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을 부수고 들어가도 될까요

by 하띠


“혹시 현관문을 부수고 들어가도 될까요?”


“네, 물론입니다.”


남자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지만 단호했다.

무엇을 부수어도 좋으니

제발 아내와 아기가 무사하기만을 바랐다.




그 남자의 공포


밤새 수유를 하느라 피곤했던 아내는 아직도 꿈결을 헤매는 듯하다. 엄마 옆에서 쌔근쌔근 잠든 아이가 엄마와 데칼코마니처럼 닮아 있어 웃음이 슬며시 새어 나왔다.


토실하고 보드라운 아이의 볼을 만져 보고 싶었지만

남자는 마치 보물 상자를 닫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방문을 닫고 출근길에 나섰다.


여느 때처럼 회사에서 일을 하던 중 잠시 짬을 내어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늘따라 신호음이 몇 번 울리기도 전에

아내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 일어났어? 예원이는?”


“....”


“여보? 안 들려?”


“....”


“여보, 왜 그래? 말 좀 해봐, 여보? ”


남자의 심장이 미친 듯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아내 옆에는 100일이 채 안된 아기가 있다.

그런데 지금 아내는 아무런 말이 없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건

오직 아내의 위태롭게 느껴지는 미세한 숨소리뿐.


위험을 직감한 남자는 집 근처 119에 전화를 걸어

간절히 부탁했다.


“현관문을 부수고 들어가도 괜찮습니다.

제발 제 아내와 아기를 구해주세요. “





그 여자의 사정


여자는 어젯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밤새도록 한 시간 반 간격으로 아기에게 수유를 하고,

트림을 시킨 뒤 다시 아이를 재우는 걸 반복했다.


이가 나려고 하는지 칭얼대는 아이를 달래느라

어젯밤은 유난히 더 길고 힘들었다.


밤낮없이 지내온 100일.


“언제쯤이면 끝이 나려나...”


아침이 다되어서야 깊은 잠에 빠져

남편이 출근하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


잠결에 울려대는 핸드폰을 받았다.


“여기 119인데요, 남편분이...”


119란 말에 정신이 번쩍 들어

누워 있던 몸이 용수철처럼 튀어 올랐다.


“네? 119요? 저희 남편한테 무슨 일이 있나요?”


“아뇨, 남편분이 아기와 함께 있는 아내분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신고를 해주셨습니다.

혹시 위험한 상황은 아닌지 해서

저희가 지금 막 출동하려던 참이었습니다.”


“ 네? 출동이요? 아뇨, 저는 괜찮아요 오지 마세요.

아,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여자는 핏기 없는 얼굴로

목이 다 늘어난 티셔츠 끝자락을 부여잡은 채

허공에 고개를 연신 조아리며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세상에, 119 구조대가 출동을 할 뻔했다니.

여자는 생각만 해도 아찔하고 죄송스러워 몸 둘 바를 몰랐다.


남편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 미안해, 많이 놀랐지?

당신 전화가 모닝 알람인 줄 알고 무의식적으로 누르고

다시 잠들었나 봐 ”


“휴... 다행이다, 정말.”


잠에서 막 깬 아기가 엄마를 쳐다보며

생글거리고 있었다.




그날 아무도 우리 집 현관문을 부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남편도, 나도 그리고 우리 아기도 모두 무사했다.


남편의 다급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신 119 구조대원도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빠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