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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시간 연착이라니!

루프트한자의 연착과 보상

by 가을밤

독일에 살면, 혹은 독일을 거쳐야 한다면 필히 한 번쯤은 고려하게 되는 항공사 루프트한자. 그래도 명색이 독일 국적기면 우리나라 대한항공급이라는 건데, 서비스도 비슷하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조금이라도 하셨던 독자분들의 지갑과 정신건강을 지켜드리기 위해 이 글을 쓰게 되었다.


나는 루프트한자를 2011년 처음 탔는데, 결론적으로 그때나 지금이나 서비스 개선은 없고 오히려 더 나빠진 부분들이 많다고 느낀다.




# 연착

첫째로는 연착이다. 비행기는 기차만큼 취소가 많지 않기 때문에 연착이 훨씬 흔한 케이스인데 작년에 무려 22시간의 연착을 경험했다. 당시 다른 도시에서 프랑크푸르트까지 가서 한국행 비행기를 타는 여정이었는데, 프랑크푸르트까지 갈 때는 아무 말이 없더니, 공항에 도착하니 22시간 연착에 돈 주고 예약한 좌석도 엉망으로 배정되어 있었다. 알고 보니 기장이 병가를 내서 갑자기 비행 편이 취소되고 기체까지 바뀐 것. 독일 병가의 나비효과 대단하다!


결국 하루 늦게 한국에 도착했고 모든 일정을 조정해야 했다. 루프트한자 연착보상규정에 의하면 3500km 이상 거리의 경우 일인당 600유로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루프트한자의 일방적인 변경으로 좌석까지 이용하지 못했으므로 좌석 예약비도 당연히 환불 대상이다.


연착은 '모든 서류 제출일'로부터 약 3개월 이상 소요되니 증빙을 한 번에 완벽히 제출하고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 나는 연착되었다는 이메일부터 당시 받았던 호텔 바우처, 루프트한자 규정까지 모두 캡처하여 PDF파일로 만들어 루프트한자 홈페이지(독일)를 통해 제출했다.


첫 클레임은 홈페이지의 '피드백 양식'을 통해 제출하고, 그 뒤에 이어지는 소통은 이메일로 할 수 있다. 양식에 부족한 정보가 하나라도 있다면 처리가 불가할 수 있으므로 꼼꼼히 작성해야 한다.


*출발지에 따라 보상규정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 당시 프랑크푸르트-> 인천 여정이었다.


20220619_142702154_iOS.heic 연착으로 인해 받은 호텔과 택시 바우처. (출처=직접촬영)


# 수하물 분실

그렇게 어렵사리 간 한국에서 독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루프트한자는 우리의 수하물을 잃어버렸다. 이 사건이 있기 전 이미 캐리어 하나를 잃어버린 상태라(역시 루프트한자) 분실이 오히려 정상으로 보일 정도였다. 다른 항공사와 마찬가지로 루프트한자도 Case ID를 열고 추적번호를 주는데, 사실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추적상태가 실시간 업데이트 되지도 않을뿐더러, 전화로 문의해도 그들도 나와 같은 페이지를 보고 있기 때문에 뾰족한 수가 없다. 분실된 수하물의 비용 보상받기는 연착보상보다 더 어려우므로, 무작정 새 물건을 사지 말고 최대한 기다려보는 게 좋다. 루프트한자 고객센터에 따르면 30일이 초과하면 직원들이 직접 수하물을 찾는다고 하는데, 이 또한 굉장히 대충 보고 넘기기에 기대하기 어렵다. 공항에 직접 갈 수 없다면 이쯤 되면 포기하고 다음 수하물은 분실되지 않게 에어태그와 같은 추적장치를 심는 게 답이다.


# 서비스

그렇다고 연착과 수하물 분실을 커버할 만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아니다. 단언컨대 우리나라 국적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만큼 서비스 품질이 높은 항공사는 전 세계적으로 찾기 쉽지 않다. 루프트한자 역시 고객을 위한 친절이나 편의제공보다는 안전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건지, 고객보다 기분이 안 좋은 승무원도 있고 무례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반존대(한국인 승무원이었다)로 응대하는 승무원도 있었다.



tim-dennert-Os_QyBXfaEY-unsplash.jpg (출처=unsplash)


이쯤 되니 루프트한자 안티가 쓰는 글인 것 같다.

나도 루프트한자에 이런 평가를 하고 싶지 않지만 지난 탑승 경험 중 만족스러웠던 경우가 단 한 번도 없었기에 어쩔 수가 없다. 에미레이트, 카타르, 일본 잘, 대한항공, 아시아나, 핀에어, 에어프랑스, 에어차이나 등을 타봤지만 루프트한자의 서비스는 하위였다 (서비스뿐 아니라 다른 모든 점들을 통틀어 그렇다).


그러나 독일에 살며 유럽 출장을 매년 5회 이상 가는 사람으로서 루프트한자를 피할 방법은 없다. 따라서 이제는 루프트한자를 타야 한다면 '최대한 분쟁이 없도록'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한다. 수시로 여정변경을 체크하는 건 당연하고 짐은 절대 부치지 않는다. 웬만하면 모든 짐을 핸드캐리하려고 한다. 또한 분쟁이 생길 수 있는 부분은 무조건 '증빙'을 남겨서 뒷말이 나오지 않도록 한다.



제목 사진출처: 직접촬영

본문 사진출처: 사진에 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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