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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밤 Jan 17. 2024

독일 살면 누구나 걸린다는 이 병

신선한 공기가 필요해

독일에 오래 살다 보면 약하게든 심하게든 누구나 걸리는 병이 있으니, 실내 통풍을 주기적으로 하지 않고는 못 견디는 이름하여 '환기병'이다. 한국에서는 환기의 필요성을 특히 못 느꼈고, 특히 추운 겨울에는 문을 닫고 지내는 날이 많았는데 독일 살다 보니 언제부턴가 하루 3번 이상 집 안의 모든 창문을 열어놓지 않으면  공기가 부족해지는 느낌에 답답하다. 심지어 영하 10도 이하의 추위에도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는 습관이 생겼다.


독일어로 '환기하다'는 'lüften 뤼프텐'이다. 공기라는 뜻의 Luft(루프트)로부터 비롯된 동사다. 여담으로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의 루프트 역시 '공기/하늘'로, 루프트한자의 의미는 '하늘의 부대/무리'이다.




발코니로 향하는 문도 열어 환기한다. (출처=직접촬영)


환기 방법에는 Dauer-(지속적 환기), Stoß-(충격 환기) 그리고 Querlüften(교차 환기)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일부러 종류를 구분하진 않고 대부분 창문을 아주 활짝 열어 환기를 시킨다. 독일인들의 75% 이상이 매일 집안을 여러 번 환기시킨다고 한다.


실내에서 난로를 떼던 시절에는 연기를 배출하기 위해 환기를 했지만 지금은 집 관리의 목적이 더 크다. 실제로 조금만 환기를 잘못하거나 구조상 환기가 안 되는 집에 가면 금세 벽이나 가구 뒷면에 곰팡이가 피기 십상이다. 한번 생긴 곰팡이 포자는 집안 곳곳을 돌아다닌다. 특히 벽의 경우, 독일 벽은 한국과 같은 벽지를 쓰지 않기 때문에 곰팡이를 제거하고 벽면 전체를 페인트칠해야 할 수도 있다.


이전에 우리가 살던 집이 땅층(한국식 1층)에 바로 앞에 다른 건물이 있어 환기가 쉽지 않았다. 매일 4번 이상 규칙적으로 했으나 결국은 커다란 장롱 하나를 통째로 버리고 벽면 페인트칠을 다시 해야만 했다. 건물의 외벽 보온시공이 제대로 안된 게 근본적인 문제였으나 잘잘못을 따지려면 상당히 복잡하기 때문에 집주인과 함께 해결했던 적이 있다.



만약 독일 월셋집에 살다 곰팡이를 발견했다면 규모가 작은 건 깔끔히 청소하고 말린 뒤 통풍을 방해하는 요소를 아예 치워주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규모가 크다면 집주인 혹은 하우스마이스터에게 알리고 Maler(페인트 전문가)에게 곰팡이 청소 및 페인트칠을 맡기는 게 좋다. 곰팡이 제거제와 여분의 페인트를 집에 항상 마련해 두면 편리하다. 독일 집 벽의 기본 색상이 흰색이기 때문에 곰팡이 외에도 일상에서 쓸 일이 꽤 잦기 때문이다.


독일생활 초반엔 춥다며 얼굴 찌푸리고 환기를 했으나, 이제는 아침/점심/저녁으로 창문을 열어놓지 않으면 답답하다. 이렇게 습관이라는 게 무섭다. 추운 겨울에는 창문을 젖혀놓는(kippen: 창문 윗부분만 열어두는 것) 사람이 많은데 그렇게 하면 창문의 온도만 올라가고 환기는 되지 않으므로 약 5-15분 정도 무조건 활짝 여는 게 정답이다.  



제목 사진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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