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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밤 Nov 29. 2023

내 평점이 감시당하고 있다

독일 온라인 평점 작성 주의사항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분들은 평소 물건이나 음식, 장소에 대한 후기를 작성하시는가? 한국에는 쿠팡, 배민, 네이버지도 등 각 분야마다 선호하는 앱이나 플랫폼이 다르니, 각 앱에 들어가서 평점을 남긴다. 


독일에서는 많은 유럽국가가 그렇듯, 아마존과 구글의 영향력이 상당히 높다. 특히 구글의 독일 점유율은 90%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구글맵의 리뷰를 읽고 신뢰한다. 장소평가는 구글맵, 물건평가는 아마존이 점유하고 있는 편이다. 중고거래는 클라인안짜이겐이라는 독일당근에서 판매자 및 구매자를 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온라인에 올라간 나의 평점은 언제든 '감시될 수 있다'.




즉, 독일에서 무심코 남기는 평점은 플랫폼 담당자에게 삭제당하거나 예상치 못한 분쟁을 가져올 수 있다.


# 아마존

플랫폼에 따라 다르지만 아마존의 경우 평점 작성에 대한 내부 규칙이 꽤 엄격해서(자세히 알려주지 않는다), 블랙컨슈머도 아니고 심지어 별점 5개를 줘도 경고를 당할 수 있다. 내가 그런 케이스 중 하나인데, 약 20유로 남짓의 물건을 구매해서 솔직하게 평가를 남겼는데 어째서인지 삭제당했다. 이유를 물어도 알려주지 않았다. 어렴풋이 짐작하건대 다른 고객에게 도움 되라고 적었던 내 키에 대한 정보가 문제였던 것 같다. 평가에 개인신상을 드러내게 적으면 안 된다고 안내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 중고거래 - 클라인안짜이겐

다른 분쟁 건으로는 독일당근에서 판매자가 구매를 강요하는 느낌을 주어 기분이 상했던 적이 있다. 게다가 마침 같은 물건을 남편이 사 와서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나는 판매자에 대한 평가를 '중간-그저 그랬음'으로 주었다 (독일당근은 상세리뷰를 쓸 수 없고 5개의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한다). 


평가 후 약 보름 뒤, 독일당근에서 소명을 요청하는 메일이 왔다. 판매자가 평가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분쟁신청을 한 것이다. 소명하는 방법으로 내가 그렇게 평가한 이유를 증빙과 함께 설명해 달라고 했다. 여기 다 적을 순 없지만 나는 첫 문장을 이렇게 시작했다. 


"상대방이 제 평가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니 유감입니다. 저는 솔직하게 느낀 바 그대로 평가했으며, 누구나 생각과 표현의 자유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그렇게 평가한 이유는..."


솔직한 평가였으니 당연히 나도 할 말이 많았다. 소명 후 14일 뒤 독일당근에서 '리뷰의 근거가 명확하고 납득될 만하므로 삭제하지 않겠다'는 통보가 왔다.


# 구글맵

세 번째는 구글맵에 작성한 식당 리뷰였다. 베트남분들이 하는 초밥집에 나는 평점을 3점 주었고 아래와 같이 작성했다. 


"배는 고픈데 서양식이 먹기 싫을 때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맛은 보통입니다. 그러나 가격이 꽤 비싸서 가성비가 좋은 편은 아닙니다. 친절하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였다. 양과 맛에 비해 가격이 높았고, 음식을 주시는 분도 고객을 쳐다보지도 않고 접시를 던지듯 밀었기에 서비스가 좋지 않다고 느꼈다. 그런데 무려 7개월 후 업체에서 내 리뷰를 납득할 수 없다며 구글에 항의를 했다. 역시 이번에도 독일당근과 마찬가지로 소명을 해야 했고, 내 소명이 받아들여져 리뷰는 삭제되지 않았다.  




이쯤 되니 개개인의 자기주장이 그토록 강한 독일에서 표현의 자유를 컨트롤하는 게 맞는 건지 의아하다. 평점과 글, 그리고 사진까지 보면 리뷰가 거짓인지 아닌지 정도는 알 수 있을 텐데 증빙을 요구하는 것도 참으로 기가 막혔다. 


독일 기본법에 따르면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전파할 권리가 있다. 즉 기본적으로 개인의 주관적인 진술은 허용된다. 하지만 '분쟁이나 의심이 발생할 경우', 그 사건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작성자가 증빙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Man muss diese Tatsachen beweisen können)(출처=anwalt.de). 그래서 독일당근이나 구글에서 나에게 추가증빙을 요청했던 것이다. 또한 분쟁이 발생되더라도 허위사실이 아닌 의견표출이라면 대부분은 더 이상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업체 입장에서는 사실 나 같은 고객보단 '실제로 앙심을 품고 악성리뷰를 작성하는' 사람이 더 골치가 아플 것이다. 이 경우 업체는 리뷰가 올라온 플랫폼에 삭제요청을 할 수 있고, 작성자가 제대로 소명하지 않으면 리뷰는 수 일 이내에 자동 삭제된다. 

 


 

독일은 평점관리에 무심하면서도 은근히 까다로운 것 같다. 한국에 비하면 평점의 절대개수가 현저히 적은 플랫폼도 많고 평점 쓰기 싫게 생긴 페이지도 많지만, 일단 평점을 올리면 작성자는 '그 말에 책임을 진다'는 의미와 같으므로 이러한 절차가 잘 발달된 것 같다. 솔직한 리뷰를 읽고 쓰기 좋아하는 고객 입장으로서 불편하기도 하지만 멀리 봐서는 진짜 리뷰만 남겨서 소비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으니 앞으로도 분쟁이 생기면 부지런히 소명해야겠다.


제목 사진출처: Photo by Towfiqu barbhuiya on Unsplash

본문 사진출처: Photo by Jonas Leup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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