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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eneon Jun 17. 2017

brave face on it


129.

<화양연화>에서처럼 저마다 바위에 이야기를 한 가지씩 심었다면 이 낡고 오래된 도시는 온통 아픔의 흔적과 간절한 소원의 메아리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사람이 사람에게 하지 못하는 말들이 더러는 있다. 아픔을 나누라고 했는데 대부분 아픈 사람들은 혼자서 앓는다. 그러다 끝내 어느 산중 나무둥치나 바위 구멍에다 대고 발설하거나 누군가의 귓가에 살짝 흘려놓는다. 하지만 끝까지 함구하고 묵묵히 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루에 수백 명 아니 수천 명을 만나도 한 주먹도 되지 않는 아픔을 나눌 길이 많지 않은 세상이다. 어쩌다 말하지 못하고 담아두는 날카로운 언어들이 가슴 끝에 매달려 세상의 바람에 둥굴어지기도 할 것이지만 괜찮다. 마음에 묵직한 덩어리 하나 담지 않고 사는 삶이 어찌 삶이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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