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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밤 Oct 25. 2024

이민이 정답이 아닌 이유

요즘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이민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실제로 이민을 하지 않더라도 '한번쯤은 진지하게 고려해 보는' 사람이 늘고 있다. 물가는 끝을 모르고 오르지, 월급은 제자리에, 정치는 매일 싸움판, 평생 이어지는 비교문화, 출산율은 낮고 부동산 가격은 높은 사회에 염증을 느껴 더 이상 한국에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해외 이민을 가서 그 스트레스가 한방에 날아가버리면 얼마나 좋을까. 나라도 당장 이민을 선택할 거다. 하지만 현실은 종류가 다를 뿐, 스트레스와 문제의 총량은 한국과 비슷하거나 크면 컸지 절대 적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세율과 물가에 치인다

소위 '이민에 성공했다'는 분들은 독일에서 직장, 자영업 등 어떤 형태로든 경제활동을 하고 있을 거다. 처음엔 한국보다 높은 월급에 혹 해서 일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제 월급을 받아보면 세율에 한 번, 그리고 나가는 비용에 두 번 놀란다. 38%~45%의 소득세를 겪어보면 Brutto(세전) 금액은 종이에만 찍혀있는 환상에 가까운 숫자다. 이조차 굉장히 자리를 잘 잡은 분들에 한해서지, 눈에 띄지 않지만 안정된 직장을 잡지 못해서 1~3개월 단위로 마음 졸이며 계약서를 연장하거나, 한국이었다면 지원조차 안 했을 회사에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 물가는 종류불문 한국의 1.5~2배, 인건비는 더 비싸기에 사람 손이 닿는 서비스를 이용하기 쉽지 않다. 무거운 택배를 집으로 올리는 일, 이삿짐 싸고 풀기, 가구 조립, 페인트칠 등 결국 직접 하게 된다.


# 한국에서의 출발점 = 영주권

자국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사람이 누리는 장점이 있다. 바로 아무 조건 없이 어느 일자리든 지원할 수 있고, 싫으면 안 할 수 있는 '자유'다. 해외에선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일단 비자조건을 맞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 당장 일을 쉬고 싶어도, 회사가 지옥 같아도 그만둘 수 없다. 비자 지원을 안 해줘서 붙어도 못 가는 회사도 생긴다. 할부로 집, 차, 물건을 사는 것조차 제한받는다. 부동산 대출은 일반비자로 안 나올 확률이 높지만, 만약 나와도 비자가 끝나는 시점까지 원금을 다 갚으라는 조건이 붙을 수 있다.


즉, 독일(해외)에서 한국에서와 비슷한 출발선에 서는 건 일단 영주권을 딴 시점부터다. 그전까지는 학교든, 회사든, 어떤 단체든 제한된 기간에 소속까지 묶여있기에 생활을 확장하고 윤택하게 하는 데 항상 제한이 걸린다. 영주권까지 최소 2.5년, 길게는 5년 이상 독일인들보다 뒤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 내 의견표현조차 쉽지 않다.

이민고려 시 너무나 중요하지만 쉽게 간과할 수 있는 부분, 언어다. 취업, 이웃이나 친구 사귀기, 행정처리, 병원 등 일상의 모든 부분을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해내야 한다. 단순한 일은 번역기 돌려서 하면 되지만, 내 의견을 피력해야 할 땐 상당히 수고스럽다. 따라서 이민 초기에 외국어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건 필수다. 또한 모국어가 아니므로 아무리 잘하고 오래 사용해도 평생 한국어보다 편해질 순 없다.


# 노력해도 주류가 되기 어렵다.

대놓고 드러내진 않지만 '그들만의 리그'에 외지인이 끼는 것을 싫어하는 집단이 생각보다 꽤 많다. 특히 회사에서 승진 기회를 은근히 박탈시키거나, 학교에서 발표 기회를 뺏거나, 외국인이 대표가 되는 걸 싫어하는 등 내 스펙이나 의지와 상관없이 사회의 주류로 환영받기 어렵다. 쉽게 생각해 우리나라 대기업에 베트남 사람이 내 상사가 되고 필리핀 학생이 과대가 되고, 대만 사람이 정치인이 되는 것과 같은데, 우리라면 진정으로 그들을 환영할 수 있을까? 그래도 한국인이 해야 된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 선진국은 편리한 곳이 아니다.

선진국에 대한 가장 흔하고 범하기 쉬운 착각인데, 선진국이니까 '뭐든 우리나라보다 좋을 거'라는 편견이다. '선진국'은 '생활의 편리함'과는 완전히 다른 얘기다. 독일은 정책이나 법 체계가 한국보다 촘촘할지 몰라도 일상의 편리함은 한국보다 몇 십 년 이상 뒤처져있다. 따라서 한국만큼의 편리하고 빠릿빠릿한 일상을 기대하면 100% 실망할 것이다. 이는 서양 국가들이 대부분 비슷하다.




주변에서 "이민 가니까 좋더라", "독일에서 집 몇 채를 샀다더라" 하는 매우 소수의 사례만 듣고 이민 가면 다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는 건 오산이자 일반화의 오류다. 공부만 하면 되는 유학조차 10명이 와서 6명은 언어 때문에 돌아가고, 2명은 졸업을 못하고, 1명은 졸업했는데 취업을 못하고, 단 1명만 유학부터 취업까지 성공한다고 한다. 즉, 10% 미만의 이민 성공사례만 보고 섣불리 이민을 선택하기에 인생은 한 번뿐이고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한국은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어느 나라에 견주어도 살기 좋은 나라다. 

현시점에 많은 문제들을 안고 있지만 어느 사회든 문제는 존재한다. 그것을 해결하고 극복하려는 나라와 국민들의 노력이 필요하지, 그저 떠나는 게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 집인데 천장에서 물이 샌다 한들 남의 집 월세살이보다 편할까? 집을 고쳐야지. 


다행인 요즘 유튜브를 비롯한 많은 콘텐츠들이 유럽의 경제와 실상을 보여주고 있기에, 특히 이민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여행콘텐츠 말고 이런 테마 위주로 보길 권장한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자, 어디서든 말과 눈빛 만으로 소통이 가능하며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한국에서 다양한 대안을 시도해봤으면 좋겠다. 그래도 끝끝내 '유일한 대안은 이민뿐이다'라는 판단이 들었을 때, 그때 이민을 선택하셔도 늦지 않다. 


제목 사진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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