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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밤 Jan 22. 2024

자차운용의 퀄리티를 바꿔준 앱

독일 생활은 차가 없을 때의 1막, 있을 때의 2막으로 갈린다고 할 정도로 자동차 운용이 가져다주는 삶의 변화가 크다. 대중교통으로 닿지 않는 장소를 자유롭게 가는 건 당연하고, 무엇보다 '대중교통에서 생기는 각종 생활 스트레스'가 단번에 정리된다. 연착 스트레스, 이상한 사람들과 마주침, 아무렇지 않게 스치는 인종차별적 발언 등 적어도 생활 스트레스의 5할이 대중교통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자차운용을 한다고 무조건 스트레스가 제로인 건 아니다. 특히 주차를 할 때 가끔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2024년 현재까지도 여전히 현금을 너무나 사랑하는 독일은 주차권을 끊을 때 센트 자리까지 딱 맞춰서 현금을 넣으라는 기계들이 많다. 우리나라로 치면 십원 자리까지 맞춰서 동전을 넣으라는 식이다. 카드는 당연히 안되고, 지폐도 안 받으며, 심지어 거스름돈도 안 나온다. 이럴 거면 그냥 저금통을 놓지 왜 거창하게 전기 먹는 주차발권기를 세워놨는지 의문이다.




그런 독일이 최근 엄청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동전만 받던 주차장들이 지폐나 카드를 뛰어넘고 바로 앱 관리 형식을 도입한 것이다. 물론 모든 주차장이 그런 건 아니지만 적어도 '노상주차장'에 한해서는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앱의 이름은 EasyPark(이지파크)로, 노상주차 발권기에 이지파크 표시가 되어있으면 이용 가능하다. 작년부터 주차할 때마다 아주 편리하다고 생각하여 유럽에 계신 독자분들과 정보를 나누고자 브런치에 적게 되었다.


뤼데스하임 노상 주차장에 안내된 이지파크 서비스. (출처=직접촬영)


이지파크는 2001년에 설립된 스웨덴의 '핸드폰 파킹/지불서비스' 업체이다. 북유럽을 필두로 독일을 포함, 스위스에도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데 말 그대로 앱에서 손쉽게 주차 시간 및 주차비 지불까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



주차장 번호와 차번호를 입력하고, 간단히 전화번호와 지불방식을 지정하면 바로 주차를 시작할 수 있다. 동그란 다이얼 중간의 'Starte(시작해)'를 터치하면 주차가 시작되고, 다이얼을 돌리면 주차시간이 증가한다. 예상 주차시간을 설정하면 주차비도 미리 계산해 볼 수 있다. 주차가 끝나면 'Stoppe(멈춰)'를 누르면 된다.


이 앱이 좋은 점은 복잡한 등록절차가 필요 없고 사용방식도 굉장히 직관적이며, 무엇보다 주차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 예정 시간보다 일찍 오면 일찍 온대로, 늦으면 앱에서 시간을 늘리면 그만이다. 주차비 정산은 '실제 주차한 시간'만 계산되니 손해 볼 일도 없다.


특히 밖에서 누구 만날 때, 주차권 구매시 미리 설정해 놓은 종료시간이 지나서 다시 주차장에 갈 수도 없고 난감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닌데 앱에서 모든 과정을 처리할 수 있으니 정말 편리하다. 정산은 주차종료 다음날 자동으로 이루어지며, 영수증은 24시간 뒤에 메일로 받을 수 있다. (카드지불 설정 시).


(왼) 주차시작 전 버튼 / (오) 주차종료 버튼 - 실제 스위스에서 사용한 내역 (출처=직접촬영)




독일에서 이지파크는 대부분 노상주차장에서 찾아 볼 수 있는데, 스위스에서는 심지어 마트 주차장이나 공용 주차장에도 널리 쓰이고 있었다. 이러한 인앱결제 방식의 주차서비스가 더 확대되면 주차업체들에서도 굳이 비싼 주차 정산기를 도입하거나, 쓰레기만 늘리는 주차권 발권기도 필요 없어질 것이다. 정산기나 발권기 관리인력도 줄 테니 여러모로 장점이 많은 변화다.


특히 나처럼 현금소지를 기피하는 사람들은 두 팔 벌려 환영하지 않을 수 없다.



제목 사진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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