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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밤 Nov 15. 2023

당신은 독일에 비타민B가 있나요?

Vitamin B

비타민 B. 피곤하거나 입병이 날 때 먹어주면 체력회복에 도움을 주는 영양군으로, 음식 외에 따로 섭취하는 사람이 많은 비타민 종류 중 하나다. 그런데 독일에서의 비타민B는 건강과 관련 없는 상황에서도 도움을 준다. 그건 바로 취업이다. 


비타민 B에서의 B는 독일어 '관계'를 뜻하는 Beziehung(베찌웅)의 첫 알파벳을 딴 구어이다. 즉, 학연, 지연, 혈연으로 이루어진 '인맥'을 뜻한다. 마치 인맥은 우리나라나 중국의 꽌시처럼 아시아에서만 유독 적용된다고 생각하지만, 넓게는 서양 그리고 독일도 예외가 아니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고 늘 말하는 이유엔 이점도 포함된다. 


Karriereeinstieg - Vitamin B ist alles!
커리어의 시작- 비타민 B가 전부입니다!




이제 막 학업을 마친 졸업생들이 인맥을 이용해서 입사지원을 하는 건 비밀이 아니다. 매우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지원 방법이며 굳이 숨기지도, 숨길 필요도 없다. "선배 다니는 회사의 인턴 자리를 넣었어", "이전에 아르바이트할 때 알게 된 매니저가 마침 거기 과장이라 지원할 수 있었어"라는 말은 독일 학생들 혹은 구직자들 사이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비타민B를 통해 취업시장에 달려드는 지원자들은 아무래도 쌩으로 지원하는 사람들보단 장점이 있는 게 사실이다. 회사 내에서 근무하고 있는 소위 '이미 입증된' 직원이 소개한 사람이기 때문에 회사도 기본적으로 좋은 인상을 가지고 지원자를 검토한다.


다만, 비타민B를 이용했다고 해서 합격이 보장되는 건 아니며 소개 이후에 이뤄지는 테스트에서의 실력은 본인이 직접 입증해야 한다. 독일회사도 지원자의 평가가 아무리 좋다한들, 자신들과 맞지 않다고 생각하면 불합격시키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비타민B는 커리어 시작 전에 활용하는 인맥을 말하기도 하지만, 경력자라면 오히려 커리어 시작 후 '앞으로 자신이 만들어 나갈 인맥'을 뜻한다. 그래서 많은 직장인들이 탄탄한 네트워크를 어떻게 쌓아 나갈지(ein gutes Netzwerk aufbauen), 스스로 만든 비타민B를 어떻게 긍정적으로 활용할 건지(von meinem Vitamin B profitieren)에 대한 관심사가 높다. 




구직 지원서류에 'Empfehlung 추천'란이 있는 독일기업이 상당히 많다. (출처=unsplash)


만약 독자님이 독일에서 인맥을 통해 회사에 지원한다면 주의해야 할 점들이 있다. 


첫째로, 나만 그 사람을 아는 '일방적인 인맥'은 좋지 않다. 지원서류를 쓸 때 해당 직원(지인)의 이름을 쓰도록 되어있는데, 자신의 이름이 쓰인 그 직원은 본인 추천으로 어떤 지원서가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런데 막상 얼굴도 잘 기억나지 않는 사람이거나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면 매우 당황스러울 것이다. 게다가 그 사람(지원자)의 과거 평판이 좋지 못했다면 오히려 자기랑 엮인 게 불쾌할 것이다. 요즘은 링크드인과 같이 온라인 상에서 '추천인에 쓰기 위한 인스턴트 인맥'을 만들기도 하는데, 이또한 진정성이 없으므로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니다.


둘째로, 추천인을 쓰는 란이 없다면 첨부내용으로 지인의 이름이나 추천서를 보내도 되는지 담당자에게 문의한다. 추천인란이 없다는 건 인맥이 채용에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않거나, 인맥을 통한 지원을 회사차원에서 지양한다는 의미일 수 있으므로 섣불리 보내지 말고 반드시 미리 문의하여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게 좋다. 


잘 이용하면 진짜 비타민B보다 더 도움이 될 독일의 인맥 비타민. 똑똑하고 현명하게 사용하여 미래엔 누군가가 독자님을 비타민B로 지목하는 경험도 해보시기 바란다. 



제목, 본문 사진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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