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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밤 Oct 22. 2023

독일 교환학생 도시 잘 고르는 법

교환학기 도시 및 대학선정

독일은 교환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나라가 아니다.


영어권 국가가 아니고, 스페인이나 이태리처럼 날씨가 좋고 음식이 맛있거나 여행지로 유명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로 교환학생을 가려고 다짐했다면 (독어과 학생을 제외하고) 아마 특별한 본인만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동기가 무엇이든 교환학기를 지원하려면 도시를 약 2-3개 선정해야 하는데 많은 학생들이 여기서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사실 몇 지망에 쓰는지 보다 '어느 도시(학교)를 지원서에 올릴 지'가 중요하다. 왜냐하면 1 지망에 쓴다고 해서 바로 그 대학으로 배정되는 것도 아니고, 교수님의 성향이나 정원에 따라 의도치 않게 2지망 혹은 3지망의 학교가 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3 지망까지 쓸 수 있다면 3개 도시 모두 '자신이 가고 싶은 곳, 적어도 그곳에서 생활하는 게 상상이 되는 곳'을 쓰는 게 좋다.




본인의 대학교가 리스트업 해놓은 파트너십 대학을 모두 독일지도에 표시해 보자. 도시의 위치 및 특성을 파악하는 과정으로, 어떤 도시는 대학이 아무리 좋아 보여도 도시위치나 규모 때문에 가기 싫어질 수 있다. 독일의 국토면적은 대한민국보다 3배 이상 크고, 최북단에서 최남단까지는 약 10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도에서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는 게 도시 선정의 첫걸음이다. 예시로 아래의 네 개 대학의 위치를 구글 지도에 표시해 봤다.


예시: 프랑크푸르트 대학, 함부르크 대학, 울름 대학, 드레스덴 공과대학



표시를 하고 도시 주변을 살펴보면 대충 생활반경의 각이 나온다.


- 프랑크푸르트는 인터내셔널 공항이 있고, 교통편이 많고, 대도시이고, 한국인도 많고, 놀거리가 많다. 그러나 조용히 공부하고 독어 배우기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 함부르크는 한국서 직항이 없으니 갈 경우엔 트랜스퍼를 해야 한다. 대도시이지만 위치가 워낙 북부라 주변을 여행하기에 쉽지 않고 날씨가 매우 안 좋으니 겨울에는 힘들 수 있다.

- 울름은 소도시라 다채로운 재미는 없겠지만 독어를 집중하여 공부하고 학교생활하기엔 편할 것이다. 또한 뮌헨이 가깝고 독일남부이니 날씨도 괜찮고, 학생증(교통권)을 사용하여 여행하기도 나쁘지 않겠다.

- 드레스덴은 구동독이라는 특이점이 있다. 도시가 예쁘기로 유명하고 독일 타도 시보다 오히려 폴란드가 가까운 위치이며, 베를린과의 접근성이 좋다.




그다음으로는 대학의 특성을 파악해야 한다. 아무리 수업량이 적은 교환프로그램이어도 독일 현지대학의 수업을 들어야 하기 때문에 대학특징을 일부 고려하는 게 좋다. 대학과 도시 중 어느 것에 비중을 둘 건지는 각자 선택이다.


예를 들어,

- 독문학과인데 꼭 경영학과 수업을 들어보고 싶다면 경영대가 유명한 곳(영어도 가능한 곳)이 좋다.

- 전공이 화학이고 교환학교에서도 전공 수업을 들을 거라면 공대나 자연대가 유명한 곳이 좋다.

- 학과수업은 별 상관없고, 어학이 제일 중요하다면 대학 내 부설어학원이 있는 학교가 좋다.

- 무조건 영어로 수업을 듣고 싶다면 영어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있는 대학으로 가야 한다.


독일은 종합대학이라도 모든 학과가 있는 게 아니고, 자연대가 전혀 없는 인문학과 특성 대학교, 혹은 이름은 공대이지만 모든 학과가 있는 종합대도 있기 때문에 따로 알아봐야 한다. 모든 학교가 부설 어학원을 운영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학교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 대략적인 계획을 갖고 있는 게 좋다.


아래는 학과 별로 독일대학을 검색해주는 사이트다. 사립까지 모두 검색되므로 공립만 보려면 필터를 해야 한다.


https://studieren.de/


이 과정까지 완료하면 보통은 희망 대학이 1-2개로 추려진다.




독일에서 교환학생을 했고, 현재 장기거주를 하고 있는 입장에서 얘기하자면 교환학생 도시는 '도시 주변에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은 곳'을 추천하고 싶다. 꼭 대도시가 아니어도 좋다. 왜냐하면 아무리 원대한 계획을 품고 오더라도 교환학생이라는 특성상 많은 것을 할 수 없고, 무슨 일을 벌일만한 조건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교환학생은 단기체류 학생신분이고, 이에 맞게 비자도 짧게 나온다.


따라서, 본인학과가 있는 학교를 선정하되 + 주변에 여행지가 많은 곳이 좋다. 학교수업 듣고 남는 시간에 독일 및 유럽 방방곡곡을 다니는 것도 살아있는 수업이다. 어쩌면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소자본으로 가장 많은 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이니 이 부분을 십분 활용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도시가 작더라도 주변에 갈 수 있는 곳이 많으면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교환학생을 간 목적이 독어를 집중적으로 배우고 독일 학생들과 수업을 듣는 것이었기에, 부설 어학원이 있는 대학 중 외국인이 가장 적을법한 소도시를 골랐고, 실제로 독일어 외엔 거의 소통이 불가능해서 서바이벌 어학공부를 하다시피 했다. 한 가지, 교환학생 가기 전 미처 생각 못했던 부분은 방과 후 및 주말마다 여행을 다닐 기회가 상당히 많은 점이었다. 당시 도시가 독일의 한가운데에 있어서 어디 가려고만 하면 너무 멀었고, 밤을 새우며 여행을 다닌 적도 많다.




안타깝지만, 이렇게 고심해서 지원했더라도 실제 배정되는 대학은 다를 수 있다.


교환학생이 지원자 본인에게는 굉장히 큰 경험이자 도전일지 몰라도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인생에서 아주 작은 경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교환학기는 뭔가 대단한 걸 하는 게 아니라 문화를 체험하고, 유럽의 분위기를 느끼며, 여행하고, 외국학생들 사귀고, 외국어 배우는 시간이다. 이건 사실 어느 도시를 가도 대부분 커버가 된다는 걸 교수님들도 아시기에 '독일'이라는 나라 안이라면 어디든 교환학생의 목표는 달성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큰맘 먹고 지원하는 학생입장에서는 짜증 날 수 있지만, 학교 배정의 키를 쥐고 있는 사람이 그러하다면 어쩔 수 없다. 따라서 독어과 학생이라면 본인 공부에 도움이 될 도시를 신중히 선택하고, 타과 학생이라면 독어과 학생에 크게 밀리지 않을 만큼 독어공부를 해두고(최소 A2), 최종선정에 있어서는 좀 넓고 유연하게 생각하는 게 좋다는 말을 해드리고 싶다.



제목 사진출처: 직접촬영

본문 사진출처: 구글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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