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독일 주요 뉴스를 살피다 유독 눈에 띈 헤드라인이 있었다.
Ausländische Ärzte in der Warteschleife
외국인 의사들은 대기 중
기사의 내용은 이러했다:
1400명의 우크라이나 출신 의사들이 그들의 의사교육을 독일에서 인정받기 위해 대기 중이다. 원래 그것(학위 및 자격인정)은 몇 달이면 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의사가 급히 필요해질 때까지' 몇 년이 걸린다.
이어서 현재 독일 대학병원 외과에서 근무 중인 우크라이나 출신 의사의 사례가 소개됐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수년간 의사로 일했지만 막상 독일에 와서는 학위를 인정받는 데 5년이 걸렸고, 그마저도 제한적인 허가만 떨어져서 여전히 일부 업무는 할 수 없다고 한다. 개인병원을 개원하는 건 언감생심이다.
대기 중인 우크라이나 출신 의사만 1400명이니 각국에서 온 의사들을 합치면 독일엔 수 천명이 족히 넘는 '외국인 의사들'이 학위인정을 기다리고 있다.
독일 전국 평균 실제 처리기간은 약 1-3년이라고 한다. 즉, 자국에서 힘들게 공부하고 존경받으며 나름 경제력도 보장되는 직업으로 자부심을 갖고 살았을 텐데 독일에 오자마자 예고도 없이 갑자기 12개월 이상 강제적 고학력 백수가 되는 것이다.
매년 의사가 부족하다고 하면서 알고 보니 있어도 못 쓰는 현실. 이런 문제가 발생한 가장 큰 원인은 허가조건 및 행정처리 절차가 연방주마다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연방주가 16개니 최소 16개의 조건과 절차가 있는 셈. 게다가 해당 기관들의 인력도 부족하고 시간도 오래 걸려서, 신청해 놓은 사람들은 몇 년째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어디 당장 나가서 식당이나 카페 알바라도 뛰어야 할 판이다.
위 기사에는 의사에만 초점을 맞췄지만, 일반 유학생 또는 일반직군에서도 독일의 해외학위 인정 시스템은 까다롭고 오래 걸리며, 기대만큼 인정받지 못할 확률이 훨씬 높다.
예를 들어, 한국 대학에서 3학년까지 마쳤으니 독일에서 학점을 인정받고 바로 4학년으로 편입학하고 싶어도 그렇게 못 한다는 것이다. 학점이 높고 낮음과 상관없이 강의 내용이 웬만큼 유사하지 않으면 인정해주지 않고, 우리나라와는 학점 시스템도 다른 데다가, 보수적인 독일의 특성상 '안전주의'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인정결과를 기다리며 희망고문하고 시간낭비하는 것보다, 차라리 1년이라도 빨리 입학해서 대학을 한번 더 다니는 게 확실한 해결책이다.
16개 주가 다른 정책을 따르고, 페이퍼 베이스의 행정절차를 고수하는 데다가, 일처리가 느리고, 인력도 부족한 독일. 모든 주를 통합하는 중앙처리 시스템을 만든다고 하지만 언제, 어떻게 바뀔지 아직 아무런 구체적인 내용도 일정도 없다.
제목 사진출처: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