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들과 한국 회사들이 가장 많이 분포한 독일의 금융도시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
올해 두 번째 크리스마스마켓 투어를 위해 프랑크푸르트를 방문했다. 독일은 내가 사는 곳이지만 참 안 변한다. 시내에 가만히 앉아있어도 돈의 흐름이 느껴지는 은행과 증권사가 즐비한 이곳마저 10년 전이나, 5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거의 없다.
유럽여행을 하는 분들 중 다수가 공항 때문에 프랑크푸르트 땅을 밟게 된다. 12월에 오신다면 겸사겸사 마켓을 구경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프랑크푸르트 크리스마스 마켓은 12월 21일까지 열리며, 주말포함 매일 저녁 9시까지 개장한다.
마켓이 열리는 장소는 시내 쇼핑거리 Zeil(짜일) 부근부터 마인 강변에 있는 Römer(뢰머광장)까지 이어진다. 뢰머광장은 600년 역사가 넘는 구시청사가 있는 곳으로 중세 건물의 모습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어서 유럽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그대로 실현해 놓은 풍경이다. 미디어에서도 프랑크푸르트 하면 빠지지 않고 소개되는 장소이다.
크리스마스마켓 기간의 뢰머광장은 건물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린다. 광장의 크기가 작은 편인데 여기 대형 트리에, 각종 상점과 놀이기구까지 설치되어 발 디딜 틈 없는 전형적인 관광지의 모습이 된다.
다른 거리는 한산한 반면 딱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는 거리만 인파가 있는 걸 보는 것도 재미있는 구경거리다. 다행히 인파끼리 충돌하거나 밀리는 현상은 없었지만, 너무나 많은 사람들을 한 장소에서 보니 이태원 사고가 연상되어 매우 조심조심 조금씩 움직여야 했다.
차량을 통제하는 인력은 있었으나, 안전사고를 대비하는 요원이 상당히 적은 게 아쉬웠다. 특히 주말에 방문하신다면 이 정도의 인파는 감안하고 가셔야 할 것 같다.
독일은 여전히 '캐시온리'의 나라라 마켓의 90% 이상은 현금결제만 가능하다. 하지만 매우 소수의 매대에서 카드결제가 되므로 메뉴가 중요치 않고 현금이 없다면 카드결제 스티커가 붙은 곳에서 음식을 드시면 된다.
올해 프랑크푸르트 마켓 컵은 무광 검은색 바탕에 축구를 모티브로 했다. 다양한 색이 어우러져 크리스마스 느낌이 나고 매우 귀엽다. 보증금은 4유로로 음료와 함께 받을 수 있으며 소장하고 싶다면 돌려주지 않으면 된다. 음료 종류에 따라 컵 모양이 조금씩 다를 수 있으므로 음료 구매 전 미리 확인하는 게 좋다.
독일서 벌써 10번도 더 맞이하는 크리스마스에 매번 비슷한 모습의 마켓이지만, 우리도 설날이 매년 똑같다고 그냥 넘어가는 해가 없듯 독일에선 마켓에 들러야 한 해를 정리하는 느낌이 든다.
또한 평소 무표정하고 크리티컬 한 독일인들의 '한껏 들뜬 얼굴'을 보는 것도 작은 묘미이다. 부딪히고 불편하더라도 웃고 배려해 주는 그들의 모습에서 연말을 맞이하는 독일인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그러니 설령 엄청난 인파가 기다리고 있더라도 부담 없이 가볍게 들르실 만하다.
제목 및 본문 사진출처: 직접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