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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밤 Nov 20. 2023

롱런하는 직업 찾는 법

타이틀을 버려야 보이는 그것

장기적으로 집중할 수 있는 직업을 찾는 방법은 무엇일까? 과연 그런 방법이 있긴 할까?


65세 정년을 채우는 경우가 흔한 독일에서 이 고민을 오래 해왔다. 나는 교환학생, 한국 대학원, 유학 등의 이유로 여성치고는 다소 늦은 나이에 사회에 나왔지만 그래도 35년 이상은 좋든 싫든 일을 해야 한다. 


2023년 근무일 기준으로 매년 근무일은 약 250일, 35년은 8750일이니, 매일 8시간 근무한다면 평생 무려 70000시간을 종사해야 하는 게 바로 직업이다. 그러니 원하든 원하지 않든 '롱런'하지 않으면 도저히 생존할 수 없을 것이다. 



오래전부터 해온 이 고민에 답하기 위해 나는 '직업'을 지우고 '롱런'만 남기기로 했다. 즉 내가 무엇으로 불리든 거기에 매몰되지 말고 그저 '오래가는 방향'으로만 끊임없이 길을 찾는 것이다. 


내가 대학시절 되고 싶었던 직업은 학/석사를 거치며 실력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며 동기를 잃었고, 대학원 졸업 후 종사하고자 했던 직업은 독일비자라는 현실에 부딪혀 포기해야만 했다. 무언가 변하지 않으면 다시 좌절이 반복되고 이 나라에 대한 원망이 커질 게 분명했다. 상황을 바꿀 수 없다면 사람이 변해야 한다. 나는 그때부터 타이틀을 버리고 '일을 통해 도달하고자 하는 가치'를 직업결정의 기준으로 삼기로 했다. 




시선을 바꾸니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일을 통해 도달하고자 하는 가치는 '내가 잘하는 것을 활용하여 타인 또는 대상이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것이었다. 그런 일이라면 뭐든 좋았다. 타이틀을 버리고 가치를 지향하니 이전엔 안 보이던 직종의 채용공고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현재 나는 처음 꿈꿨던 직업과는 완전히 다른 타이틀을 달고 전공과 다른 사업군에 종사하고 있으며, 만족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의 목표가치는 변하지 않았고, 그걸 실현하고 있으므로 옳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전에도 그랬듯 앞으로도 '가치'에 맞는 일을 선택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더 배우고 오래된 지식이 있다면 새로 습득하면 된다. 가치를 최우선으로 둔다고 해서 복지, 월급, 승진 등의 조건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여러가지 선택지 중 가장 조건이 좋은 자리로 가는 건 현명하고 똑똑한 선택이다.




직업명보다 목표가치에 비중을 둔다고 해서 당신의 꿈을 완전히 접으라는 의미도 아니다. 그 직업 타이틀이 갖고 싶다면 현실적인 조건이 허락하는 한에서 다른 형태로 실현시키면 되는 것이다. 요즘은 직업이 하나인 사람이 드문 시대다. 직장인이 유튜버가 되고, 개발자가 강사가 된다. 자신이 가장 가치를 두는 목표를 주직업의 기준으로 삼고 부직업을 활용하여 다른 일을 펼쳐본다면, 위험부담도 적고 만족도도 높을 것이다. 


직업을 대하는 시선을 바꿔보자. 일이 적어서가 아니라 인생이 짧아서 다 못하는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제목 사진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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