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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밤 Dec 29. 2023

독일 개세(금)을 아시나요

독일의 반려동물 문화는 상당히 체계적이고 엄격하게 잡혀있는 편이다. 우리나라 1타 강아지 훈련사 강형욱 님도 미디어에서 독일의 사례를 언급하는 걸 자주 볼 수 있는데, 심지어 날라(훈련사님의 반려견) 훈련하는 영상에서는 훈련어를 아예 독일어로 하시는 걸 보았다. (Platz 플랏츠: 엎드려, Aus 아우스: 놓아 등)


그래서인지 한국에 비치는 독일의 반려동물 문화는 마치 '교과서' 같은 느낌이다. 이는 맞는 말이기도, 틀린 말이기도 하다. 정보는 흐를수록 재생산되고 부풀려지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알려진 것 중 하나는 독일의 '개 세금(Hundesteuer)'이다.




많은 독자분들께서 아시다시피 독일에는 개에 부과되는 세금이 있다. 반려견을 기르는 보호자라면 예외 없이 의무적으로 세금을 내야 한다. 반려견 입양 후 수일 내에 보호자의 거주지 관할 관청 혹은 시청에 강아지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개 세금용 신청양식을 제출한다). 만약 탈세 등의 목적으로 신고하지 않을 시 최대 10000유로(1400만 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감면 혹은 면제되는 사람은 등록된 강아지 전문 브리더나 신체장애로 인해 평생 개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뿐이다.  


개 세금, 줄여서 개세(어감이 좋지 않아 줄여 쓰진 않겠다)는 독일 기본법(Grundgesetz) 제105조 2항에 해당되는 지방 비용세이다. 생후 3개월 이상 된 강아지부터 납부대상이며, 1마리 당 일 년에 한 번 혹은 6개월에 한 번씩 부과된다. 즉, 강아지 개체 수가 많을수록 내야 하는 세금도 늘어난다.


정확한 금액은 개의 종류, 거주지가 속한 주에 따라 구분되며, 크기와 무게는 상관없다. 안전한 종일수록 세금이 낮으며 위험/사냥 종으로 분류될수록 높아진다. 일반적으로 독일의 수도 베를린은 120유로(17만 원), 한국인이 가장 많은 헤센 주는 180유로(25만 원), 바이에른 주는 100유로(14만 원) 수준이다. 해당 금액은 1년 기준이다.




개 세금의 기원은 15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개를 소유하던 농부들은 영주에게 세금의 일종으로 소위 '개 곡식(Hundekorn)'을 바쳐야 했다. 그러다 19세기 프로이센 왕국 시기부터는 개 소유가 즐거움을 위한 행위, 즉 사치로 분류되어 사치세로 변경되었다. 독일 내에서 최초로 개 세금을 지역단위로 걷은 곳은 프랑크푸르트 근교의 오펜바흐(Offenbach am Main)이며 점차 전국적으로 확대되었다. 이렇게 걷은 금액은 지역별 추가 수입원이 되어 도시를 개선하거나, 빚을 갚거나 길에 버려진 개들의 개체수를 줄이는 데 사용되었다.

(출처=wirtschaftundschule.de)


현재까지도 개 세금은 지역관리에 쓰이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독일에서 모든 강아지들은 적어도 하루 2번(어린 강아지는 4시간마다) 산책을 나가기 때문에 좋든 싫든 견생 내내 바깥 환경에 영향을 미치고, 이에 따라 시 차원에서 관리할 부분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 세금이 높은 도시라고 거리에 버려진 개똥이 적은 건 아니다. 반려견의 배변 처리 문제는 철저히 보호자의 책임감과 타인 배려에 달린 것이다.



(출처=unsplash)


아이러니하지만 강아지만큼이나 인기 반려동물인 고양이는 세금을 내지 않는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고양이들이 집에서만 생활하는 Hauskatze(집고양이)이며, 가끔 Freigänger(외출 고양이)가 있긴 하지만, 평생을 매일 밖에 나가는 강아지에 비하면 여전히 소수이기 때문이다.


똑같은 반려동물이고 크기도 비슷한데 불공평하다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어쩔 수 없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고양이는 오래전부터 '경제동물(Nutztier)'로 분류되어 왔다. 경제동물이란 그 동물의 행위가 경제적인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을 뜻한다. 고양이는 농장과 마당 주변의 생쥐 및 해충을 잡아주므로 세금 면제의 이유로 타당했던 것이다. 물론 강아지도 탐지견, 목장견 등으로 활동하므로 조금은 억울할 수 있겠다.


이처럼 독일에서 강아지를 키우면 필수납세의 의무가 하나 더 늘어나기에 강아지 몸에 칩이식도 의무이다. 고양이는 칩 삽입이 의무가 아니다. 게다가 산책은 강아지의 기본권이자 문제행동 교정의 첫번째 해결책이기 때문에 아래위 옆집 이웃들은 당신의 강아지가 산책을 나가는지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만약 눈에 띄게 산책 횟수가 줄거나 문제행동으로 보이는 현상이 발견되면, 보호자 동의 없이 신고하여 조사를 받게 될 것이다.



제목 및 본문 사진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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