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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밤 Mar 20. 2024

아시아인을 향한 은근한 차별

이번 글은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주제를 다뤄보고자 한다. 


'아시아인 차별' 즉, 독일에서의 아시아인 소외현상이다. 


독일이라고 특정한 이유는 내가 직접 겪은 환경이 독일이라 그렇지 사실 외국 전체에 해당될 수 있는 문제다. 해외에 살고 계신 한국분들은 적어도 한 번쯤은 '혹시 이거 차별인가?' 싶은 경험이 있으셨을 것이다. 


실제로 흑인차별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아시아인차별은 그다지 큰 사회적 문제로 다뤄지지 않는다. 차별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게 문제인 줄 조차 인식하지 못해서 그렇다. 


이렇게 말하면 "우리나라도 외국인 차별 많이 한다", "우리나라에서 동남아사람들 차별하는 거 보면 할 말 없다"라고 하는 사람들이 꼭 나온다. 그래, 그렇게 말하는 당신 말도 맞다. 


즉, 차별을 당하든 다른 아시아인을 차별하든 둘 다 잘못된 것이며, 이 글에선 '우리가 차별을 당하는' 상황에 한정시키고자 한다. 




# 대놓고 하는 차별

대놓고 하는 차별은 대부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다. 길에서 지나가면서 내 귀에만 들리게 칭챙총이라고 한다거나, 대중교통에서 대놓고 눈을 찢어 보이기, 실수인 척하면서 머리 쪽으로 쓰레기 던지기, 특히 팬데믹 때는 내 앞에서만 코와 입을 틀어막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 차별은 국적 불문하고 대부분 교육 수준이 매우 낮거나 부모에게서 잘못 배운 아이들에게서 볼 수 있는데, 화는 나지만 대응할 가치조차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깔끔하게 한방 먹이고 싶다면 그들이 들을 수 있게 큰 소리로 경찰에 신고(하는 척하거나 진짜로 한다)하거나, 그냥 한국어로 욕을 날려주면 된다. 


# 은근한 차별

가장 열받는 차별은 바로 이종류다. 대학까지 나오고 번듯한 직업도 있는 배울 만큼 배운 사람들 중 유독 아시아인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상대방이 눈치채지 못하게 행동하지만 뒤돌아 생각해 보면 차별인 걸 알게끔 한다. 예를 들어 이웃이 다 모이는 행사에 아시아인만 쏙 빼놓고 초대한다거나, 똑같은 아르바이트 자리를 주면서도 유럽인들과 시급차이를 둔다거나, 모임에서 아시아인에게만 인사를 안 하는 경우 등이다. 


차별인 걸 인지하고 강하게 대응해도 '차별이 아니다. 몰랐다' 또는 '어디서 나한테 그런 저급한 단어를 들이미냐'는 등의 회피식 답변이 돌아올 확률이 높다. 이들은 인정도 사과도 하지 않는다. 차별을 인정하는 순간 자신의 수준이 낮다는 걸 실토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 차별인지 아닌지 모를 차별

한국인과 중국인이 함께 길을 걸어간다. 마주 오던 독일인이 '니하오'라고 한다. 그럼 이건 차별일까? 

한국인은 순간 기분이 나빴고 중국인은 아무렇지 않았다. 실제로 나와 남편이 겪은 일이었는데 남편은 어떤 문제점도 느끼지 못한 눈치였으며, 내가 물어봤을 때도 전혀 차별로 느껴지지 않았다고 한다. 언어를 바꿔 생각해 보면 그 독일인이 '안녕하세요'라고 한 것인데 그랬다면 나도 차별이라고 느꼈을까? 


이런 경우는 철저히 상황에 근거해 판단해야 한다. 

만약 그 독일인이 비웃으며 니하오라고 했다면 차별일 것이다. 그러나 여행안내센터에서 직원이 니하오라고 했다면 그는 아마 중국인 관광객을 매우 많이 상대해서, 대부분의 아시아 관광객은 중국출신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보통 이런 사람들은 수정해 주면 미안하다며 바로잡는다. 비슷한 경우로 몇 년 전, 한국에 사는 독일인이 한국인들이 자기만 보면 '헬로'라고 인종차별 한다며 불쾌해했던 적이 있다. 정말 차별이었는지 아닌지는 상황을 봐야 할 테지만 예상컨대 상대방은 독일인과 영어권 외국인을 구분하지 못했을 것 같다.




아시아인이 이토록 차별에 취약한 다른 이유는 '아시아 문화에 대한 선입견' 때문이기도 하다.

여전히 많은 독일인(서양인)들은 '한국사람은 예의가 바르고 단정해' 또는 '부끄러움을 많이 타'와 같이 한국인들에게 남아있는 유교문화의 생활습관을 일종의 디폴트로 본다. 그래서 이것을 차별의 근거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에게 아주 좋은 먹잇감이 되는 것이다. 


예의가 바른 것은 다루기 쉽다는 뜻이 아니며,

부끄러움을 타는 것은 갖고 놀아도 된다는 말이 아니다.

또한 이 모든 부분은 사람 by 사람 즉, 개개인 성격의 일부일 뿐이다.


따라서 독일(해외)에서 명백한 차별을 당했다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당신의 행동은 명백한 인종차별"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제목 사진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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