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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밤 Jul 28. 2024

에너지드링크는 마약보다 해롭다?

얼마 전 집 근처 독일 체인마트 Rewe(레베)에 들렀다. 계산대엔 내 앞에 약 10-12살 정도로 보이는 초등학생 꼬마가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손에 레드불과 비슷한 에너지음료 '몬스터'가 들려 있었다. 한 개만 계산하면 되니 금방 내 차례겠네 하고 지갑을 꺼내고 있었는데, 꼬마의 계산을 하던 점원이 이렇게 말했다. 


"너 몇 살이니? 16살 안 됐지? 다른 거 가져와."


실망한 표정이 역력한 꼬마가 물었다. 

"저 이거 마시고 싶어요. 다른 거 뭐 가져오면 되는데요?"


그러자 점원은,

"뭐 물이나 일반 음료수나 우유 같은 거. 이건 안돼."


하고 단호하게 말하더니 들고 있던 음료수를 계산대 아래에 넣어 버렸다. 잠시 고민하던 꼬마는 결국 아무것도 사지 않고 시무룩한 표정으로 기다리던 친구와 함께 마트를 나갔다. 


상황을 지켜보던 나는 술도 아닌 에너지 드링크가 왜 문제인지 궁금하여 점원에게 물었더니, '만 16세 이하에게 에너지드링크를 파는 건 점장의 권한'이라고 했다. 각성 성분이 있기에 점장 개인의 판단에 의해 지점마다 청소년 판매여부를 결정할 수 있으며, 본 지점에서는 팔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에너지-음료' 우리 지점에서는 16세부터 주어집니다. 그때까진 우유를 권장합니다. (출처=gutefrage.net)


카페인은 성장을 저해하기에 임산부, 어린이, 청소년들은 커피도 마시지 말라고 하지 않나. 그러므로 판매처에서부터 해당제품을 제한하는 건 좋은 조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편으론 참 아이러니했다.

 



독일은 2024년 4월 1일부로 Cannabisgesetz(대마초법)에 의해 개인이 대마초(마리화나)를 합법적으로 소지할 수 있게 되었다. 대마는 더 이상 금지약물에 해당하지 않으며, 성인 1인 당 공공장소에선 25g까지, 집에서는 말린 대마초 50g, 나무 3그루까지 소지할 수 있다. 당연히 미성년자의 구매와 소지는 이전과 같이 전면 금지이며, 성인이라도 학교나 청소년시설 부근 100m 이내에서 피우는 건 금지다.


독일에서 대마가 합법화된 건 표면적으로 '암시장에서의 소비와 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현실적인 이유는 여태까지의 약물정책이 모두 실패했기 때문이다. 어떤 수단과 방법을 써도 여기저기 피워대는 걸 막을 수 없으니, '하게 해주는 대신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해라'는 일종의 방임정책인 것이다. 


에너지드링크보다 배는 위험한 마약은 이처럼 두 손 두 발 들었으면서 에너지드링크를 제한하는 모습이 기괴하고 아이러니해서 마트에서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실제로 독일거주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적응되지 않을 것 같은 것 중 하나가 흡연문화다. 식당과 같이 실내에서는 안 피지만 실외좌석을 비롯하여 유동인구가 많은 좁은 길에서도 뒷사람 생각은 1도 안 하고 서슴없이 길빵을 하거나, 한 손에는 유모차 한 손에는 담배를 든 부모들도 매우 즐비하다. 이 정도로 담배를 사랑하는데 수명이 우리나라와 비슷하다는 건 공기가 좋아서인가, 아니면 담배를 피우면서 스트레스가 풀려서인가? 하는 근거 없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담배뿐 아니라 대마도 흔하다. 태어나서 대마냄새를 한 번도 안 맡아봤어도 특유의 역한 냄새 때문에 단번에 일반담배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내가 유학할 때도 이탈리아인 동기가 다른 동기들 여럿에게 대마를 권하는 걸 봤고, 도시 곳곳에선 딱 봐도 어린 학생 무리들이 피우는 모습을 목격하기도 했다. 진짜 오죽하면 합법화 됐을까 싶다. 


대마는 합법화하면서 '우유나 마시라'며 에너지드링크는 제한하는 독일. 그들이 16세 이후에 대마피며 에너지드링크를 마시고 길빵을 즐기는 성인으로 자라지 않길 바란다!


제목 사진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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