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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밤 Dec 28. 2023

회식을 독일회사처럼 하면 어떨까

독일회사의 회식문화

한국의 직장문화에서 빠질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회식'이다. 한국의 회식문화는 한국문화 그 자체로 자리 잡은 것 같다. 독일에 있는 한국 회사에서도 저녁회식이 즐비하며, 한국회사에 재직하는 독일 직원들 다수가 '회식'이라는 한국어 단어를 알고 있다.


* 이 글은 내 경험 및 독일 내 일부 한국 기업들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으므로 회사마다 차이가 있을 것이다.




회식이 이역만리 독일에서까지 한국직장의 특징으로 자리 잡은 이유는 회식만이 갖는 특성 때문이다. 반드시 퇴근 후, 저녁식사 형태로 하며 술이 빠지지 않는다. 점심에 팀원 몇 명이 모여 식사를 하는 건 그냥 '점심식사'이지, 굳이 회식이라 하지 않는다.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회식은 주로 매니저/팀장(차 부장 상무급 이상)이 주도하며 식사비는 법인카드로 결제한다. 그래도 여기는 한국이 아닌 독일인 데다 아랫세대 직원들의 문화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참석강요는 없는 편이다. 상사들이 회식을 주도하는 목적이자 동기는 다음과 같다. 


회사/팀 차원에서 직원들의 수고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힘든 시기 잘 넘겨보자는 격려를 하기 위해

공석에서 못했던 얘기들을 편하게 풀어내기 위해 


회식 참여기회는 한국인 독일인 외국인 할 것 없이 모든 직원에게 열려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회식 참가자의 절대다수는 한국인이다. 그렇다면 독일 회사는 회식이 아예 없는 걸까? 없다면 직원들은 사기충전이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언제 하는 걸까?



독일회사 회식메뉴는 주로 호불호가 없는 독일식/이태리식/볶음밥류 등으로 한다. (출처=직접촬영)


독일회사도 회식이 있다. 하지만 그 모습부터 시간대 그리고 계획 방식까지 한국회사와 차이를 보인다. 


먼저, 저녁회식이 거의 없다.

퇴근 후의 시간은 직원 개인 및 가족과 보내야 하는 시간이기에 이 시간을 침해하려면 충분한 이유와 타당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대표적으로 저녁회식이 있는 건 1년에 두 번, Sommer- und Winterparty(여름/겨울파티)이며 회식이라기보다 회사 이벤트에 가깝다. 파티 약 1-2달 전에 참여의사를 수집하며 안 가도 된다. 


팀별로 저녁회식을 한다고 해도 역시 2-3주 이상의 텀을 두고 아웃룩 캘린더로 일정을 보내어 참여의사가 있는 사람만 온다. 회식이나 이벤트 관련 예약은 팀어시(Assistant)가 주도하며 질문도 그쪽으로 하면 된다. 


동료와의 식사는 점심에 한다. 

일얘기도 하고 스몰토크도 하는 식사는 주로 점심시간에 한다. 역시 '가능한 사람만' 오는 것이지만 어차피 오전/오후 근무시간 사이에 이뤄지므로 참여율이 높은 편이다. 가볍게 회사 주변 식당에서 밥 먹으며 서로 격려도 하고 힘든 점도 얘기한다. 대부분 너무 진지하지 않고 가볍고 편안한 분위기다. 식사비는 미리 고지했다면 회사가 내고, 그렇지 않다면 각자 더치페이한다. 팀식사=법인카드결제라는 공식이 없다. 


또한 허심탄회한 얘기를 저녁에 할 필요가 없다.

주제와 상관없이, 술 안 먹고 멀쩡한 근무시간인 낮에도 못한 얘기인데 밤에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런 주제는 시간을 불문하고 못 하는 얘기이며, 저녁에 고기 구우면서 상사가 술 한잔 따라준다고 갑자기 술술 나오지 않는다. 독일 직장에서 일에 관련된 고민이 있을 땐 근무시간 내 상사와의 면담 시간을 이용한다. 많으면 주 1회, 혹은 매달 1회 정도 짧은 콜을 잡아서 그 시간을 이용해 고민을 말하면 된다. 진정으로 직원의 사기를 북돋아주려는 상사라면 술 안 마시고 멀쩡한 정신에 들어주는 게 훨씬 피드백이 좋을 것이다. 정기 면담이 없다면 상사에게 먼저 Terminserie(정기미팅)을 보내보자. 여태까지 거부한 상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덧붙여 또 한가지, 회식을 하더라도 '먼저 가는 사람 붙잡지 않는다'. 이벤트엔 빠지고 식사만 참여하거나, 식사 후 먼저 일어나도 욕하는 사람이 없다. 근무시간 외 개인일정은 철저히 개인의 일이며 존중해야 한다.



동료와 주말에 공원산책 (출처=직접촬영)


만약 특정 동료와 마음이 잘 맞고 동료 이상의 관계를 쌓고 싶다면 한국직장과 마찬가지로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만나면 된다. 주말에 커피 한잔, 저녁에 맥주 한잔, 또는 주말에 함께 등산이나 가족단위로 나들이를 가는 모습도 흔하다. 


회식은 있지만 다른 형태로 진행하는 독일회사에 근무하며 무언의 스트레스가 많이 줄었다. 특히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을 '프로 불참러'라고 낙인찍는 시선도 없고, 진짜 이유인데 핑계처럼 들릴까 봐 눈치를 보는 일은 아예 사라졌다. 



제목 및 본문 사진출처: 직접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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