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듣고 싶은 말, 들어야 하는

by 가을밤

해외에 거주하다 보니 내 브런치 대부분의 스토리 주제는 내가 사는 나라 혹은 그곳에서 겪는 이야기다. 브런치뿐 아니라 책을 쓰고, 번역하고,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글들도 많으니 여태 글을 써온 시간이 꽤 오래인데, 이전부터 지금까지 항상 고민하는 점이 있다.


독자가 듣고 싶은 말을 써야 하는가, 있는 그대로를 써야 하는가.




독자가 듣고 싶은 말이란, 가령 이런 것이다.

독일 이민을 오고 싶어 하는 독자를 위해 독일의 장점 알려주기, 독일의 매력에 푹 빠진 사람에게 독일이 얼마나 선진적이고 좋은 나라인지 알려주기, 독일이 예쁘다고 하는 사람에게 여름풍경만 보여주기, 독일에서 이성을 사귀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독일사람이 얼마나 매력적이고 쿨한지 말해주기. 즉, 입에 당기는 음식만 넣어주고 보고 싶은 것만 보여주는 글을 말한다. 만약 시장(서점)에 내놓아야 하는 글이라면 독자가 원하는 글을 쓰는 건 매우 중요하다. 팩트에 기반하되 타깃층이 필요한 정보를 담아야 책이 팔리기 때문이다.


반면 있는 그대로의 글이란 이런 것이다.

독일 이민을 계획하는 독자에게 실제 독일의 생활 알려주기, 독일이 세계 최고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일상에서 수시로 겪는 비상식적인 상황 말해주기, 독일이 예쁘다고 하는 사람에게 가을과 겨울을 보여주기, 연애상대로 독일인만 찾는 사람에게 조심해야 할 점 말해주기. 즉, 입에는 쓸지 몰라도 알아두면 언젠가 도움이 될 내용이다.




'그래도 가끔은 전자 같은 글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가도, 어느새 내 글은 후자를 향하고 있다. 불편한 걸 편하다고, 안 좋은 걸 좋다고, 좋은걸 안 좋다고 도저히 못쓰겠다. 거짓된 말은 반드시 들통나듯 거짓으로 포장된 글은 수명이 짧으며 여운이 없다.


나는 독자분들께서 '독일이 정말 이렇다고?'하고 놀라실지 몰라도 있는 그대로, 겪은 그대로, 사실 그대로를 글로 적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내 글로 하여금 독일에 관해 궁금했던 점이 해결되고, 실제 현지에서 겪는 다양한 사례들을 가감 없는 글을 통해 보여드리고 싶다.


제목 사진출처: pixabay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생각의 자유, 감정표현의 자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