업이 잦은 것을 회사도 잘 알고 있으므로 유연한 대처가 가능한 것 같다.



파업 역시 '컨트롤할 수 없는 일'에 해당한다. 내 손을 벗어난 일엔 불평보다 해결책을 찾는 게 현명하다. 따라서 독일에서 파업으로 인한 기차취소를 경험하신다면 당황하지 말고 DB앱에서 대체 기차 편을 찾거나, 쉬어간다고 생각하고 일정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편을 추천드린다.


제목 사진출처: unsplash

본문 사진출처: 직접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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