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발리의 우기는 예상할 수 없기에 그날도 도착한 여행 장소에서 폭우를 맞이했다. 가지고 온 비옷은 그저 몸을 가리는 용도로 쓰일 뿐 온몸은 젖었고 나무 아래에 모르는 이들과 함께 비를 피하고 있었다.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아 비를 피하는 것을 포기하고 스쿠터가 있는 곳으로 걸었다. 비가 올 때도 스쿠터를 타고 이리저리 이동을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참으로 위험하지 않았는가.
집에 도착 후에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워 뒹굴뒹굴거렸다. 노곤 노곤하니 이런 천국이 또 없었다. 잠깐 눈을 붙이고 일어나 빗소리를 들으며 그림 한 편을 그리고 있었다.
'뚠두르 뚠두르 뚠뚠 뚠두르...'
여행을 하면서 꽤나 많은 비중으로 통화를 했던 노피님에게서 온 전화였다. 우리의 대화는 대체적으로 여행, 프로젝트, 안부에 대한 내용들이 오가는데 이 날은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애나, 전시회 한 번 해볼까요?"
"어...?! 전 좋죠. 근데 지금 그리고 있는 스타일로 그릴 텐데 괜찮을까요?'
"하핫. 저는 애나 그림 좋아하는걸요. 전에 말했던 노피하우스를 준비 중인데 내부에 작품을 전시하려고 해요. 그 시작을 애나랑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네, 좋아요. 그럼 저도 어떤 것을 그릴지 생각해볼게요."
통화를 끊고 뭔가 두근거리면서 두렵기도 했다. 나... 그려도 괜찮을까?