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인들의 휴가
독일사람들은 '쉬기 위해 일한다'라고 할 정도로 휴가에 진심이다.
우리나라처럼 단기간에 모든 사람이 떠나는 피크기간이 없기 때문에 실제로 일 년 내내 누군가는 휴가 중이다. 취학아동이 있는 가정을 제외하고는 말 그대로 '떠나고 싶을 때' 떠날 수 있다. 회사에서도 연속 10일 휴가를 권고하기 때문에 누구나 최소 1년에 한 번은 2주 이상 휴가를 낸다.
그래서 아우토반에서 집 만 한 캠핑카를 매달거나 혹은 자전거를 가족 머릿수만큼 싣고 달리는 차들을 일년 내내 쉽게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독일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휴가지(5일 이상의 장기휴가)는 어디일까.
팬데믹 이전인 2020년 전까지만 해도 1위는 단연 스페인이었다. 마요르카 섬, 안달루시아 지방의 코스타 델 솔, 알리칸테 주의 코스타 블랑카는 안 가본 독일인들이 없을 정도다. 스페인 마요르카는 한국인의 시각으로 독일의 제주도라 불릴 만큼 독일인들이 많으며 어딜 가든 독어가 통한다. 그 뒤를 이탈리아의 가르다 호수, 남티롤 그리고 3위는 터키의 안탈리아 혹은 이스탄불이었다.
코로나가 끝난 2023년 현재, 재미있게도 독일인들이 가장 여행 가고 싶은 곳은 국내 여행지다 (참고자료=Deutsche Tourismusanalyse 2023). 휴양지로는 독일의 북부에 위치한 북해 및 발트해(Nord- und Ostseeküste)를, 도시 중에서는 베를린과 함부르크가 가장 인기 있었다. 그리고 2순위와 3순위는 역시 독일인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차지했다.
상위권이 대부분 바다를 낀 도시인 걸 보면 독일인들은 참 바다를 사랑하거나, 혹은 내륙지역이 대다수라 휴가만큼은 바다를 보러 떠나는 것 같다. 실제로 산은 주말에 가벼운 등산을 하며 즐기는 사람들이 많기에 바다보다는 인기가 덜하다. 그래도 휴가를 산으로 가고 싶다면 독일 남부의 검은 숲(Schwarzwald: 슈바르츠발트)나 작센 주의 작센스위스(Sächsische Schweiz: 젝시쉐 슈바이츠)가 인기가 좋다.
신기하게도 독일에 살수록 나의 휴가도 이곳 사람들과 비슷해져 간다. 초반에는 유럽 도시를 보고자 관광지 위주로 다녔지만, 이제는 남유럽의 자연이 어우러진 휴양지나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을 가게 된다. 여태 다녔던 많은 여행지 중, 가성비도 좋고 눈과 입도 즐거웠던 곳은 이탈리아의 토스카나 지방(발도르치아)이었다.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사랑하는 사람들을 데리고 가고 싶다.
제목 사진출처: 엘라 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