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힐링일까 괴로움일까

글쓰기의 의미 찾기

by 가을밤

어려서부터 글쓰기를 참 좋아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1년 내내 매주 보는 받아쓰기 시험에 올 만점을 받더니, 2학년 때부터는 글쓰기 상을 받아오기 시작했다. 한 자 한 자 꾹꾹 서투르게 눌러쓴 20년도 훌쩍 지난 빛바랜 일기장 열 권이 여전히 내 책상의 가장 아랫칸을 차지하고 있다.


중학교 3학년 때 처음 가져본 2G 폰에는 좋은 글귀가 적힌 문자메시지를 몇 년이고 보관함에 보관했던 것 같다. 작은 디스플레이에 담긴 몇 안 되는 글자였지만, 좋은 말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나아지고 마음이 따뜻해졌다.




글쓰기는 힐링일까 괴로움일까.


글쓰기가 컴퓨터 안으로 옮겨오며 '쓰기'는 '치기'가 되었다. 이젠 글쓰기가 아니라 글치기라는 말이 더 맞지 않나 싶다. 세상이 변하고 있는데 따라오고 있지 못하는 단어들은 누가 어디서부터 바꿔줘야 하는 걸까.


브런치를 개설하고 글쓰기에 목말랐던 사람처럼 글을 치기 시작한 것 같다. 다른 플랫폼에도 글을 써왔고 책도 두 권이나 출간했지만, 브런치 세계 안에서 흐르고 있는 글의 분위기나 호흡이 참 좋아서 얼른 그 세계에 빠져들고 싶어졌다. 다른 작가분들의 글을 읽는 건 내가 모르는 세계를 간접 체험하게 해 준다. 독서의 가장 근본적인 묘미를 브런치에서 제공하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 밤새 쳇바퀴를 굴리며 동이 트기를 기다린 햄스터에게 밥을 주면서, 식사를 하면서, 잠이 들면서도 중구난방 떠오르는 주제와 문장들을 순간순간 가까스로 붙잡아야 했다. 이렇게 모인 생각들이 용량을 초과하면 밥이 목에 걸린 것처럼 속이 답답하다. 얼른 노트북이나 핸드폰 메모장에 단 한 줄이라도 쏟아내면 그제야 막혔던 속이 풀린다.


글치기를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가능한 오래 하며 끊임없이 갈고닦고 싶다.



제목 사진출처: 엘라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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