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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지출 릴레이

신축아파트 옵션 고르기

by 가을밤 Nov 01. 2023

매매계약서를 쓰고 취득세 및 등기부등본 등록비까지 지불하면, 한동안 서류폭탄이나 어려운 법률용어가 잔뜩 쓰인 서류를 볼 일이 없다. 


이 시점부터는 집이 지어지는 것을 진득하게 기다리면 된다. 여건이 되면 가끔 공사현장에 직접 가서 상황을 체크해도 되지만, 신축 아파트를 구매한 이상 건물이 어느 정도 올라올 때까지는 현장에 가도 할 일이 없다. 그냥 진흙땅에 먼지가 수북한 공사판 그 자체니까. 




건축사는 10%, 20%, 30% 등 실제 건축 진척과정에 맞춰 집주인들에게 상황을 알려준다. 과정마다 최종적으로 Bauleiter(건축총괄)가 컨펌을 하면 프로젝트 매니저는 집주인들에게 통보하여 집 금액의 일부를 지불하도록 한다. 통보를 받은 집주인들은 영수증에 따라 금액을 건축사에 입금하면 된다. 한 번에 최소 수 만 유로를 입금하는데, 키보드로 숫자를 치고 있자니 돈이 마치 숫자놀이처럼 느껴졌다. 


입금할 때 은행의 융자금액과 정확히 맞도록 잘 계산해야 한다. 자기 자본으로 충당하기로 한 금액은 건축사에 직접, 융자를 받기로 한 금액은 은행을 통해 지불해야 한다.


건물 뼈대, 바닥과 벽 콘크리트 공사가 완료된 이후엔 다시 집주인들의 '목돈이 들어갈 차례'다. 집에 들어갈 옵션을 골라야 하며, 이 비용은 순수 집값과 모두 별도이다. 단언컨대 한국 아파트와 유사하게 꾸민다면 수 만 유로가 들어갈 것이다. 


독일의 신축 집값은 '콘크리트로 벽과 바닥을 만들고 기본 자재(Standardausstattung)를 넣어주는 값'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벽면을 매끈하게 하고(기본 벽은 울퉁불퉁하다), 장판을 바꾸고, 쓸만한 몰딩을 하거나 세면대를 큰 것으로 바꾸고 싶다면 모두 옵션이다. 참고로 주방이나 전등은 원래 없다. 만약 당신이 독일 아파트에 방문했는데 벽이 매끈하고, 집안 곳곳의 디테일이 좋다면 최소 수 천유로 이상이 더 들어갔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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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퉁불퉁한 기본 벽면(왼쪽)과 옵션으로 추가한 매끈한 벽면(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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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기 거치대와 변기 물내리는 버튼(기본과 다른 모양). 모두 추가옵션이었다.



이처럼 옵션을 추가하는 것을 'Sonderwunsch(존더분쉬: 특별희망)'라 부르는데, 정말 작은 것에서부터 집 구조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우리가 받았던 존더분쉬 카탈로그는 30장이 넘었다. 단, 내가 원한다고 하여 모두 구현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집 구조에 있어서는 독일 건축법이 우선이기 때문에 예를 들어, 샤워실을 없애고 욕조를 놓고 싶어도 안 된다. 벽을 밀거나 없애는 것도 한계가 있다. 우리는 샤워실에 높이 5센티의 샤워부스를 깔고 싶었는데 법적으로 휠체어 통행이 가능해야 하기 때문에(집주인이 휠체어를 타든 말든 상관없다) 바닥에 걸리는 어떠한 것도 설치할 수 없다고 하여 포기했다. 또한 아무리 좋은 자재가 있어도 건축사에서 제공하는 존더분쉬 리스트에 없다면 고를 수 없다. 가격도 건축사와 자재사 계약에 따라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집주인이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옵션 골라서 돈 내는 것' 밖에 없다.


카탈로그의 옵션도 맘에 안 들고 기본자재도 싫다면 결국 개인적으로 직접 시공하거나 사람을 부르는 수밖에 없다. 물론 이렇게 하면 훨씬 더 많은 돈이 깨진다.




우리는 장판, 벽, 몰딩 등을 추가했고, 집은 약 105제곱미터이므로 옵션에만 거의 만 유로가 들었다. 집의 크기에 따라 옵션비용도 늘어난다. 이웃 중에는 방 문이나 손잡이까지 옵션으로 한 가정도 있었다. 모두 개인의 취향이므로 예산과 취향에 맞는 선택을 하는 게 좋을 것이다. 


직접 거주하지 않고 월세용으로 매매한 집주인들은 거의 옵션을 선택하지 않는 편이었다.



제목 사진출처: Thanos Pal on Unsplash

본문 사진출처: 직접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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