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주중 주말 할 것 없이 24시간 바쁜 것과 달리, 독일은 주중과 주말이 확실히 구분된다.
마트 및 카페 대부분이 월요일 오전 7시에 영업을 시작하고 출근 시간도 한국보다 빨라서 8시면 이미 책상에 앉아있는 직장인들이 많다. 그렇게 일주일의 5일을 보내고 토요일은 너 나 할 것 없이 시내로 나온다. 직장은 쉬고 상점은 문을 열기 때문에 독일 도시들의 토요일은 매우 혼잡하고 시끄럽다.
그러나 일요일이 되는 동시에 어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조용해진다.
시내에 사는 사람들은 그래도 간간히 자동차 소리라도 들리지만 조금이라도 외곽에 산다면 새 소리, 이웃집 강아지 소리 그리고 교회 종소리가 소음의 전부일만큼 적막이 흐른다. 물론 소음을 내는 이웃이 있으면 주말은 더 고통이겠으나, 적어도 상식이 통하는 이웃들이 있는 건물에 산다면 일요일은 적막과 고요함 그 자체다.
이렇게 같은 주말이라도 일요일과 상반된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일요일에 갈 데가 없기 때문'이다. 슈퍼마켓을 포함하여 모든 상점, 쇼핑몰이 문을 닫는다. 그나마 연 곳이라곤 주유소와 카페 그리고 식당이다.
즉, 외식 안 하고 차에 기름 넣을 일 없다면 결국 갈 데는 카페(혹은 야외 나들이)밖에 없단 소리다.
실제로 동네 카페를 가보면 카페 앞 주차장만 만석이고, 반상회 하나 싶을 정도로 동네 어르신이나 주민 손님들이 많다. 이는 독일 대도시를 제외한 소도시 및 외곽 동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일요일 진풍경이다. 대도시라고 해봐야 몇 개 안 되고, 많은 독일인들이 작은 동네 거주를 선호하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모습이야말로 정말 '독일스럽다'.
우리도 느지막이 아침을 먹고 산책하다 출출해져 동네 카페에 들렀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이미 카공족에게 점령당했을 규모인데 독일에선 카공족을 찾기 쉽지 않다. 어쩌다 카공족을 만나면 '진짜 공부하려고 온 학생들'이고 그나마 한두 시간이면 자리를 비워준다. 게다가 테이크아웃 하는 손님들도 많아서 여태 독일 카페에서 자리 잡기 어려웠던 경우는 시내 스타벅스 빼고는 거의 없었다.
독일 케이크는 잘못 고르면 머리가 아플 정도로 달아서 항상 '뭐가 덜 달까' 고민하는 게 일이다. 최근 한국 디저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아 조각케이크 하나에 만 원을 육박하는 걸 보고 소름이 돋았다. 독일도 물가상승률이 심한데 그나마 디저트 가격은 '용인해 줄 만한' 선을 지키고 있다.
위 사진 속 케이크 모두 카페에서 먹어도 5500원이 넘지 않았다. (포장은 좀 더 저렴하다).
곧 부활절이라고 여기저기 장소불문 토끼와 계란 장식이 한창이다. 12월에 오면 이 장식이 모두 크리스마스로 바뀌어 있겠지. 이처럼 독일에선 마트랑 카페만 다녀도 한 해의 상/하반기를 체감할 수 있다.
특히 이 시기에 초콜릿 상품이 쏟아져 나오는데 만약 구매시기가 중요치 않다면 부활절 후, 크리스마스 후에 사는 게 좋다. 브랜드 상관없이 모두 반 값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커피 한 잔에 케이크 한 조각 먹어주니 벌써 어둑어둑해졌다. 해가 뜨지 않는 날이 일 년에 반이 넘는 이곳에서 그나마 당의 힘을 빌려야 기분 좋은 주말이 되는 듯하다. 그래서 일요일이면 동네 카페가 문전성시인가 보다.
제목 및 본문 사진출처: 직접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